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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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조행기] 휴~ 땀나네... 문경 수로 조행기 후편

    탈퇴한회원 / 2002-12-13 23:43 / Hit : 4340 본문+댓글추천 : 0

    설촌님과 통화를 끝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바람은 강하게 분다.
    물결이 일어 찌가 오르락내리락한다.
    물결 때문에 찌가 올라오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려고 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씩 발이 시려온다.
    발을 난로 앞으로 바짝 당기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보지만 시리기는
    매 한가지다.
    옆에 준비해둔 모포를 꺼내 덮을까 하다가 애써 외면해버렸다.
    아직은 참을만 하기 때문이다.

    골뱅이가 맛이 없는 것일까 전혀 찌의 움직임이 없다.
    영하의 추운 날씨 때문에 낚시대 끝엔 얼음이 주렁주렁 달렸다.

    잠시 찌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 넓은 곳에 낚시하는 사람이라곤 나 혼자 뿐이다.
    저 건너편 도로 위로 꽤 많은 차들이 지나다닌다.
    다들 나를 쳐다보고 웃는 것만 같다.
    후후....

    과연 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미쳤다고 할테지...
    하긴 미쳐도 한참 미쳤지.
    이 추운날 낚시는 무슨 얼어죽을 낚시야...

    급히 오느라고 지렁이를 안 사온 게 걸린다.
    입질도 없고 배도 고픈데 어디 가서 밥이나 먹고 올까?
    좋아...

    시내로 나가서 좌우를 둘러보니 왼편에 낚시가게가 보인다.
    가게로 들어갔더니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지렁이를 한통 사고 요즘 조황이 어떠냐고 여쭈었더니
    좀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씨알이 잘다고 하신다.
    얼음 얼기 전 까지는 낚시하는 분들 더러 있다고....

    근처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데 대를 편 자리가 어딘 지
    잘 분간이 안 된다.
    저쪽 어디였던 것 같은데 어디지? 조금만 더 가볼까?
    이상하다.!
    아까 왔던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금 더 지나쳐온 것 같다.
    그런데 앞을 보니 차를 돌리려면 한참을 더 가야할 것 같다.
    에이.. 여기서 살짝 돌려서 가야겠다.
    길이 좀 좁지만 몇번 왔다갔다 하면 되겠지 뭐.

    길 옆으로 바짝 붙인 후 후진을 하려는데 소리만 요란하고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어 이게 왜 이래?  어디 다시 한번....
    다시 후진을 시도했지만 굉음만 요란할 뿐 차는 꼼짝도 안 한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자갈길 옆 진흙 속에 조수석쪽 바퀴가 푹 빠져 있다.
    더구나 차체가 조수석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운전석쪽 바퀴에
    제대로 동력 전달이 안돼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
    아이고 이거 큰일이네....

    일단 납작한 돌을 찾아 바퀴 뒤에 깔고 다시 한번 후진을 시도했지만
    역시 소용이 없다.
    아이고오... 진짜 큰일이네 이거...
    이번엔 나뭇가지를 꺾어 바퀴 앞뒤로 흙을 좀 파내어 약간의 공간을 만들었다.
    가뜩이나 차체가 낮은데다 연장도 시원찮아서 흙이 잘 파지질 않는다.
    적당히 편평하게 다듬은 후 다시 후진을 시도....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또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돈다.
    휴~~~~ 땀나네 이거...

    다시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점점 더 바퀴가 흙 속에 파묻히는 것 같다.
    점점 걱정이 된다.
    이거 낚시도 못하고 차 빼내다 시간 다 보내는 거 아냐...
    뭐 좋은 수가 없을까?
    무슨 못쓰는 천쪼가리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트렁크를 열어봐도 별
    쓸만한 게 없다.
    몇번 더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봐야겠다.
    다시 차에 타고 전진후진을 반복했지만 약 30cm 정도 밖에 움직여지질 않는다.

    이걸 몇차례 반복하다보니 구슬땀이 흐른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에라 모르겠다. 조금만 더 해보고 안되면 이제 포기다.
    다시 차에 타고 앞으로 붕, 뒤로 붕, 다시 앞으로 뒤로......

    어라!
    아까보다는 조금 더 많이 움직여지는 것 같다.
    잘하면 탄력이 붙어서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번 더 전진후진을 반복한 끝에 마침내 빠져나오는데 성공.
    휴우~~~~~~

    바빠죽겠는데 한 40분 정도는 까먹은 것 같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차례로 대를 꺼내 골뱅이를 떼어 버리고 대신
    지렁이를 달았다.
    통통한 놈으로 10마리씩...

    서서히 해가 지려는 지 조금씩 더 추워진다.
    드디어 모포를 꺼내 덮었다. 막대기도 필요 없다.
    그냥 무릎 위로 걸쳐 놓고 있으면 된다.
    한결 낫다. 찬 바람이 들어오는 탓에 텐트 앞쪽도 자크를 올려 반쯤 가려놨다.
    앞쪽으로 바람이 덜 들어오니까 좋긴 한데 이젠 찌보기가 나쁘다.
    맨 오른쪽 찌를 보려면 고개를 쑥 내밀고 봐야 하는데 이렇게 조금 있으니까
    목이 다 아프다.
    허허...
    웃음이 나온다. 이게 무슨 짓인 지 모르겠다.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서서히 어둠이 찾아온다.
    그렇게 휘몰아치던 바람도 이젠 언제그랬냐는 듯 잠잠하다.
    케미를 꺾어 달았다. 날이 추워서인 지 별로 밝지가 않다.

