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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로 떠난 의사

    아부지와함께 / 2014-01-27 13:02 / Hit : 7165 본문+댓글추천 : 0

    꽃다운 이팔청춘 시절, 왼손을 크게 다친 적이 있습니다.
    엄지와 검지 사이가 많이 찢어져 병원에서 여러 바늘 꿰맨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조금만 충격이 가해지면 찢겨져 세 번을 더 꿰매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의사들은 달리 치료 일정을 잡더군요.
    치료 후 약 처방과 함께 실밥 뽑을 때만 오면 된다는 의사,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치료하러 오라는 의사가 있었습니다.

    부실한 이를 뽑으러 치과에 가도 마찬가지더군요.
    한 번에 뽑고 약 처방으로 끝나는 치과가 있는 반면
    두 번 가야 하는 치과도 있고 심지어는 세 번까지 간 치과도 있습니다.

    의술(醫術)보다 상술(商術)을 먼저 앞세우는 의사를 대할 때
    상처의 아림과 함께 마음 한 편에 씁쓸함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의원이 되는 길을 괴로워하거나 병자를 구하는 길을 게을리하거나
    약과 침을 빙자하여 돈이나 명예를 탐하거든 저를 벌하십시오."
    드라마 '허준'에서 스승 유의태의 무덤 앞에 꿇어 앉아 맹세 한 허준의 말이 생각납니다.


    고혈압이 있어 병원에 다닌 지 10년이 됩니다.
    처음 진료받은 내과의는 여의사였는데 진료 때마다
    담배 끊고 운동을 해서 건강관리를 하여야 한다고 엄하게 질책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듣기 싫지가 않았습니다.
    내 건강을 위하여 쓴소리를 해주는 여의사가 제 곁을 지키는 주치의처럼 느껴졌지요.
    참 좋은 여의사였는데 유학을 떠난다며 인근의 다른 내과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소개받은 의사도 혈압뿐 아니라
    다른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상담을 받아 주었지요.

    그런데 며칠 전, 정기검진일이라 퇴근길에 들렸는데 의사가 바뀌었더군요.
    시설과 상호는 그대로인데 의사와 간호사만 바뀌어서 의아했습니다.

    연유를 묻기 곤란해서 약국에서 약을 받으며 물어보았습니다.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바뀌었던데 무슨 이유라도…?"
    "아프리카로 갔습니다. 의료봉사하러요.
    아마 장기간 될 것 같다네요."

    지난여름, 휴가를 한 달 가까이 외국으로 간다며 진료일정을 앞당기겠다고 했을 때
    부러움으로 일관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미루어 짐작건대 현지답사와 준비를 하려는 것이었겠구나 생각하였습니다.

    가슴으로 진정한 존경심이 우러나왔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참다운 의사가 있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편협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봄눈 녹듯 사라지고
    때 묻은 제 마음의 병까지 치유된 것 같았습니다.

    부(富)를 뒤로한 채 멀리 아프리카 오지로 떠난 의사,
    자신의 뜻을 세우기 위해 험난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의사,
    오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자기를 버린 숭고한 마음을 가진 의사.

    당신의 환자로 만나, 마주할 수 있었음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랑의 의술을 펼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붕어와춤을 14-01-27 13:06
    파이팅 입니다. 오지에서 고생하는 모습 테레비에서 많이 보아왔네요 ㅎ

    아버지와함께님 설명절 잘 보내십시오
    아부지와함께 14-01-27 13:12
    붕어와춤을님께서도 즐거운 설날 되시길 바랍니다.
    복이굿 14-01-27 13:23
    선배님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그간 잘지내셨나요??
    주위를 둘러보면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니신분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늘 따뜻한글 잘보구 갑니다
    아부지와함께 14-01-27 13:28
    복이굿님, 늘 고마운 댓글로 화답하여 주셔서 제가 고맙지요.

    올해는 좋은 일들이 아름다히 펼쳐지시길 바랍니다.
    漁水仙 14-01-27 13:34
    어려운 일일텐데....

    안정성과 수익을 멀리하고
    고행과 참선을 행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

    그분 마음 속에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존경합니다

    아부지와 함께님도 건강하셔서
    행복한 일에 응원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로데오 14-01-27 13:42
    또 감동입니다
    크~!

    아부지~~이~~!
    아부지와함께 14-01-27 13:43
    漁水仙님,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그리할 수 있었겠냐 반문 보았습니다만,

    지극히 힘든 일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마흔 정도의 젊은 의사인데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어수선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부지와함께 14-01-27 13:45
    로데오님, 또!

    오데로~~~! 보내뿜니다.^^
    풀소리바람소리 14-01-27 14:00
    말씀처럼 그 의사는 나름 오랜 숙고와 함께 힘든 결정을 하였을겁니다
    자기만족의 봉사는 제외하더라도 자신의 가진 능력을 인류를 위해 기꺼이 사용할수 있고
    또 그것을 이행하는이들을 보게되면 존경할만하다 생각합니다
    제꿈도 쉬바이쳐 를 본받고 싶었지만 지금은 제몸하나 건사하기도 헉헉..
    아부지와 함께님^^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소풍 14-01-27 14:22
    오늘 출석부에 올린 사진이
    하루종일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부끄럽기도 하고요...

