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솟는 그런 소류지가 제게도 하나 생겼습니다. 허구헌날 소류지만 갔다하면 꽝치는 제게도 기회가 왔구나 하는 그런 소류지 말입니다. 일전에 하림이란 무월척 조사를 어설프게 월척조사 반열에 오르게 한 어름한 소류집니다. 제겐 만만해 보이기 짝이 없는 그런 소류지가 되겠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작년에 낚시를 시작한 무월척 조사 경제과 B담당도 아주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고 동행합니다.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고속도로에서 시간은 허비 왜관 IC를 빠져나오니 벌써 오후 5시가 다 돼 갑니다. 올초 답사차 들른 저수지인데도 잘 찾지를 못하고 이리저리 허둥대다가 결국 전화를 통해 길 안내를 받아가며 겨우 소류지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앉은자리 뒤쪽 그러니까 저수지 우측 무너미 부근에는 골프장에서 내려오는 수로가 있었지만 저수지와는 분리되어 있는 것 같고, 이런 작은 소류지에도 여지없이 물오리들이 날아오르고 앉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왕왕 보입니다. 오리들이 때를 지어 한번 나라 오를 때면 무슨 골프공 날아가는 소리처럼 윙윙 날개소리가 생생하게 들립니다. 우리 둘은 어둑해져서야 겨우 대를 모두 편성하고 준비해간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낚시에 돌입합니다.
저수지에 손을 넣어보니 예상한대로 물이 굉장히 차갑습니다. 어제저녁 내린비 영향이겠죠.
날씨에 굉장히 민감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둔감해 지는 것이 꾼인 것 같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어제 내린 가을비로 수온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붕어들의 활성도가 떨어지고.. 음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오늘은 낚시를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결정을 하다가도 누가 엽구리 찌르면 기다렸다는 듯 떠나는 것이 꾼인 것 같습니다. 모든 부정적 입장에서 갑자기 유리한 오만가지 긍정적 입장으로 돌변하는 것이 꾼인 것 같습니다.
우리 둘은 기대에 차서 찌를 응시합니다. 물론 수온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초저녁인데 맨좌측 1.9대에서 입질이 들어옵니다. 한마디 올리는 모습이 약간 경박해 보입니다. 속으로 "잔챙이가 붙었구나"라고 생각하는데, 두 번째는 느긋하게 한마디 올렸다가 내려놓습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찌가 올라옵니다. 깜짝 놀라 챔질하니 빈바늘... 그래도 첫 입질 빨리 와서 반갑기 그지없는데 옆에 앉은 배담당은 좀 전부터 그런 입질이 무지 많아 당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네요. 당겨보라고 했더니.. 조금 후 갑자기 휙~익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보니 배담당이 무지막지하게 대를 잡아채는 소립니다. 물사랑님의 대물낚시 업그레이드 영향이 초보들에게 미치는 순간입니다. 빈 바늘에 새우를 꿰면서 배담당이 한마디합니다. "찌가 너무 빨리 올라와서 챔질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다"고 하네요. 잔챙이가 붙은 거죠.
그 뒤 저의 통새우에도 난폭한 입질이 이어집니다. 전 그냥 두고보다가 한 대를 끄집어 내어보니 새우는 눈알을 하나 분실하고 별탈 없이 있네요.... 완전 잔챙이인 것 같습니다. 배담당의 자리에서는 휘익 휘~익 연신 헛챔질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줄이 떠지는 소리가 두 번이나 들립니다. 배담당 자리에 가보니 낚싯대 두 대가 보이지 앉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자정까지였지만 10시가 넘어서면서 우리 둘은 지쳐버렸습니다. 대를 접기 전에 먹다 남은 김밥 속 소시지를 잘라서 넣어봤습니다. 새우를 넣었을 때와 똑 같은 입질이 이어집니다. 10시 30분 배담당이 대를 접자고 합니다. 우리 둘은 만만한 소류지를 뒤로하고 철수 길에 오릅니다.
* 일시 : 2002. 10. 19(토) 17:30 ~ 22:30
* 장소 : 왜관 매원 소류지
* 날씨 : 흐림(간간이 부슬비)
* 동행 : 배담당
* 앉은자리 : 제방 우측 중류
* 대편성 : 6대(1.9~2.6)
* 수심 : 0.6~1M
* 채비 : 봉돌(12, 20푼 무거운 찌맞춤), 바늘(지누4), 목줄(케브라3합), 원줄(에이스4)
* 미끼 : 새우
* 조과 : 없음
* 특기사항
- 저수지가 너무 작아 수온에 민감
- 잔챙이 수온에 둔감(꼭 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