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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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조행기] 다시 찾은 회룡지....2편

    탈퇴한회원 / 2003-06-10 21:59 / Hit : 2932 본문+댓글추천 : 0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예상대로 차들이 많지는 않다.
    여유로운 출발은 아니지만 중간에 한번쯤 쉬고 가도 어둡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두어 시간 운전 후 적당한 휴게소를 찾아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는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여유로움이란 장거리 출조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한 가지가 아닐 수 없다.

    이화령 터널 조금 못미쳐 있는 이화령휴게소는 여느 휴게소와는 달리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아니, 황량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작년 겨울엔 특히 더 그랬다.

    문경이라는 도시에 들어서면 웬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고향 역시 탄광촌인 까닭이다.
    무궁화호 밤열차를 타고 사북, 고한, 태백 등의 폐광지역을 지나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다.
    이따금씩 열차가 정차하면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빠져들기도 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검은색 일색의 풍경이지만 그 모든 것이 내 눈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뚜렷한 영상으로 다가온다.
    탄광촌 사람들의 질곡의 삶과 애환이 이 곳 어딘가에 서려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어느새 회룡지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 철수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
    어디로 자릴 잡을까 고민하고 말 것도 없이 곧장 관리소 좌측 상류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 지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약 1m 정도는 빠진 듯 하다. 
    인근에 경천호가 있어서 물을 많이 빼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작년의 멋진 회룡지를 상상하며 그 먼길을 한 걸음에 달려왔는데
    장마가 휩쓸고 간 것 처럼 볼상 사납게 변해버린 회룡지를 보니
    적잖이 아쉬움이 남는다.

    하는 수 없다.
    잠시 대나 담궈보고 가야지.
    관리소 우측 연안쪽에 자릴 잡고 3.2칸과 2.5칸 두 대를 폈다.
    곧 철수해야하기 때문에 떡밥은 조금만 갰다.
    떡밥을 밤톨만하게 몇번 달아던져야 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제대로 투척이 될 지 모르겠다.
    밤에는 거짓말 처럼 바람이 자던데 오늘은 9시가 다 되도록 바람이
    잘 줄을 모른다.
    애써 달은 밤톨만한 떡밥이 엉뚱한 데에 풍덩 떨어진다.
    에거거 아까운 것.....
    몇번 품질하고 나니 이젠 제법 바람이 잔다.
    금새 일렁이던 물결도 잠잠해지고 저 멀리 케미 불빛 두 개가 환한 빛을 내고
    반짝인다.

    이상하다.
    금방이라도 찌가 불쑥 올라올 것만 같은데 아직 찌는 미동도 않는다.
    이젠 떡밥을 콩알만하게 해서 달아던진다.
    저 멀리 왼쪽편에 앉아 있는 분들은 아직 철수할 생각이 없나보다.
    다행이다.
    저 오른쪽 직벽 부근 산 아래에 딱 버티고 있는 하얀색 변소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한참 찌를 쳐다보가다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스으윽 돌아간다.
    만약 오늘 나 혼자만 이 저수지에 남았더라면 아마도 머리칼이 쭈뼛쭈뼛 섰을거다.

    문득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새우를 달아놓은 것도 아닌데 깔짝대는 입질도 한 번 없으니 이것 참
    답답한 노릇이다.
    시조회 때 넙죽 절하면서 사구칠 한 마리 점지해 주십사 빌었는데
    아무래도 정성이 부족했나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찌를 바라보고 있는데 순간 2.5칸 대의 찌가 깜빡하는게 보인다.
    오 저것이 입질이더냐?

    to be continued.....

    물사랑 03-06-10 23:44
    절묘하다 절묘해.
    이화령휴게소 뭐 별난거 있다꼬 그거 다 챙기고
    탄광촌으로 끌고 갔다가
    하얀색 변소....

    '오늘만 읽고 다음편은 안본다.
    붕어도 엄는 조행기일텐데 어차피..'

    뚝새님 내 생각을 읽었는가?
    찌가 깜빡인단다.
    찌가 깜빡인다는데 다음편 안볼 장사 엄따, 낚시꾼이라면...

    정말 절묘하다, 절묘해!!
    대박 03-06-11 10:42
    1편을 본지 한달은 된거같습니다.
    역시나 붕어는 안보이고....
    3편을 기다려야하니.... 으으..

    탈퇴한회원 03-06-11 11:34
    뚝새님 안녕하세요?
    회룡지 건너편 쪼아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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