    앞을 못 보는 아가씨와 그 손을 잡고 횡단 보도를 건너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 하던 어느 경찰관 .

    아마 선배님이 말씀 하시는 그 의사 선생님도
    오늘 제가 아침에 본 그 젊은 경찰관도
    같은 마음이리라 짐작해 봅니다.

    사회 곳곳에서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듯 합니다.

    세상 아직은 참 살아 볼만 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피터™ 14-01-27 14:33
    아름다운 나눔입니다.
    재능기부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저도 일찌기 언니야들한테
    아낌 없이 나눠주곤 했지요. ^^"



    아부지~. 때리기 없기!
    키큰붕어 14-01-27 15:11
    제가 아는 부부는
    남편 서울대 치대, 부인 이화여대 약대 나오시고 치과와 약국하시며 애들 다 키워놓고
    다 정리하고 몽골로 봉사 가신분도 계신답니다.
    아부지와함께 14-01-27 15:13
    풀소리바람소리처럼 세상이 맑고 투명했으면 좋겠습니다.

    혼탁한 세상에 슈바이처나 젊은 의사처럼 희생하는 분이 있기에

    세상은 밝아지는가 봅니다.

    님께서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부지와함께 14-01-27 15:18
    소풍님,

    어릴 적 지닌 꿈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낱 꿈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아쉬움과 행하지 못하는 자신이 늘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름 없이 아주 낮은 곳에서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살만하다고 봅니다.
    아부지와함께 14-01-27 15:37
    아낌없이 주는 피러!

    아니, 아낌없이 뺏기는 피러겠지요.^^



    그라고 아부지는 사랑의 매가 아니면 때리지 않심더…
    아부지와함께 14-01-27 15:38
    키큰붕어님,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더군다나 부부가 함께 한마음이 되어
    봉사하러 가셨다니 존경스런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그분들 또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못안에달1 14-01-27 16:17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

    재능기부....아니 사랑을 기부하시는거죠

    고인이 되신 슈단 톤즈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님이 생각 납니다

    " 울지마 톤즈 "
    아부지와함께 14-01-27 16:50
    못안에달님,

    한 알의 밀알이 썩어져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랑을 기부하시는 분들을 보면 철저한 자기 희생이 뒤따르더군요.

    범인(凡人)들이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일이지요.
    효천 14-01-27 17:29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시군요.

    이런 분이 많아야 세상이 더 밝아지겠죠.

    먼 나라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아부지와함께 14-01-27 17:59
    어둠 걷히는 새벽녘

    새로운 희망을 보듯

    이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효천님, 올해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샬망 14-01-27 20:09
    저는 20여년 이상
    병원에서 생활 했습니다.
    말 그대로 허준같은 분들께서도 아직 있습니다.
    저 또한 지금껏 환자분들을 대할땐
    가족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가끔은
    이건 너무하지 않나 싶은 환자들도 있습니다.;;
    뭐든 뿌린만큼 거두는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근2 14-01-28 01:27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아부지와함께 14-01-28 11:52
    샬망님,

    병원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샬망님 같이 환자를 가족처럼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병의 치료에 앞서 나을 수 있다는 의사의 따뜻한 말인 것 같습니다.
    아픔까지 같이 나눌 수 있는 마음이라면 心醫라 할 수 있겠지요.



    정근님, 저도 부족하고 모자라 늘 배우고 있습니다.
    소사료를밑밥으로 14-01-28 12:44
    아직 살만한세상인거 같네요 ...

    좋은글 잘읽고 감니다 마음 한켠이 웅클거리네요
    시작이반 14-01-28 15:21
    기분 좋은 세밑(구정전)이네요
    이런 따뜻한 글을 읽으니 피로가 싹 가십니다.
    좋은 분은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 같네요

    "아버지와함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
    아부지와함께 14-01-28 17:23
    소사료를밑밥으로님,

    좋은 분들은 드러나지 않아 잘 볼 수 없는가 봅니다.

    따뜻한 댓글로 화답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작이반님,

    기분 좋게 읽으셨다니 제가 고맙지요.

    님께서도 설날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성지인 14-01-28 21:38
    크아........... 암흑을 가르며 솟아오르는 찌오름보다 100배나 더 가슴 찡한 내용입니다.ㅠㅠㅠ
    정의가 크게 부족한 세상에서 그런 분들이 있어 또 위로를 얻어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글 참 잘 쓰십니다. 로그인하게 하시는군요. 가슴이 뭉클합니다. ㅠㅠ
    retaxi 14-01-29 00:53
    늦은시각에 잠시나마 행복함에 젖어 따스한 온기 느끼고 갑니다.
    낼모래가 구정 입니다.
    명절 잘 보내십시요.
    아부지와함께 14-01-29 12:47
    성지인님,

    멋진 표현과 따뜻한 댓글에 고마움 표합니다.

    즐거운 설날 보내시고 행복이 넘치시길 바랍니다.



    retaxi님,

    그리 보아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retaxi님께서도 명절 잘 보내시고 행복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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