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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잎 반찬

    흰당나귀 / 2014-10-29 00:01 / Hit : 7516 본문+댓글추천 : 0

    오늘 하루도 너무 길었다.

    퇴근즈음 "까똑" 이라는 앙증맞은 소리를
    내며 낡은 사원복 주머니속 폰이 짧은 신호를 준다.

    메세질 열어 확인해 보니
    찍혀있는 몇글자는 퇴근시간을
    더 더디 흐르게 하는 마법에 주문 같았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어머니 오셨어요. 일찍들어와요♡"


    아내에 메세지는 늘 이렇게 끝에는
    하트를 띄운다.

    그다지 감흥없는 버릇같은 하트를....



    월급쟁이 하루는 늘 같은 시간에 반복과
    늘 보는 익숙한 얼굴들과에 부대낌
    그 시간을
    한통에 메세지가 망각을 준다.


    약속하지 않아도 늘상 연장근무인듯 하는
    퇴근길에 소주한잔.

    어떤날에는 못이기는척 받아들이는
    친구놈들과에 피로회복제라는 핑계로
    마시는 한잔.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되겠다...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동료에게,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버릇이 되버린
    그 퇴근길 유혹을 오늘은 미뤄야 할것 같다.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달콤한듯한 소주한잔과 두꺼운 돼지고기 한점이
    일과에 마무리인양 하던 어제와는 다른 오늘.


    오늘은 발길을 곧장 집으로 향한다고!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하루쯤 결주를 한다해도 그게
    그렇다고 서운해 하지도 않을 그들과
    그렇다고 미안해 하지도 않는 나.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현관문을 아이마냥 신이나서 벌컥 열었다.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큰놈 작은놈 두녀석이 기다렸는지, 일찍 퇴근한
    내가 달라보였는지 크게 인사를 한다



    근데 말이야 이거...
    아.... 이 냄새....

    막내녀석이 나에게 귓속말로
    "저 반찬에서 나는 냄새예요"

    미간이 찌푸려 졌다 .

    잠시다 .


    냄새에 이유를 알고 금새 나는
    행복했다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울 엄니식 삭힌 콩잎 반찬.... 그 향.
    내가 젤 좋아하는 퀘퀘한 촌놈 반찬.

    아부지 세상 떠나시기 전까지 늘 상에 올랐던
    그 삭힌 콩잎.

    온 집안 가득찬 그 엄니 향기....

    두녀석들 보란듯이 표정을
    맛있다는듯이 더 과하게 지으면서 먹었다.


    그 냄새는 울 엄니 오셨다는
    표찰처럼 느껴졌다.

    겨우 불혹넘긴 젊은 준중년에게는
    무거운 어깨도 불안한 내일도 잊게하는
    은은한 엄니 향이다.
    든든한 엄마 냄새다

    저녁식사 내내 엄니향에 웃고
    엄니 건강하심에 웃었다.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조금전
    아내는 내가 웃고있는 이유를
    내가 일찍 퇴근을 한 이유를
    다 안다는듯이 입을 삐쭉거리며 묻는다.

    "어머니 오시니까 그렇게 좋아요?" 라고


    "그래 좋으네....오늘은
    울엄마가 나 볼려고
    나 삭힌 콩잎 만들어 줄려고 오셨거든."



    freebd11480136.jpg

    해머맨 14-10-29 00:20



    이런 우연이..

    저도 모친표 콩잎,깻잎과 함께 한소주 합니다..

    Good job!!!

    세상의 모든 모친,엄마님들..

    야속한 아들래미가 철들때까지

    부디 건강들 하십시요~~

    사랑합니다..♡♡♡
    흰당나귀 14-10-29 00:26
    헤머맨님 반갑습니다
    댓글 잘읽었습니다

    사실 요즘 얼마나 맛난 음식이 많아요 그쵸ㅎㅎㅎ
    그래도 엄니표가 더 좋습니다
    기일손 14-10-29 00:42
    가족 가정이란게 큰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한 동안 무심했나ᆢ노친네 생각이ᆢ
    흰당나귀 14-10-29 00:46
    기일손님 늦은 시간까지 잠자리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기일손 14-10-29 00:52
    참 글 내용이 좋아서 ᆢ
    잠시나마 멍하니 생각하게 하네요
    덕분에 좀 더 좋은 생각을 하게 되어서 제가 감사합니다 ^^
    두개의달TM 14-10-29 01:13
    후 결재를 받기위해 대구로 내려가던날,

    대세(?)는 이미 기울었음을 인정하신듯 ,
    체념 하신듯 하시지만,

    여전히
    못마땅해 하시는 장인어른의 눈총을 받으며,눈칫밥을 먹고 있을때

    장모님이 숟가락위에 올려주시던
    콩잎 반찬


    깻잎보다는 두툽하고 거친 식감
    ?
    이거이 몰까?

