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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愛馬 이야기 1부

    아부지와함께 / 2012-07-03 09:56 / Hit : 3124 본문+댓글추천 : 0

    1.행복한 여행

    딸아이의 사춘기적 어느 날,
    공부는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길래 조금 심하게 잔소리를 했죠.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하는말이
    "아빠는 우리를 위해 해준 게 뭐 있어요.
    가족끼리 놀러 한 번 간 적 있어요. 다른 얘들은…어~어~엉…"
    봇물처럼 터져 나온 울음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순간,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수처럼 꽂히는 딸아이의 외침에,
    애비로서의 상실감으로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했는 지 모릅니다.
    장사한다는 핑계로-사실 경제적인 이유가 더 컸죠-
    가족끼리 변변찮은 외식 한 번, 놀러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었으니까요.

    전에 다니는 직장 선배의 권유가 있어 장사를 정리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 새로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장사할 때는 명절외에 휴일 한 번 없이, 장사가 되던 안되던 가게 문을 열었죠.
    다행히 취업한 새 직장은 여름 휴가가 있었습니다-토요일도 없고 빨간 글자도 없지만-
    일요일 포함하여 4일, 얼마간의 휴가비도 주어져
    애비 노릇 이제 한번 제대로해보는가 싶어 얼마나 기뻤는 지 모릅니다.

    2009년, 거제도로 1박2일 예정을 하고
    장거리에 혹시 나의 애마가 쓰러지지 않을 까 염려되어 카센터에 갔습니다.
    (1991년 12월産 엑셀,수동,일반 핸들,94년 중고로 매입,2011년 11월 회생불능)
    "사장님 장거리 가야 하는데 혹시 부품 교체 할 것 있는가 봐 주세요."
    빙그시 웃으시더만
    "참 오래 탔네요."하면서 시동 걸어 보고 본넷 열어보고 이 것 저 것 보더니 다시 하는 말
    "아직 탈만 한대요. 타시는데 까지 타타가……부품은 굳이 교체 할 거 까지 뭐……"
    사장님은 참 양심적이었습니다.
    차 상태를 보니 부품 교체하기가 아까웠다는 얘기죠.
    차 내부는 깨끗한 편 이었으나 외부는 설명드리기 정말 어렵네요.
    쥐 색이었는데 바래지고,벗겨지고,긁히고,우그러지고……
    도색 비용이 차 값 보다 비싸서 아예 포기했었죠.
    아무튼 기본 점검 마치고, 스프레이 두 통 사서 보기 싫은 곳 칠하고
    나름대로 준비는 하였습니다.

    드디어 거제도를 향하여 go go
    바깥 공기가 이리도 싱그러운 줄, 차창 밖 풍경이 그리 아름다운 줄,
    마음의 안경을 바꾸면 세상은 그 안경 색깔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나도 쉬고 차도 쉴 겸 휴게소에 잠시 들렸습니다.
    "너희들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골라라. 아빠가 팍팍 쏠께"
    사실 1~2만원이면 떡을 치지만 이번 여행에는 돈 아끼지 않고 함 써 보리라 마음 먹은
    큰소리였는 지 모릅니다.
    아내와 나는 커피 한 잔 하고……
    주차한 곳으로 가고 있는데,
    제 애마 주변에 서너 사람이 서서 뭔가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발걸음이 멈추어지고……

    "야, 차 정말 오래 되었네,진짜 골동품이다.
    굴러 가긴 갈까…&*^^5%#2@..."

    아! 나 혼자는 그런 소리 많이 들어 이골이 났는데, 한 귀로 흘려 보냈는데…..
    가족들이, 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딸이,
    .
    .
    .
    출발을 하고 10여분간 차 안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아빠, 쪽 팔려 죽는 줄 알았다."
    "가시나야, 그라믄 내리라. 세워 주까.차만 잘 나가믄 됬찌……"
    차가 사람의 인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속으로 절규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행은 쪽팔림으로 시작되었지만,
    행복한, 내겐 오랫동안 잊지 못 할 아주 행복한 가족 여행이 되었습니다.



    에필로오그:

    딸아이와 아들에게 월척에 글을 쓴다고 공언하고 그 글도 보여 주기로 하였습니다.
    "아빠, 조회 수에 연연하지 마세요."딸아이는 벌써 이만큼 컸습니다.
    옆에서 듣던 마누라
    "됐거든요, 뭐 자랑할 일이라고….."
    압니다.나는 못난 남편이란 걸,
    잘 해 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사랑 합니다."

    물의천사 12-07-03 10:01
    못난남편...잘해주지못해 미안하다...
    저또한 그러네요!공감갑니다.

    힘내셔서 좋은남편,아빠가되도록 저와같이 노력하시지요~~~
    까까요 12-07-03 10:11
    우리네 서민들의 삶.....무에 다를거 있겠습니까!


