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낚시에 정답이 없나봅니다.
그냥 붕어 마음인가봐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따라 낚시 다녔지만, 이제겨우 제 나이 37살입니다.
나름 국민학교 저학년부터 쭉 따라다니며 낚시해왔고, 성인이 되고 제 차가 생기고는 혼자도 많이 다녔습니다.
채비도 묶을줄 몰라 매번 아버지가 해주시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제가 더 편하고 좋은 채비를 알려드리네요.
참 신기한게 어쩜 이리 아버지를 똑 닮은 취미만 골라서 하게 될까요 ㅎㅎ
야구에 낚시에 그리고 최근엔 골프에 한참 미쳐 1년 정도 연습하다보니, 이게 취미인지 일인지 모를 정도로 하다보니
즐거움이 급격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먼지쌓인 낚시대를 정비하고 최근에 낚시를 한 번 다녀왔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노을이며, 캐미라이트며, 물에 비치는 하늘이며,
여튼 오랜만에 찌도 보고 낚시를 할 요량으로 일주일 내내 고민고민하고 기대감 설렘 가득 안고 갔는데,
아니 왠걸..수심은 정말 30cm...40cm... 4.0대 이상펴도 겨우 50cm...60cm...이 시간에 다른 곳은 못가겠고,,
에이 모르겠다 하고 이왕 온 거 캐미는 밝혀보고 가자하며, 무작정 대를 편성했습니다.
대부분 앞으로 3.6~4.8까지 수초도 있고 해서 막 편성했었죠. 역시나...말뚝
설마설마 하고 코 앞에 1.7칸대...수심 정말 30cm 될까요..그것도 최대한 던진 1.7칸도 아닌 들어뽕처럼 정말 코앞 수초 사이에
대를 집어 넣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위에 보이는 왼쪽 끝..)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올라갔던 찌가 물속에 푹 잠기며 바닥에 던져놓은 대가 끌려들어갑니다.
예전에 몇 번 멀뚱멀뚱 보면서 대를 떠나보낸 기억이 떠오르며,
날씨도 따뜻하고 에라 모르겟다. 물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가 대를 잡았습니다.
1.7칸대에 오는 말도 안되는 손맛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뒤로 뒷걸음질치며 뭍으로 겨우 끌어내니,
이건 정말 보지못한 쟁반 아니...혹부리 뭐라해야할까요..37cm가 제 최대어인데, 이건 정말..엄청 커보였습니다.
물론 바늘 빠지며 뭍에서 몇번 뛰던놈이 도망쳐버렸고, 허탈하고 허무하게 앉아 멍하니 밤을 지새웠습니다.
놓친 고기가 크다며, 내가 과장한거야 작은놈인데 커보인거야 하며 혼자 궁시렁 궁시렁 ..
그러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문득 참 기분 좋았던게,
수심이 어찌어찌, 청태가 있고 없고, 바람이 어쩌고,, 보름달이 뜨고, 시끄럽고,
담뱃불, 라이트,, 등등,, 그냥 상관없이 오는 애들은 오나 봅니다.
왜 선배님들이 하룻밤 놀다가면 그만이라고 하시는지,,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몇 번 출조했지만, 자리탓도 안하고 수심탓도 안하고 어디든 나올 거야~ 안나오면 말고~
하는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붕어낚시 참 재밌네요.
다른 선배님들은 이런 말도안되는 곳에서 상황에서 입질을 받으신 적이 있나요? 궁금합니다.
저 역시 이삼십대엔 야구, 골프에 미쳐 살았는데
사십이 넘어서부터는 낚시에 미쳐삽니다. ㅎㅎ
낚시... 너무나 좋은 취미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고기 낚는 기술도 배우지만 삶에 대한 태도를 특히 더 많이 배웁니다.
미끼를 물 놈은 물고, 나올 놈은 나온다는 말을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꽝쳐도 그리 속상하지 않습니다.
낚시 덕분에 제가 좀 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낚시가 고맙고 스스로도 좀 대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