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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동안 ...

    은둔자2 / 2010-05-24 20:56 / Hit : 4265 본문+댓글추천 : 0

    퇴근전
    거동도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가게에 들어오십니다
    봉지에 둘둘말아 담은 휴대폰을 내밀어 보이시는데
    눈이 어두운 탓인지 충전젝을 거꾸로 끼워 전원부가 파손된 상태였습니다
    충전젝에 젠더를 끼우는 방식이 익숙치 않으신 분들이다보니
    대부분의 연세드신분들이 자주 겪는 애로지만 할머니의 휴대폰은 전원부가 안으로 밀려
    메인보드를 갈아야 할 지경으로 수리비가 10만원을 넘어갑니다

    78세..
    전화번호부에 저장돼있는 아들 번호를 찿아 상담한후 어른께서 쓰실만한 새전화기로
    바꿔드렸습니다
    충전젝에 파란 스티커를 붙혀 앞뒤표시를 해드리고
    충전기에 젝을 아주 접합시켜 사용하시다 혼동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드렸습니다
    전화번호를 다시 저장해드리고는 밧데리케이스에 1.큰아들.2.작은아들 ...
    순서를 써서 붙혀드리고나자 할머니는 터미널로 버스를 타러 가십니다

    아들 여섯에 딸하나
    할아버지께선 칠남매중 막내가 마지막으로 대학을 졸업한 해에 돌아가셨다 합니다
    일을 마치고 혹시나 해서 전화를 드려보니 받지를 않습니다
    통화했던 세쨋아들마저 전화를 받지않아 가족들 먼저 식사를 하라해두고는
    주소를 물어물어 할머니댁을 찿았습니다
    30호여호의 작은 시골마을
    앞뒷집 모두 사람이 떠난지 오래인듯하고 할머니댁은 마을 꼭대기 허물어져가는 담장에
    퍼렇게 녹슨 철대문집입니다

    먼지쌓인 토방
    방문을 열어둔채로 TV를 켜두시곤 한쪽팔을 괸채 잠들어 계십니다
    놀라지 않도록 여러번 헛기침을 해도 얼른 일어나시지않다가 어렴풋이 인기척을 느끼시곤
    누구시오... 묻습니다
    예..할머니 아까 낮에 핸드폰 사셨던 가게사람입니다
    전화를 안받으시길레 .. 걱정이 돼서 와봤습니다

    간촐한 세간틈에 먹다두신듯 신문으로 덮어둔 작은 반상이 보입니다
    젖혀진 신문틈으로 신 김치 한가지와 물에 말은밥....
    저녁은 드셨냐 여쭸더니 "먹다말다 합니다 "...

    충전기는 거꾸로 꽂혀있고 전화기는 쇼트로 꺼져있습니다
    충전기 하나 제대로 꽂지못할정도로 노쇠하셨지만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게 편하다...시는 말씀으로 자식에게 짐되고 싶지않으심을 간곡히 내비치십니다
    편히 주무세요 건강하시구요 ..
    돌아나오는 마당엔 찿아오는이 없는 쓸쓸함을 대변하듯 잡초가 무성합니다

    ............................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식사하고 오랜만에 집에온 아들녀석과 배드민턴도 쳤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수 없습니다
    요즘 부쩍 혼자사시는 노인들을 자주 접합니다
    부부중 한분이 먼저 돌아가시고나면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 ..
    당신 스스로 거동이 하실땐 그나마 외로움외엔 지낼만 하시겠지만
    70이 넘은후 거동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한둘이 아닌듯합니다
    그러나 ...
    현실은 우리 모두 냉소적입니다

    그분의 자식들만 특별히 불효자들일까요 ..
    시골마을 한낮에 길물으러 여기 저기 기웃거려보면 사람만나기 힘듭니다
    30여호 작은마을에 부부가 함께 사는집은 반정도
    나머진 혼자사는 노인들입니다
    또 그 반의반정도엔 거동 불편한 70세 이상의 노인들이나 비어있는집 ...