    오빠! 그거 콩잎 된장에 재운거야
    맛있지?

    콩잎 ?....!!!! ㅇㅇ

    그때가 어제 같은데......
    흰당나귀 14-10-29 01:20
    내일도 모레도 늘 그때 같으시길....

    장인어른을 저는 아부지라고 부르는데
    처음엔 이건 뭔 돌아이야 라고 생각했다더군요

    지금은 그냥 막 대해주심니다
    너무 막....
    지나가는꾼 14-10-29 02:15
    까슬까슬한 식감의 콩잎 어머니의 맛이자 고향의 맛이죠

    그때는

    뭘 이런걸 다 먹나 하였는데

    요즘 더 생각 납니다
    달구지220 14-10-29 07:07
    꾸울꺽!!!!

    심히 부럽슴미도.

    저도 한장만 주이소.
    소풍 14-10-29 08:53
    저녁에 한 번
    아침에 두 번

    잔잔한 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져옴을 느꼈습니다.

    자주 훈훈한 글 만나고 싶습니다.
    붕어검문소 14-10-29 08:58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네요
    수원 사는 누나한테 해마다 5Kg 포장해서 보냅니다
    그쪽 지방에서는 못 구한다는군요
    흰당나귀 14-10-29 09:08
    지나가는꾼님 기름종이를 먹는듯한 식감이지요
    꼬롬?한 향이 중독성 있는 반찬.
    220님 한장으로 어디, 입을 약올리는것 뿐이 더
    되겠습니까?
    소풍님 언제까지 엄니 찬을 얻어먹을수 있을까?
    생각하니 금새 우울해지네요.
    붕어검문소님 제가 경북태생에 지금 살고있는곳이
    대구입니다. 콩잎사귀 삭힌걸 이쪽 지방에서만
    먹는건가요?

    흔적남겨주신 님들
    웃는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산골붕어 14-10-29 09:52
    가슴이 뜨거워 잠미더

    생전애 자주 찿아뵙고 할거를 후회하고 있습니다

    담백하고 칼칼한 엄니표 반찬이 그립습니다

    좋은글 자주뵙길 청합나더
    향수™ 14-10-29 09:54
    흰당나귀님, 혹시 시인이세요?

    글에 운율이 시처럼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글, 따뜻하고 행복한 글이라 좋네요 ^^
    소박사 14-10-29 09:54
    고향집이 생각나는 글이십니다.

    오래 오래 모시면서 효도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저수지노숙 14-10-29 10:04
    콩잎,깻잎반찬 해주시던 엄니는
    멀리 가시고 이제는 그 맛을 느낄수
    없게 되었네요.
    흰당나귀 14-10-29 10:09
    생각지도 못한 자유게시판 기라성같은 님들에
    많은 댓글 조금 놀랐네요.

    감사드립니다.
    아부지와함께 14-10-29 10:12
    오늘은

    울엄마가 오셨거든.


    찐한 여운으로 다가옵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흰당나귀 14-10-29 10:17
    늘 아부지와함께님께서
    쓰신 글에 고개 숙이는 사람
    입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공구공구 14-10-29 11:00
    매일보는 엄마인데
    마음이 찡하네요
    흰당나귀 14-10-29 11:34
    공구님 매일 매일 엄마랑 함께 있으심을
    축복이라는 댓글로 대신합니다
    윤아아영 14-10-29 15:51
    당나귀님어머니께서는 행복하시겠습니다

    그렇게생각하는 아들이 있으니..

    글 잘읽고 갑니다.^^
    텐투 14-10-29 16:27
    논뚜렁까제미 ~~^^
    얼름꾼 14-10-29 20:00
    마눌 솜씨가 아무리 좋아도,어머님 손맛엔 비교가 되지 않지요.자식들 온다고 새벽에 일어나 촌 된장.꼬추.감자.가지 튀김에,우엉이나 호박잎쪄서 따끈한 쌀밥에,거기에 깻잎ᆞ콩잎 삭힌거에 한숫갈 먹어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는데ᆢᆢ그립습니다,휜당나귀님 어머님 잘 모시고 오래토록 행복하세요.
    단군할배친손자 14-10-29 20:57
    음 ~~식은밥에
    콩잎하나 꾹눌러 입속으로
    몇일전 이웃집 아주머니 좀 주길레
    참 맛깔나게 먹었는디..
    또 먹고 잡네 ..콩잎
    simeon80 14-10-30 06:49
    부럽습니다.
    모친께서 건강히 살아계심과 퇴근 출석부 확인을 이해해 주는 부인, 그리고 토끼 같은 아이들...모두 부럽습니다.
    밤하늘엔별 14-10-30 11:59
    삭힌 콩잎의 맛과 모자지간의 정을 느끼고 갑니다.
    어머님께서 만수무강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카리없수마 14-10-31 13:57
    남으시면 저좀...
    저도 좋아라 합니다..
    서울이라서 먹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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