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 화보조행기 - 작품조행기와 습작조행기가 화보조행기로 통합되었습니다(19.10.11)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보조행기] 붕어를 보여줄까? 2편

    뚝새 / 2003-03-04 21:04 / Hit : 4188 본문+댓글추천 : 0

    순간, 4칸 대의 찌가 움직였다.
    숨이 멎는다.
    아!
    드디어 오늘, 대물꾼 뚝새 일 내는구나.
    으흐흐....
    그럼 그렇지. 참으로 하늘이 무심하지만은 않구나.
    '아흐흐흐.... 행님 나 4짜 잡았어요.'
    '뭐야? 4짜라고?'
    눈이 똥그래진 행님 얼굴이 떠오른다.
    '장하다 뚝새야, 난 니가 해낼 줄 알았다. 니 대물꾼 아이가!'

    오만가지 잡생각이 떠오르는 걸 억지로 참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챔질 준비를 하는데
    아 이게 뭐여, 찌가 더 이상 꼼짝을 안 한다.
    오매, 허탈한 거....
    입질이 아니었나보네.
    으으으.....

    들쑥날쑥하게 던져 놓은 7개의 찌를 좌에서 우로, 다시 우에서 좌로 고개를 돌리면서
    쳐다보다가 수면과 편평하게 맞춘 찌에서 한 두 마디 올려져 있던 찌를 본 순간
    그걸 입질로 착각한 것이다. 나 이런...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다.
    계속 여기서 죽때리고 있어봐야 별 볼일 없을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배도 고픈데 라면이나 끓여 먹고 딴 데로 자릴 옮기던가 해야겠다.
     
    휴대용 버너를 꺼내기 위해 낚시가방을 열었더니 온갖 잡동사니가 와르르 쏟아진다.
    케미며 바늘집이며 총알이며 낚싯줄이며 모기약이 얼기설기 엉켜나온다.
    하나하나 다시 가방 속에 주워담는 동안에도 혹시나 그 사이에 찌가 올라올까봐
    잠시도 한 눈을 팔 수가 없다.

    버너를 꺼내 불을 붙였다. 조그마한 놈이 그래도 화력은 좋다.
    금새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자고로 맛있는 라면을 먹으려면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된다.
    제발 올해는 우리 빅뚝 행님 라면 좀 잘 끓였으면 좋겠다.
    그나마 나보고 라면 끓이라고 안 그러니까 맛없다고 투정할 수도 없는
    처지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도대체 이게 라면인 지 국수인 지 모를 정도니깐....^^
     
    바람을 타고 맛있는 라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자, 이제 슬슬 먹어볼까나.
    아차차차!
    이런, 젓가락을 안 가지고 왔네 그랴.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했노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한 가지를 빠뜨렸구만.
    라면이 불기 전에 얼른 먹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일단 텐트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둘러보니 젓가락으로 쓸만한 나무가 없다.
    아쉬운대로 갈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젓가락 처럼 만들어서 맛있게 얌얌.

    꺼억~~~
    라면 두 개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다.
    젓가락 만드는 동안에 좀 불어서 그렇지 이 정도면 형님이 끓인 라면보다는
    훨씬 맛있는 라면 아닌가!

    그나저나 라면 두 개를 작살내는 동안 찌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냥 회룡지에서 할 걸 그랬나?
    에라 모르겠다. 일단 대나 접고 보자.
    대 펴는 건 좀 오래걸리지만 접는 건 순식간이다.
    그야말로 하수의 전형적인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히히~~
    보는 사람도 없는데 대물꾼 체통이 무슨 대수냐.
    그냥 잽싸게 주워담아 철수하는거지.

    자, 이제 어디로 가지?
    새물찬스님이 알려준 부들밭으로 가볼까?
    아직은 이르다고 했는데....
    말도 없이 혼자 먼저갔다고 뭐라카면 어떡하지?
    그 부들밭 어두워지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던데....

    그러나 암만 데굴휘를 굴려봐도 부들밭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좋아, 일단 가보자고.
    내가 여기서 그냥 물러갈쏘냐?
    아자자자자~~~~~~
    고우, 부들밭으로......



    오늘은 이쯤에서 쫌 쉴랍니다.^____^

    Bigdduksae 03-03-04 21:40
    아이구 죽겠다 ....!
    기냥 좀 끝까지 올려~
    그리고 오~냐! 내 라면이 그렇게 맛이 웃겼다 이거지?
    오냐 인자 라면 끓이면 부담없이 내 혼자 맛있게 먹어주꾸마.꺼이 꺼이...
    탈퇴한회원 03-03-05 00:28
    ㅋㅋㅋ
    역시 뚝새님 다운 조행기네요...(공감, 칭찬, 간질간질..^^)

    그래도 빅뚝새님은 라면이라도 끊이실줄 아시죠...
    전 라면 물도 못맛춥니다. 바보삼대가 가면 늘 전 젖가락만 쩝쩝 빨다가
    백수랑 대무리가 오이소!~~하면 껄쩍댑니다..
    맛이 환장입니다.
    우리 바보삼대 언젠간 내가 얼큰함 매운탕 끊여줄께......
    나좀 말려줘~~~^^
    물사랑 03-03-05 10:02
    올해부터는 2부로 끝나는게 아니라 아예 더 늘이는군요.
    안읽을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다 읽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조행기-

    이걸 3부로 또 끌고 간단 말이지요?
    아무것도 아닌 조행기를....

    근데 3부는 언제 나오는교?
    박중사 03-03-05 12:09
    뚝새님 !
    2부에는 워리 한 수 하셨기를 기다렸는디
    3부에 나올라카는 모양이네예,
    빨리 3부 보내주이소.
    설촌 03-03-06 08:24
    흐미~~~

    얼렁 마무릴 해야될낀데...

    낼 모레... 또 출조나가려면 바쁠낀데....
    머슴 03-03-12 15:58
    제가 라면하나는 정말 잘 끓이는디요..........

    일반라면부터 시작해서 짜파게티,컵라면,비빔면, 라뽁기 까정..........

    기회가 된다면 맛나게 끓여 들릴게요^^
    뚝새 03-03-12 19:40
    이궁...
    머슴님 고맙습니다.
    저는 신라면을 제일 좋아합니다.^^
    파 슝슝 썰어넣고 계란 하나 풀어서 먹으면 딱 좋은데.....

    지난 주 토요일날 우본지에 출조해서리 보란듯이 빅뚝 행님한테 라면 끓이는 법을 갈촤드리고
    왔습니다.
    케케~~~~
    아마 다음부터는 조금 더 맛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4 Mobile Wolch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