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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거래처...

    창국이 / 2014-10-23 16:09 / Hit : 9089 본문+댓글추천 : 0

    수시로 입고되는 물건들이 있으니
    빈박스가 자주 나옵니다
    매일 빈박스 대여섯개 정도의 폐지를 내 놓게 되는데
    그 폐지들을 수거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그분들 중에 다툼이 생길때 여긴 내 거래처요 .. 하시는 한분이 계십니다

    장애인용 전동차를 타고 폐지를 줍는 70대 노인께서
    제 가게앞의 폐지를 도맡아 수거 해 가십니다
    내 거래처요 .. 당당히 말씀 하시는 주인공 이시기도 하구요
    정해진 바는 없지만 비공식적이나마 그분의 당당한 사업영역 입니다
    혼자 사시고 폐지줏어 한달 60여만원 버시고
    몸이 편치 않은 노인이시고 대화나눌 가족마저 없는 분이란걸 알게된건 얼마전 일입니다

    누군가 하고 인사정도를 나누고 사는것도 그분에겐 쉽지 않은 일 이었을겁니다
    오랜 세월을 혼자 살아오신 분이니 그럴거라 짐작해 봅니다
    비 오는 날
    양질의 (?) 폐지가 다량으로 나와 젖지 않도록 가게 안에 들여다 놨다가
    전동차에 실어 드렸더니 그때부터 인사를 해오십니다
    폐지 줍는 다른분들이 수거를 해가기도 하니 대충 내 놓기만 해도 되지만
    그분들중엔 제일 연세 많고 불편한 몸이시니 나름 거래처 역할을 해드리는 거죠

    성심껏 거래처 역할을 해드리는 대신
    잘 웃지 않던 노인이 활짝 웃으시며 아는체를 해주시는걸로
    댓가를 받습니다
    잠깐 서서 어젠 이웃에서 묵은 김치를 갖다줘서 잘 먹었다느니
    좀 늦어서 아웃도어집 박스를 누가 먼저 가져가 버렸다느니
    사소한 얘기를 듣습니다

    굳어져 버린 미간이 깊은 골을 파 냈는데
    그 골엔 지독한 외로움이 가득했었을 겁니다
    아니 그 짙은 외로움의 곰팡이 냄새가 지리도록 맡아집니다
    이분이 아니어도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계신 어르신들을 보면 제일먼저 외로움이 생각 납니다
    아직 겪지 않은 시기이지만
    어쩌면 전생에라도 이미 겪어온듯 이질감 없이 근접한 외로움이 익숙하게 만져집니다
    나의 노년은 그와 같지 않겠지만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

    저 멀리서 파지줍는 그 노인이 또 순회를 시작하셨습니다
    오늘은 내놓을 파지가 없지만
    서류보관창고에 기한지난 서류뭉치를 찿아 한박스를 만들어 내 놨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안녕허시우 .. 밥은 드셨우 하고
    인사 해오실 그분의 거래처
    제가 그분의 거래처 이닌까요
    어쩌면 그인사가 그분이 오늘 처음으로 세상에 내뱉는 첫마디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 귀한 인사에 보답해야지요

    언젠가..
    저 자리에 다른모습으로나마 내가 섯을때
    누군가 말 걸어줄 사람을 간절히 기다릴지도 모르는 일 이닌까요
    사람이 늙는건 참 쓸쓸한 일이 랍니다
    지독히도 외롭구요 .
    그럴것 같습니다
    눈물나도록 ..
    저는 아마도 전생에 이미 노년을 겪어봤었던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이의 노년에 이리 가슴저릴 까닭이 ...

    DJ 14-10-23 16:26
    아....가슴이 따뜻한 분이시군요
    그분들에게 더욱 힘겨운 겨울이 오고 있으니 걱정이네요~
    로데오 14-10-23 16:32
    아마도 그 분과는 큰 연이 있었던 듯 합니다ㅡ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하물며 매일을 인사까지

    나눌 사이라면 틀림없을것 같습니다ㅡ


    그 분께 얼마만큼의 "빚"을 지셨을 수도 ㅡㅡㅡㅡㅡ^^


    "마음의빚"
    긍휼히 여기는 그 마음 씀씀이도 갚는 방법일겁니다ㅡㅡ^^
    소박사 14-10-23 16:35
    제 거래처는 80되신 할머니이십니다^^

    가끔 저 쓰라고 1.000.000.0000짜리 수표도 갖다주십니다.

    다운로드 상품권요 ㅎㅎ
    랩퍼◇리 14-10-23 16:43
    글을 참 이쁘게 잘쓰시네요

    마음도 이쁘시구,,,,

    창국님은 이쁜사람입니다
    노벰버레인 14-10-23 16:59
    가슴이..찡하네요


    은둔자님 글이 그립네요..ㅜ.ㅜ
    소풍 14-10-23 17:00
    아름다운 마음
    그 마음을 참으로 잘 표현 하셨습니다.

    자게방의 새로운 고수의 등장이십니다.

    모처럼 글을 읽으며 마음이 울렁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retaxi 14-10-23 17:16
    따스한 마음이 가득한 글이군요!
    보는이의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고맙습니다.
    내맘데로 14-10-23 17:23
    그때까지 좋은기억을 만들어 놨다가
    그때가서 하나하나 곶감으로 쓸수 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창국이 14-10-23 17:27
    유행가 가사를 인용해서 부탁 하나 드립니다


    익히 아실분들이니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아세요 ....
    그저 조용히 머물고 싶답니다
    소풍 14-10-23 17:29
    편안하게 쉬다 가시길..

