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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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조행기] 8월 28일 조행기

    초짜폐인 / 2002-08-31 01:36 / Hit : 4444 본문+댓글추천 : 0

    (1) 낚시이야기

    8월 28일 00천
    (註-무슨 川인지 몰라서 00천이라 표기함 -.-;)
    저번 낚시 이후 딱 일주일만에 다시 그곳에 갔다.
    집에 있으니 좀이 쑤시는 것이.. 손도 근질근질 하고 저번에 놓친 고기도 눈에 아른거려 도저히 방구들만 긁고 있을 순 없었다.
    이러다 정말 낚시꾼이 되는 게 아닌지....

    이번 조행엔 廢人 2명이 동행하였고..
    조행때 마다 챙겨오던 아이스박스며 각종 먹거리..캠핑도구들..다 놔두고 최소한의 짐들만 꾸려 가볍게 출조 했다.
    3명의 낚시장비라곤 들낚 3대, 릴 4대.

    채비는 떡밥채비에 낚시방 주인이 추천해주던 옥수수 깡통 하나.
    몇 일간 내린 비로 인해 물색은 온통 황토빛 이여서 낚시가 될 것인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낚싯대를 드리웠다.
    수심은 1m가 조금 넘는다.
    찐 깻묵과 어분, 강냉이 섞인 떡밥, 미숫가루도 조금 섞어 릴용 떡밥 만들어 던지고.
    들낚엔 글루덴5 혹은 옥수수 두 쪽 끼워 던졌다.
    찌와 봉돌을 맞춰 바늘을 살짝 띄워 중층을 노려보았다.
    찌가 물살을 따라 살살 떠내려가는 것이 제대로 띄워진 것 같았는데..잡히는 건 피라미.

    낚시점 주인이
    "강냉이로 하면 큰거 잘 잡히니더. 잔챙이들은 얼씬도 못한다 카이.."
    "고수들은 이거 자주 쓴다카요." 해서
    강냉이 깡통 1,500원 주고 샀더니만 피라미 만 총총..
    (물이 너무 흐려서 안 되는 것 같았다.)
    걸어놓은 릴에는 금방금방 漁信이 오고..주변 경관을 살필 틈도 없이 떡밥 갈아 던지기 바쁘다.
    총 조과를 살펴보니 붕어 26마리에 36cm되는 잉어1마리였는데 모두 릴로 잡은 것들이다. -.-;
    대게의 붕어들이 20cm가 넘는 씨알 좋은 놈이었으며 강붕어라 그런지 힘도 좋다.
    물풀 속으로 파고드는 놈을 10여분 가량 실랑이하여 잡아놓고 보니 20cm정도 되는 놈이었고. 오히려 잉어는 쉽게 낚은 편이었으니..크다고 다 힘쓰는 건 아닌 모양이다.
    낚기 쉽고 어려움의 차이는 물고기가 물풀을 파고드느냐 바로 딸려 나오느냐의 차이 같으며
    이는 첫 챔질이 중요함을 뜻하기도 한 것 같다.

    챔질 잘못하여 띄워준 놈도 더러 있었는데 강제적인 힘으로 끌어올리다간 바늘에 살짝 물려있는 고기들을 띄워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니..침착하고 여유있는 릴링이 되어야겠다.
    뜰채(드디어 장만했다. -.-;)잘못 떠서 놓친 놈도 몇 있었다.
    이것 역시 요령이 필요한데 뜰채로 고기 잡으려고 덤벼선 절대 안되며 바닥에 뜰채를 깔아놓았다가 자연스럽게 퍼 올려 물살에 고기가 밀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날 또 생각한 것이 있다면
    물고기들은 미끼에 큰 영향을 받진 않는 듯 하다.(육식성과 초식성미끼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보단 물의 온도라든가 탁도.. 주변의 환경(소음, 불빛 등의 요소)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이는 물고기의 활성도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들이며 아무리 좋은 미끼라도 역시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낚시는 꽝이 아닌가 싶다.


    (2) 자연 이야기

    밤이 되니 오락가락하던 비도 그치고..
    솜이불 같은 구름사이로 수줍은 듯 반달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거무스름한 정자나무사이로는 형광빛 반딧불이 춤을 추고 미루나무 뒤에선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와..이에 뒤질세라 목청껏 가을이 다가옴을 알리는 귀뚜리들 울음소리.
    이 얼마나 오롯한 풍경인가..?
    그리고 몇 년만에 다시 보는 반딧불..

    반딧불의 향연은 나에게 작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예전엔 정말 흔하고 흔하던게 개똥벌레라 저녁 무렵 들마루에 나와 있노라면 어디서 몰려들어온 반딧불들인지 무수히도 날아다녔었다.
    그 당시 나는 어디서 螢雪之功이란 말을 주워듣곤
    정말 반딧불로 공부할 수 있는지 시험하려고 그놈들을 잡아다 비닐에 담아놓고 가지고 놀곤 하였는데...그놈 똥구녕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서 가지고 놀기에는 좀 거시기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

    개똥벌레에 얽힌 추억들이 마치 서랍장 속 낡은 사진을 꺼내보는 것처럼 기억의 저편에서 묻어 나오고.. 오염원 없이 깨끗한 자연을 만끽하고 있노라니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나마 이곳은 아직 덜 오염된 지역이었지만
    이런 자연이 언제까지 사람들 손길을 비켜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람의 손길을 타면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리는 연약한 자연이 아니었던가..

