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 화보조행기 - 작품조행기와 습작조행기가 화보조행기로 통합되었습니다(19.10.11)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보조행기] 미국 땅서 근질근질 발동하는 낚시 생각

    김태공 / 2003-07-12 11:14 / Hit : 2941 본문+댓글추천 : 0

    미국서 처음 해본 잉어 낚시 얘기를 자랑삼아 했다가 핀잔에
    왕따까지 당하고 무안했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아 다음 날부터
    틈이 나는대로 낚시집을 찾아 다녔다.
    시카고 한복판에 미끼도 팔고 하는 내가 찾는 낚시집은 찾을 길이
    없다. 작난감같은 딜린져 권총에서부터 기관단총까지 파는 총포
    상은 그렇게 많은데, 역시 알 카포네 동네답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마켓이라는 큼직한 곳엘 가봐야 각종 스포츠 용품으로 릴
    이며 라드(대), 수백 종의 인조 미끼 루어에서 낚시용 보트까지
    없는 게 없지만, 산 미끼도 파는 우리 나라 낚시점같은 곳은 없다.
    나중 알고 보니 그런 집은 낚시터 인근이나 시외로 나가다 보면
    길가에 `Bait'라고 쓰붙인 점포가 산 미끼도 팔고 음료수 등 잡
    다한 것을 파는 바로 우리 낚시점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처음 그런 집에 들렸을 때 무슨 낚시를 하려느냐는 질문에 난감
    하지 않은 수 없는 게 미국 민물고기 이름을 하나도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급한 대로 낚시 잡지 `Field & Stream' `Fishing
    Facts' 등을 사보며 차차 알아갔지만 베스만 해도 빅마우스 배스,
    화이트 배스 등 무슨 종류가 그리 많은지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
    다. 고양이 수염을 닮은 메기는 Cat Fish 요건 금방 외우겠고,
    Pike(파이크) 글자 그대로 꽁치를 닮은 주둥이가 뾰족한 놈,
    비슷한 이름의 스파이크, 바다 통대구를 닮은 월아이, 사향냄새가
    나는지 모르지만 머스크 등등. 고기 이름 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각종 채비의 표현 방식이다. 우리는 1호줄 몇 호줄 식인데
    미국서는 1파운드(약 450그램)니 줄의 굵기를 몇 파운드로 표시
    하니 자기가 잡으려는 고기의 평균 무게에 따라 줄을 선택할 수
    있으니 훨씬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끼는 대체로 인조미끼 `루어'이고 산 미끼라야 구댕이,
    나이트크롤(연필보다 굵고 큰 지렁이) 밤에 기어다닌다 해서 붙여
    진 이름 같은데, 캐나다에 이민한 많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기업
    형태로 이놈을 잡아 팔아 돈도 벌고 밥줄이 되어준 보기보다는
    귀여운 효자 같은 놈이다. 이민 초기에 말도 기술도 필요 없이 밤
    요기꺼리로 센드위치 한 봉지 저분 하나 들고 나가면 된다.
    물론 저분은 샌드위치를 집어먹는데 쓰는 게 아니라 그 징그러운
    지렁이를 줍는데 쓴단다.
    이래저래 미국에서 낚시에 눈을 떠가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먼저
    이민 온 우리 나라 낚시꾼들의 정보 독점욕이나 그 인색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놀라웠고 참으로 슬프게 느껴졌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인 것은 주정부 환경청에 70년대 당시 년15불
    쯤 내면 매달 주(州)안에 있는 웬만한 낚시터 등 자상한 자료를
    보내 주는데 나에겐 귀중한 정보가 되어주었다.
    환경 보호 등의 홍보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인데 참으로 부러운
    것이기도 했다. 또한 14세이하 60세이상을 제외한 모든 낚시꾼은
    매년 3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유효한 우리 주민 등록증 만한 낚시
    허가증을 받아야하는데, 모든 낚시 점에서 5불 정도를 내고 발부
    받아야 했고, 겨울철 Salmon(세먼-연어)잡이를 위해서는 별도로
    2불50전(지금 우리 돈으로 약 3천원)을 내고 연어가 글린 꼭 우표
    딱지 같은 것을 그 낚시면허 귀퉁이에 붙여야 했다. 하다고 마음
    대로 연어를 잡는 것도 아니다. 그때 당시 법으로 하루 두 마리
    밖에 잡을 수 없고, 산란 중의 연어는 미끼로는 잡히지를 않으니
    스네이크라 해서 우리가 말하는 훌치기로 빨랫줄같이 굵은 줄에
    갈고리 같은 낚시를 두 개만(그 이상은 불법) 달고 무거운 추를
    달아 던져두고 연어가 스쳐 지나가는 떨림을 보고 잡아채는데
    과히 한 판 싸움이고, 사람들이 왜 야구 방망이를 옆에 두고 있는
    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고기를 잡는데 크기, 마릿수 등 법이 까다롭다는 것은
    사실인데, 벌금이 겁이 나서 떨 것은 없다는 것이다. 위반을 해서
    걸릴 일이 거의 없지만,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이겨낼 수 있는
    똥배짱과 스스로 자신을 속일 수 있는 양심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 사람들이 배짱이 두둑하더란 것이다!
    fish-reeling.gif

    김태공 03-07-12 11:20
    안녕하세요?
    월척님의 권유로 `자유게시판'에서 이 곳으로 옮겨왔습니다.
    하잘 것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전 딴 나라에서 한 10년 살때의 경험담입니다.
    지금은 조국으로 돌아와 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랑검객 16-01-12 15:39
    오래된 글이지만 제가 시카고근교에 살며 잉어대낚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재미있습니다.^^


    2024 Mobile Wolch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