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35년 전쯤이었을 겁니다.
친구가 다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해결하지 않으면 교도소에 간다고 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갚아준다고 하여
믿고서 돈을 빌려주었지요. 당시 제 월급의 세배 정도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나도록 갚지를 않았고 어려운 처지라고 미안하다 얘기하더군요.
이후에 들리는 소문은 저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돈을 빌렸는가 봅니다.
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제게 참 어려운 시기가 닥쳤지요.
아내에게 생활비도 제대로 못줄 때,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내가 어려운데 얼마라도 갚아주면 안 되겠나?”
“미안하다. 어렵다......”
묘한 배신감과 섭섭함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또 10년이 흘렀습니다.
모임 술자리에서 만났지요. 이전 일은 없는 듯 회포를 풀었지요.
집으로 가는 길, 같은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거나하게 취한 친구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연신 되뇌었습니다.
그 후로도 모임에서 술이 취하면 내게 미안하다 하였지요.
또 10년이 흐른 작년 11월,
모임에서 친구는 내게 이제 갚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맙다는 얘기를 하였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밤늦게 문자가 왔습니다.
계좌번호 보내라고, 빌린 돈의 10배를 나누어서 보내겠다고 하더군요.
잊었는데, 잊고 있었는데..... 숱한 상념이 나를 에워쌉니다.
다음날 문자를 보냈습니다.
‘반만 보내라. 나머지 반은 이미 마음으로 받았다고 생각할게...’
그런데 두 달 세 달이 지나도록 친구는 돈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은근히 화가 나서 전화를 하려다 참았습니다.
그저께 모임이 있어 장소 확인을 하는데,
통장 입금 문자가 뜨더군요.
제가 얘기한 금액 전액이 찍혀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