    이곳 역시 사람들의 손길로부터 온전할 순 없는 듯 오염될 조짐을 보인다.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니 낚시꾼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악취를 풍기며 뒹굴고 있었다.
    소주병과 비닐에 쌓아둔 쓰레기더미들..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그 쓰레기들을 치우려고 하였으나..썩는 냄새와 그 지저분함에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쓰레기 다 묶어놓고는 왜 그냥 버리고 가냐?"
    "에라이.. 썩을 xx에다 피라미 x만도 못한 xx..!"
    평소 온순(?)한 성격의 초짜폐인 이지만.. -.-;
    이런 것 보면 욕을 안할래야 아니 할 수가 없다.
    낚시꾼이 머물다 간 자리엔 각종쓰레기와 잔챙이들 시체뿐..!
    (꼭 그렇게 흔적을 남겨야 직성이 풀리나?)
    그나마 나무젓가락이나..종이류의 쓰레기는 금방 썩어 없어지니..환경오염이 덜 하지만 플라스틱이나 비닐종류는 정말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3) 낚시꾼 이야기

    아침녘이 되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물어보는 것은 역시
    "고기 많이 잡히니껴? 얼마 잡았는데요?"
    "뭐 그럭저럭 합니다."
    망태에 물고기가 가득했지만 흙탕물이라 잘 보이지 않아서 인지..나의 낚시폼이 어설퍼서인지..다행스럽게도 자리잡고 낚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남의 망태 살펴보고 낚시대 펴는 꾼들이나..어디어디 잘 잡힌다더라..하는 소문 듣고 낚시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자기만의 좋은 낚시터를 찾는 것 또한 얼마나 재미있고 가슴 설레는 일인가?
    철새처럼 남의 말에 이리저리 휩쓸리지 말고..자기만의 아집이 있었으면 한다.
    (어쭈, 초짜 주제에 이젠 훈시까지 하네? ^.^;;a)

    이런 일도 있었다.
    아침녘에 릴 던지다가 뭐가 잘못된 건지 바로 앞에서 퐁당거렸는데.. -.-;;
    그러자 저쪽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지네들끼리 킥킥거린다.
    서투른 낚시질을 조롱하는 듯 하였다.
    '아니? 이것들이 초보라고 우습게 보는구만..'
    '낚시 초보라고 인간도 초보라고 생각하나? 니늠들 보다 나잇살을 먹어도 더 먹었건만..'

    그랬다.
    낚시터에선 물고기 많이 잡는 사람이 대접받는 것 같았고 큰놈 잡는 사람이 경외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았으며.. 폼이 허접하고 고기도 잘 못 잡으면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았다.
    겉으로 들어나는 '뽀대'에 너무들 집착하는 꼬락서니가...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져 있는 군중들의 심리와도 같은 것 같다.
    허긴..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
    어딜 가나 사람에 치인다.
    물고기들도 우리 인간들이 지긋지긋할 것이다. -.-;;


    (4) 끝맺음

    이틀 동안 낚시를 하며 몇몇 낚시꾼들을 보았다.
    모두 우리보다 낚시경력도 많고 낚시기술도 월등하였지만 쓰레기에 관심을 두는 낚시꾼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이 점이 또 나를 의아하게 만든다.
    낚시 경력이 많아지면 당연히 나 같은 초보보다 환경오염을 걱정하여도 더 많이 하여야 할 것이며..쓰레기를 주워도 나 같은 초보보다 더 많이 주웠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낚시 경력이 많고 고기만 많이 잡으면 낚시고수냐?
    자칭, 타칭 낚시 고수라는 사람들..하나같이 하는 얘기들은..
    어디어디서 몇m되는 고기 수백 마리 잡았느니..하는 자기자랑뿐..

    본인 역시 쓰레기 되 가져온다고는 하나..담배꽁초며 자잘한 쓰레기들 몇몇은 버리게 되니...
    환경오염에 일조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낚시 몇 번 하면서 낚시란 것은 개나 소나 아무나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낚시할 자격이 있을 것 같다.

    이제 막 낚시에 재미를 붙였지만 낚시라는 게 결국 인간의 '욕심채우기'란 생각이 자꾸 들고.. 낚시에 대해 회의도 느껴져......

    점점 낚시하러 가기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보태기)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엔 저질스런 낚시인이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만..
    혹여 저의 조악한 글을 읽고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
    이 아니라 뭔가 찔리는 게 있는 사람. ^.^;;

    나루 02-08-31 08:35
    지두 초짠디요.. ㅎㅎㅎ 그맘 이해함디더... 젓먹던 힘까지 다해서 릴을 쑤우웅웅 던졌는데 세군데서 풍ㄷ덩 떡밥따로 봉돌따로 릴대 따로 ㅋㅋㅋ 근데 젤 먼저했는일이 머냐면요......주위에 사람 있나 살피는 거거든요... 으 ... 팔려라...즐낚들하시구요 태풍에 조심하세요
    오리산 02-08-31 09:26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항상 그맘으로 낚시하시길 바랄께요
    먹붕이 02-08-31 09:45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낚시를 즐기는 것을 보니 바로 이것이 낚시의 참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고기는 못잡아도 그만 잘잡히면 좋고 하는 그런생각 님의 생각을 잘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안동사람 02-08-31 10:16
    언제한번 같이가요~맨날 혼자만 다녔는데....초짜폐인님! 하고 꼭한번 같이 가고 싶네요~ 좋은글 감사!
    납지리 02-08-31 10:29
    닉 바꾸이소 초짜폐인님이 아니라 환경조사 일등조사로...씨레기는 버리는 10 baby(좀 심했나)따로 줍는 분 따로 있으니 실망하지 마시고 즐낚하시소 님의 글은 항상 상쾌한 아침이슬 같슴니다 .님은 진정 4짜조사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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