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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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조행기] 옛날에 안동댐에서

    물사랑 / 2002-08-31 06:05 / Hit : 4938 본문+댓글추천 : 0

    손꼽아 기다리던 가을시즌의 초입이라서 많이들 설레이셨을텐데 무정한 태풍이 한주만 더 기다리라고 하네요.
    잠시 맘 달래시라고 옛날 조행기 하나 올릴까 합니다.

    릴을 한보따리씩 메고 다니던 때에 한해는 안동댐 사월리를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출조를 했었다.
    임동면의 임하댐 수몰예정지역에 하늘에 닿을듯 높은 다리가 놓여지고 있던 때였는데 가까운 안사월엔 길어 없어 못들어가고 산을 넘고 넘어서 바깥사월로 들어가서 경운기 엔진으로 움직이는 배를 탔고 포인트에 진입을 했었다.

    3명이서 릴 8-9대씩 장전 해놓고 텐트 치고 일찍 저녁 끓여먹고 칸델라에 불 켜고 각자 자리에 앉았는데 한친구가
    "어제밤에 바이어 만나니라꼬 잠을 몬잤드만, 한숨 잘란다."
    "무신 바이어??"
    "우간다에서 바이어가 왔다 아이가.."
    "... ???"
    씽크대 만드는 놈이 무신 우간다?? 바이어??

    9시쯤이나 되었을까,
    갑자기 텐트안에서 "악!!" 하는 비명소리에 이어서 "아이구 나죽네-"
    숨 넘어가는 비명소리에 놀라서 뛰어가보니
    잠자던 친구가 텐트바닥을 뒹굴며 곡소리를 내고 있다.
    "와카노? 무신 일이고?"
    "지네한테 물맀다. 대가리에 정통으로 물맀데이."
    "뭐라꼬? 지네가 물었다꼬?"

    실제 지네가 많았다.
    장박하시는 영감님들이 지네를 잡아서 한약방에 팔만큼 지네가 많은 곳이었다.
    그나저나 휴대폰도 없던 시절에 배를 부를수도 없는데 지네에 물렸으니 도대체 방법이 없다.
    지네에 물린놈은 텐트바닥을 구르다가 지쳤는지 누워서는
    "아이고! 내 죽는데이- 내가 이래 죽는구나!"
    힘없이 중얼중얼 죽는 소리를 내고 있는데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덮혀있다.
    안물린 두놈도 물린놈 머리맡에 앉아서 입술이 바짝 타고 있다.

    그렇게 대책없는 시간이 상당히 흘렀는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지네에 물린놈의 죽음이 더이상 진행이 되질 않는것 같다.
    지네에 물리면 항우장사라도 얼마 못버틴다던데 이놈은 두어시간은 지난것 같은데 아직도 죽지를 않고 그냥 중얼거리기만 하고 있다.

    '자슥이 개고기를 하도 많이 먹어서 잘 안죽나?'
    물린놈의 별명이 개고기일 정도로 개고기를 좋아 하는데 어느날 봉고차를 몰고 가다가 골목에서 개를 치었다.
    개가 즉사를 했는데 개주인이
    "난 맘 아파서 몬보겠데이. 당신이 어디 양지 바른곳에 잘 좀 묻어주소."
    울고 싶을때 뺨 맞은 격이라..
    뜻밖의 횡재를 한 녀석이 그길로 그 운명의 개를 가지고 양지 바른 곳에 가서는 바로 된장을 발라 버렸다.
    단순한 녀석은 그날 이후로 개만 보면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안물린 두놈도 물린놈이 죽지를 않고 있으니 슬슬 긴장도 풀리고 이젠 낚시생각이 난다.

    '대가 쎄리 쳐박을 시간인데..'
    '이카다가 날 샛삐는거 아이가??'

    한번 낚시쪽으로 맘이 기울기 시작하니까 안물린 두놈이 더 미칠 지경이다.
    "니 그라마 가만 누버서 함 기다리 봐라."
    ".... ???"
    물린놈보다 더 미쳐버린 두놈은 지네물린 친구놈에게 이런 운명같은 명언을 주고는 전우의 시체를 넘는 심정으로 각자의 낚시대앞으로 떠났다.

    안물린 두놈은 누런 토종잉어를 두마리씩 낚았고
    물린놈은 다음날 철수길에 안동시내의 약국에서 진통제 한알 사먹고는 대구까지 올라오는 동안 코를 골면서 잘 잤다.

    지네에 대가리를 물리고도 안죽은 친구놈은 지금도 감기 한번 안걸리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아직도 나는 지네가 소문보다 독성이 약한건지 아니면 친구놈이 시시때때로 먹어둔 개고기의 효험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나루 02-08-31 08:29
    ㅎㅎㅎㅎㅎ 지네가 아이고 송충이 아임니꺼...
    안동사람 02-08-31 10:04
    지네는 전갈이 아닌데요~~(^_^)
    낚시go 02-08-31 10:31
    동화나 전설에 지네가 악화되어 나와서 그렇지 실제 독은 별로 없더군요. 저도 어릴적에 산언덕에 나 있는 구멍에 새 잡는다고 넣다가 지네에게 손가락을 물렸는데 약간 붓기는 하더군요. 참고로 저는 개고기는 전혀...
    입질!기다림. 02-08-31 13:04
    너무 재미가 있어 읽으며, 계속 웃으니 식구들이 이상한 얼굴로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떡붕어 02-08-31 15:20
    저도 안동댐 마누라옆에가듯이갔습니다만..그런경험은 없어요...잼(?)있는글감사...참고로 아직까지 안동댐 앤 만나듯이갑니닿ㅎㅎㅎ
    환경지킴이 02-09-02 12:34
    하하하 물사랑님의 조행기는 첨 접합니다.재밌게 보고 갑니다.즐거운날 되시구요..
    물사랑 02-09-02 23:38
    때지난 조행기를 읽어 주셔서 모두들 고맙습니다. 앞으로 실시간 조행기를 써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안전조행들 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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