    많은부분 공감이 갑니다.....


    앞으로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수고하셨습니다...^^
    완붕 12-07-03 10:14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
    雪來淋 12-07-03 10:21
    지금의 우리집 삶과 비슷합니다

    자영업 한다는 핑계로 가족여행 일요일

    물놀이 한번 못가고 고2 중3 사춘기 인데 그래도 나름

    잘커주고 있으니 고맙네요.

    행복한 삶 되세요^^
    귀신골붕어 12-07-03 10:24
    빼빼로데이 달에 달리던 발걸음을 멀리한 애마님에 명복을 빌어봐유~~ㅎ
    가족 이야기하심 쥐구녕부터 찾는 일인 인지라 사랑합니다 에 조용히 묻어가요~~행복하세유^~^;;;;;;
    蓑笠翁 12-07-03 10:32
    감동입니다.
    소요 12-07-03 10:35
    뭐 살아가는것 별거 있습니까?

    가족모두 건강하고 웃으면서 지내면 그게 행복 아니겠습니까?

    행복하게 지내세요~~~~
    촌붕애 12-07-03 10:37
    짠 합니다. 건강하세요.
    오기 12-07-03 10:41
    조회수 올리기 동참 1인~~
    소박사™ 12-07-03 10:47
    짠합니다^^
    그래도 옛날에 비돌기색 엑셀 탈때가
    참 좋았습니다
    그때 내차 타고 차 우습게봤던 여자들은
    지금은 좀 큰 차 타는 신랑들을 만났을라나?
    청대산 12-07-03 10:50
    우리 월님들의 현주소 같습니다 ^ ^ 못난 아빠로써 코 끝이찡하네요 따님분 멋진아빠 응원해주세요 ^^
    당랑 12-07-03 11:06
    가족이 쵝오~~~~~~~~
    노벰버레인 12-07-03 11:28
    감동 ....

    가슴이 찡하네요

    가족이 최곱니다


    행복하세요
    내탓이려니2 12-07-03 11:40
    뭉클 하네요.

    돌이 켜 행복이라 느끼는 기억이 많은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 아닐까요?
    산골붕어 12-07-03 11:53
    마음으로 통하면 계란후라이
    한개도 갈라묵을수 있지요.
    훈훈한글 잘보고 감니다
    지모흥 12-07-03 12:15
    아버지란자리에서 언제나항상 화이팅하시길 바래봅니다^^

    ㅇ ㅏㅈ ㅏㅇ ㅏㅈ ㅏ~~~뽀 ㅏㅇ ㅣ팅!!!!!
    짱구붕어 12-07-03 12:25
    행복한 가정입니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부족하다 여길 수 있는데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님은 부자입니다..
    가슴에 남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참붕어대물 12-07-03 12:28
    이제봤습니다
    보물같은 글이 여기있었네요
    무위자연 12-07-03 13:04
    제 애마와 비슷한거 같네요 ^^

    소2, 94년 1월, 23만킬로, 옆문은 찌그러지고, 본네트에는 저승꽃 피었고, 와이퍼는 누가 때렸는지 빨갛게 멍들었고,,,

    ㅋㅋㅋ 근데 이넘이 심장만은 엄청 강하답니다... 아직도 고속도로에서는 백오륙십은 기본입니다.

    남들은 안전 때문이라도 차를 새로 구매하라고 하는데, 전 아직은 쓸만하다고 고집 부립니다.

    이건 절대 돈이 없어서 못사는 것이 아니라는. ㅋ
    월척초보 12-07-03 13:25
    현재에 만족하고 모두 건강하면
    삶에 감사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로또 한번 사보세요...
    풍경이되자 12-07-03 15:15
    내가 늙고병들엇을때

    그나마 곁에잇을사람....
    잠못자는악동 12-07-03 22:36
    가슴 한켠이 짠 합니다
    송애 12-07-04 11:01
    지나고나면 다~아름다운 추억일뿐입니다.^^*
    저는 79년부터 여름 휴가를 바닷가로 배낭 메고 애들 걸리고 버스타고 배타고해서 남해안 일대를.
    낚시와 겸해서 근 10년 다녀습니다.
    가끔 풍랑 주위보도 만나 멀미와 갖은 고생을 다 했지만은...
    지금 생각하면 그 고생을 그때는 어떻게 했나 싶은데....
    요즘도 아이들 그때 참 좋아다고 이바구 합니다.^^*
    율포리 12-07-10 03:03
    ㅎㅎ,,먼~나중에 는 자녀들과 좋은 추억이지요,,
    대물놀이 12-07-10 14:50
    그런모습이 가족의힘이자 애정이죠....

    가슴이 시린 이야기입니다

    못한다는걸 아는 가장처럼 현명한 가장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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