    10년후 우리네 농촌이 .늘어가기만할 노년의 외로운삶들이 참담하기만합니다

    권형 10-05-24 21:08
    은둔자님 안녕하셨어요.

    전후 베이붐세대에 태어난 저도 남에 일 같지 않습니다.

    은둔자님은 복 많이 받으실겁니다.

    암!! 많이 받으셔야지요^^
    해맞이 10-05-24 21:49
    은둔자님과 함께사는 영광 주민들이 부러운 저녁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오지랍 넓게 사시니 이웃이 많고

    이웃이 있으니 은둔자님이 행복하시잔아요.

    결국은 다 행복하십니다.
    붕어와춤을 10-05-24 21:54
    반가버요 은둔자님!

    저 또한 촌에 노모홀로 계십니다.

    우째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휴대폰 만들어 드리고 요금은 제가 내고 있지만 씁쓸함 가눌길 없네요.

    은둔자님의 글로인해 효도란거 다시생각해 봅니다.
    관광붕어 10-05-24 23:25
    제마음도 어제부터 며칠동안의 날씨와 같았는데,
    은둔자님 말씀듣고나니, 한결 나아집니다.
    따뜻한 맘을 가지신 님을 월척지에서 알게되어
    참으로 행복해집니다.
    님도 항상 행복하세요~
    파트린느 10-05-25 00:08
    (이 양반 은둔자... 글이 예사롭지 않아. 솔직함만 가지고는 좋은 글을 쓸수는 없는데...
    글이 잘 읽혀 지면서도 느낌이 있어...)
    뫄한머루님 10-05-25 02:00
    서글퍼 집니다....
    붕애성아 10-05-25 08:36
    어?
    우리 어머니?
    똑 같네요 울엄마도 충전기에서 젝 절대로 빼지 않습니다.
    빼면 담은 앞뒤 더듬어서 끼워야는데 방향 맞아도 잘 들어가지 않잖아요~
    그럼 뒤집어 보고 그러다가 고장나고~ 딱 울엄니네~
    엄니 뵌지도 한달 되가네~
    함 시골에 가봐야지~

    은둔자님 그때도 들리면 커피 한잔 주세염~?
    5월 첫주엔 커피만 얻어 먹고
    올땐 인사도 못드리고 왔네여~
    소쩍새우는밤 10-05-25 10:32
    은둔자님이 말씀하시는 혼자사시는 어르신....
    내일의 우리 모습이라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입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어제 조행기의 고추밭에 꼬부랑 할머니가 안스러워 풀메기 잠시 도와드리고
    말 친구되어 드리고 돌아오는 길이 가벼웠습니다.

    "일이없소?
    아직 이 못에서 고기잡는 사람 못봤는데
    세월낚으러 왔는가베......."
    채바바 10-05-25 17:34
    잘하셧습니다

    생로병사 ...누구도 피해갈수없을진대

    작금의 우리현실은 경로우대는 고사하고 경로무시나 않았으면....

    젊은세대의 경로무감각이 걱정이랍니다
    낚구재 10-05-25 23:23
    거동을 하실수 있고 혼자서 생활이 가능하다면 혼자 사시는게 좋을수도 있습니다.

    도시에서 자식과 함께 산다고 해도 항상 부모님을 챙겨 드릴수 없는 현실이고

    함께 생활하다보면 서로간에 갈등이 생겨 부모 자식간에 소원해질수도 있고

    시골에선 이웃도 있고 비슷한 처지에 친구도 있고 텃밭도 일구는 소일거리도 있고

    오히려 효도라는 명목하에 이웃도 친구도 없이 아파트 숲 한곳에 갇쳐있는 노인들이

    더 불행 할지도 모르죠.

    혼자 계시다 몸이 불편해지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시는게 어쩜 더 현명한 방법일수도

    있단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불효라고 생각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젠 그럴수 박에 없는 시대와 현실이 슬플뿐이죠.
    송애 10-05-26 07:26
    눈앞에 훤~히 보이네요.^^*
    우리의 앞날입니다........
    따뜻한 마음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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