    자주 좋은 글로서 뵙고 싶습니다.
    달구지220 14-10-23 17:29
    아~~~~~
    눈시울이 젓습니다.................................
    달구지220 14-10-23 17:30
    자주
    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로드레곤 14-10-23 17:51
    창국이님의 글에 읽는 제 맘까지 따스함이 전해져옵니다.

    깊은 감사드립니다.
    두개의달TM 14-10-23 17:53
    태생이 원래 그래서인지

    우스갯 소리 하며,다가설수록
    외딴방에 홀로..웅크리고 있는듯한
    외로움이 듭니다

    관계 맺지 맙시다.
    이곳이 인터넷이니// 소개글이 가슴을 파고 듭니다.


    가을이오기는 왔나봅니다.
    더남자 14-10-23 17:56
    오랜만에 자게방에 가슴따뜻한 좋은글들이
    올라오니 훈훈합니다 ^^
    유수객 14-10-23 18:33
    따듯합니다.

    마음을 이어 마음을 여며주는 아량을 이미 갖고 계신 분이십니다.

    탁류 한 가운데를 가르는 맑은 물줄기를 보는것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가끔 좋은 글 부탁드려도 될까요
    뭉실뭉실 14-10-23 18:41
    따뜻함이 넘치는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부지와함께 14-10-23 18:43
    조금 더 기다려보아야 하겠지만

    왠지 무지개가 뜰 것 같다는 느낌...ㅎㅎ
    漁水仙 14-10-23 18:43
    경험하지 못한 노인의 삶을 짐작 하며 위로 해드리는것만으로도

    이미 선한 이웃 입니다


    좋은 이웃으로 자주 뵙기를 원합니다^^
    여름에는계곡 14-10-23 18:55
    자주뵙고싶네요 한동안자게방이싫었는데
    다시 정을붙일수있는다리를놓으신것같아
    다시금감사드립니다
    달구지220 14-10-23 19:11
    읽고 또 읽어봅니다.

    싸움으로 탁해진

    제 마음에 큰 따스함을 주셨습니다.
    새벽안개속으로 14-10-23 19:18
    님의 글에 박수 보냅니다.
    한밤 14-10-23 19:32
    감사~합니다
    지나가는꾼 14-10-23 19:36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여기도 처음 발걸음 하셨으니 거래처로 등록된겁니다

    부담없이 자주 들러 주십시요
    조락무극 14-10-23 19:40
    내 노년은 어떨까 하는 생가해 봅니다
    님에글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ㄹrㅇiㄴi 14-10-23 19:57
    가슴속 깊은곳까지 따뜻함이 밀려옵니다
    고맙읍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자게방에 첫걸음을 님 덕택에
    내딛게 됐네요^*^
    월악 14-10-23 21:24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시작이반 14-10-23 22:14
    상강으로 서리가 내리는 이 계절에
    님의 따뜻한 글로인해 주위에
    온도가 오르며 따뜻해져 옴을
    느낍니다.
    초벌낚시 14-10-23 22:26
    많이는 아니지만 가끔 파지가 나와서
    가게앞에 나두면 10분안에 치워가시는데
    처음에는 한분인줄 알았는데 여러분이 계시더라구요
    가끔 가계앞에서 싸우시길네 지금은 가계안에다
    모아눟고 한번에 한분에게 직접 갖다드립니다
    황달붕어 14-10-24 06:22
    새벽에 읽는 이 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군요..
    늙어감과 외로움을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케 해준 좋은글
    잘 느끼고 갑니다^^*
    독구다이 14-10-24 07:47
    마음이 따뜻..
    좋아요..
    손영재 14-10-24 08:25
    출근했네요
    좋은글 읽고 하루를 시작해봅니다
    이박사™ 14-10-24 09:19
    마음이 따뜻하신 분. ㅎ
    황금붕어야 14-10-24 10:24
    님 복받으실겁니다. 우리네도 사간이흐르면 늙어갈것입니다. 잘해드려야 나중에 돌아옵니다.. ㅎㅎ
    후니아빠00 14-10-24 10:28
    저도 나름 거래처가 있었는데...언제부터인가 안보이시길래 불길한 예감(예전에 전화드렸더니 편찮으셔서 병원이라던 생각이 나서)으로 전화를 드리니 이젠 몸도 불편하셔서 못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다행이 자식들이 있는 할머니라서 자식들이 보살피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바다제왕 14-10-24 16:15
    내 집에 찾아온 낮선 사람이라도 따뜻한 밥 한그릇 대접하여
    덕과 복이 쌓인다는 것을 알고 조상들이 행하던 일이였지요 님도 같이 좋은일 많으실거예요
    민소아빠 14-10-24 18:47
    따듯하신 마음 잘 배워갑니다..
    승원뉨 14-10-24 19:41
    저희도 한분에게ㅡㅡ
    다리가아프셔 2층 못올라오시게 될때부터는
    저희가 내려드립니다..
    윤아아영 14-10-25 12:32
    공감이 가는 글 잘읽었습니다.
    님처럼 가슴이 따뜻한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강바람따라 14-10-25 23:38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눈쟁이 14-10-26 20:11
    세월이 무척 빨리 지나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물찬흑돼지 14-10-27 15:41
    마음이 따뜻하고 예쁘시네요
    그래서 그런지 글도 예쁘네요
    무명님 14-10-27 17:25
    따뜻한글 감사합니다.
    낙수불입 14-10-27 21:54
    좋은 주거래선를 두신 그분은 그나마 큰 위안이 되실 겁니다.

    님 같이 훈훈한 분이 많이 계셨으면 하는....바램이 있네요...
    새벽찌 14-10-29 11:05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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