    바람이 자니까 찌 보기가 한결 좋다.
    그러나 불빛이 희미해서 잘 보이진 않는다.
    딱 한번만이라도 찌를 올려주길 기대했지만 포인트를 잘못 잡은건지
    붕어들이 움직이질 않는건지 찌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여덟시다.
    조금 더 있어봐야 시간낭비란 생각이 든다.
    에이고... 가자 가....
    아쉽지만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내년에 형님이랑 다시 와야겠다.

    이젠 입질 한번 못봐도 크게 실망스럽진 않다.
    서서히 대물꾼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아! 문경의 강바람이 차다.

    관리자 02-12-14 03:50
    ㅡ.ㅡγ 쫜! 백수 일등!!

    뻐하하 뚝새님 넘 잼났어요...ㅎㅎ

    삼편까지 길게~ 갈것이지 ....

    하여간 그 열정........대단하십니다..

    뚝새님을 위해서 좋은 못 두군데는 걍 백수가 양보할께요 -_-;;

    억시 아깝지만.......쩝...... 걍 드릴께요 ㅎㅎ

    고생했어요.......... 그리고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 분위기가 막!!! 느껴집니다........

    다음에는 같이 한번 그런 분위기를 느껴봤음 하는 작은 소망이있습니다

    기회가된다면요............백수드림(__)
    설촌 02-12-14 10:16
    으~~~~~~~~~~~

    문디.....

    일 땀시로 바쁜 와중에....
    좋은 못 2개나 받으시거...

    전여??? 백수님.....

    ㅋㅋㅋ...
    뚝새 02-12-14 11:24
    백수님!
    세개면 세개지 두개가 또 뭡니까?^^
    하나만 더 보태 주시죠....

    으흐흐... 이제 못 세개 확보.^^
    언능 가서 말뚝 콱 박아놔야지...

    설촌님!
    나중에 제가 못 1,000개 접수하면 뚝 짤라서 한두 개 정도 드릴테니까
    쫌만 지둘려보세유...^^
    케케케...







    안동어뱅이 02-12-14 11:52
    겨울에 땀이 났으니 다행입니다.
    차가 오래토록 갇혔으면 계속 땀이 나는 건데...

    다행입니다.
    얼어죽지 않고 살아왔고
    차가 빠져 나왔으니 다행입니다.

    이제 얼음구멍치기를 해야지요.
    뚝새 02-12-14 11:57
    어뱅이님!
    울진 언제 가시나요?
    감생이 많이 잡으세요...
    그런데 너무 엄포를 놓아서 감생이들이 다 도망가고 없지 싶은데...^^
    제가 방금 감생이들한테 어뱅이님 뜬다고 도망가라고 했거든요....

    지는 내일 우본지나 그 근처 수로로 출조할겁니다.^^
    지둘려라 붕어들아....


    물사랑 02-12-14 12:14
    뚝새님, 걱정 했던것 보단 상황이 괜찮았었네요, 땀도 났고...ㅋㅋㅋ
    수로는 예민한 떡밥채비로 짝밥 달아서 공략 하시이소.
    겨울수로 붕어는 둔한 채비, 큰 미끼 잘 안먹을겁니다.
    안지겨울 정도로 땡길만한 수로를 찾는대로 공개 할테니까
    겨울중에 한두번만 낮낚시로 함 맞춰 보입시다.

    수로 한켠에 바람 막히는 갈대밭에 같이 앉아서 찐하게
    함 사귀어 보입시다.
    설촌캉 같이~~
    설촌 02-12-14 12:24
    흐미~~~~~

    물사랑님의 설촌캉 같이란 대목에서....
    감동입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대경에서의 결 수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육자베기 02-12-14 13:09
    뚝새님 나는또 밤세워 쪼았다고 걱정했더니만 초저녁에 철수 하셨나보네...
    오리지날뚝새님 같으면 난로 부탄가스 세개는 조지고 오셔야쥐 ㅋㅋㅋㅋ
    물사랑님 말씀대로 가서 못잡고 고생하더라도 못가고 그리워 하는맘고생 보단
    백번 좋은것 같군여.
    물사랑님 나도 끼워줘요잉~~` 2002-12-14
    13:08:51
    뚝새 02-12-14 14:46
    꼴딱 밤새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다음날 출근해야하니 어쩔'새'
    없었음돠...^^

    육자베기님 땜시 이젠 철수도 일찍 몬하게 생겼네...^___^
    걍 얼어죽어삐까~~~
    다워리 02-12-14 20:34
    차 빠지고 고생 하셨네요.
    지도 오늘, 내년 봄에 갈곳 개척 하느라 빠꾸 한번 했쥬~~~
    모든 소류지들이 꽁꽁 얼었더만요.. 못가에서 담배만 한대 피구 눈도장 찍어두고 왔죠..
    경치 좋고 분위기 좋은곳 두곳 새로 접수 해 두고..철수??
    무월사 02-12-16 14:09
    딱 10년만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나도 한번 시도해 보겠는데...
    뚝새님! 완전히 감동 그 자쳅니다. 그 열정에 뭐라고 평을 해얄지...
    주변이 정리 좀 되고나면 바닷가에 사는 잇점을 살려 열심히 함 다녀봐야지. 날씨가 춥더라도..
    뚝새님, 그리고 빅 뚝새님과 두분의 분인에게 새해에는 늘 어복과 행운이 함께하길
    빌면서 내년에는 꼭 사구칠과 더불어 오공공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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