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 화보조행기 - 작품조행기와 습작조행기가 화보조행기로 통합되었습니다(19.10.11)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보조행기] 한국 낚시꾼의 오만

    김태공 / 2003-07-12 11:23 / Hit : 2783 본문+댓글추천 : 0

    맑은 시냇가에서 파리를 미끼해서 찰랑이는 물살에 흘려 내리면
    팔딱 뛰며 무는 피리를 잡던 것이 국민학교때였고 그것이 내 낚시
    인생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후 인생살이에서 취미를 묻는 난에는 어김없이 낚시라고 적어
    넣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 만큼 낚시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열악해지는 낚시풍토에 비례해서 안타까
    움도 크가기만 했다. 환경오염, 특히 낚시터의 오염을 탓하고 눈
    살을 찌푸리면서도 스스로 철저히 지키는데는 인색했음을 자문해
    보고 그 오염에 한 몫을 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낚시꾼에 비해 한정된 낚시터가
    몸살을 앓아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낚시를 사랑하는
    참낚시꾼이라면 낚시터도 아끼고 어지럽히는 오염행위야 저절로
    근절되리라 믿는다. 뭣보다 고기만 잡는데 혈안이 된다면 어부가
    될지는 몰라도 진정한 낚시꾼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손바닥만한 붕어라도 잡힌다면 불원천리도 마다 않던 한국의
    낚시를 뒤로하고 참으로 바쁘기만 했던 미국 땅에 살게 되었어도
    주말이면 낚시생각에 몸살이 날지경이였다.
    내가 살던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20여분만 가면 윌로팍(Willow
    Park)이라는 한가한 공원에 미시간호수로 흘러더는 강이 있다.
    한국에서 가져간 세칸대 하나만 준비하고 수퍼마켓에서 달지않는
    옥수수켄 한두개 맥주 한 팩을 사면 멋진 낚시채비가 된다.
    푸른 잔디 그늘진 큰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낚시대를 드리우고
    구수한 옥수수를 안주삼아 쉬원한 맥주 한켄을 따면 정말 멋지고
    낭만적인 낚시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끼라야 맥주 안주겸 가져간 옥수수 낱알 3∼4정도를 큼직한
    바늘에 끼우고 찌를 달고 던져 놓어면 몇 분이 안되어 자짜리
    잉어가 물리는데, 캬! 그 통쾌감이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다만 멋진 찌놀림을 볼 수가 없다는게 아쉽기도하지만... 무슨
    얘긴고하니 어김없이 그냥 낚싯대까지 차고 가버린다는 거다.
    그래서 굴직한 줄로 단단히 묶어두지 않으면 그 넓은 강에서
    영낙없이 낚싯대는 잃어 버리고만다.
    그런데 수도 없이 잡히는 고기 처분문제에 고민이 생겼다. 미국
    에서는 잉어를 아무도 먹지 않는 것 같았다. 모두 살려주자니
    한국 생각에 아쉽고해 3자 정도되는 놈 한 마리만 가지고 왔더니
    마침 미국에 와계시든 장모님이 이건 "찌기미다 큰일난다 살려
    주라" 난리를 치는 바람에 맞이못해 살려주기로 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 넣어놓고 보니, 낚시꾼의 애교라는 떠벌림과 허풍이
    아니라 진짜 내 눈에는 욕조가 다 차는 기분이였다.
    다음날 살려주려 가기위해 욕실에 들어가니 이미 배를 하늘로 향
    하고 영영 하직을 하셨다. 눈물을 머금고 장모님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이후 나는 고기를 잡으면 먹든지,
    살려 주든지, 버리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단단히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사람들이 모인 어느 자리에서 그
    낚시 얘기를 한국에서와는 달이 눈꼽만큼도 허풍없이 했드니,
    `미국에서 무슨 잉어낚시를 해요'라는 핀잔에 완전히 왕따 당하고
    쪽팔리는 기분이 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더니...한국에서 손바닦보다 적은 붕어 몇
    마리 잡고 침을 겔겔거리며 허풍을 칠때는 언제고..."
    내 중얼거림에 옆에 앉은 마누라 왈 "여가까지 와서 또 낚시 과부
    만들 작정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에서, 김태공


    김태공 03-07-12 11:31
    아래 글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사연을 적었습니다만...
    여기서는 Applet, iframe으로 된 Tag는 적용되지 않는 점이 아쉽네요.
    주인장이 조치를 해제해 주시면 좋은데...
    `자유게시판'에서 코멘트를 해주신 몇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배희찬 03-07-12 11:48
    정말 잘 읽었고 좋은내용이었읍니다. 조금더 생각에 잡히게 한는 내용이었구요...그나라는 땅이 넓으니 별것이 다있네요.....
    항상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버들지기 03-07-12 11:48
    정말 잘 읽었고 좋은내용이었읍니다. 조금더 생각에 잡히게 한는 내용이었구요...그나라는 땅이 넓으니 별것이 다있네요.....
    항상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탈퇴한회원 03-07-12 16:27
    대구 사신다니 언제 데스크에 한 번 놀러 오시면 좋겠네요.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조행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귀 기울여 보고 싶습니다.
    거기다 입도 즐겁게 하면 더 좋겠죠..^^
    방랑검객 16-01-12 15:47
    제가 시카고 근교에서 낚시를 해서 그런지 잉어대낚 하셨을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저는 요즘 마켓에 파는 Yellow Cornmeal (재빵용 옥수수가루)과 중부시장에서 파는

    깨보리건빵과 고소미를 갈아서 섞고 거기에 델모트 옥수수켄을 하나 섞어 떡밥을

    만들면 타율이 높은 최고의 떡밥이 됩니다. ^^


    2024 Mobile Wolch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