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큰 비가 한 번 오기전까지 배수와 갈수가 되풀이 될 것입니다.
물을 빼고 있는 ing 상황을 배수기라고 한다면
물이 빼지 않고 배수를 멈춘 stop 물이빠진 상태를 갈수기라고 합니다.
갈수기 즉 배수안정기에 공략할 저수지가 몇몇 있는데..... 낚시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꾼의 생각과 농민의 생각이 쉽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날 비도 왔고 논에 물도 넘치고 푸근하게 대 편성하고 있는데
경운기 타고 와서 못쫑을 뽑아 버리는 멘붕상태를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저도 효령면 소재 무명지에서 희망고문을 당하고 왔습니다.
옮겨 보았자 근처 다른 저수지도 배수의 영향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이 오디 정말 달큼한게 맛있다)
낚시를 감행하자니 배수중이고~~(이 오디 진짜 맛이 씁쓸하네)
그래도 6~7시간이면 배수가 끝나면 붕어가 입을 열지 않을까~~(이 오디는 아무맛도 안난다)
한뿌리에서 난 열매가 왜 이리도 맛이 틀린지........... 그것이 세상이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한 번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올해 낚시가서 크던 작던 붕어 얼굴 구경하지 못하고 돌아 온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있는거 같기도 하고.... 없는거 같기도 하고....
6~7시간이면 끝날 것이란 배수가 아침이 되어도 물이 빠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유동지를 지나 학명지 배수안정기 낚시를 시도 해 보았는데.....
너무 늦게 도착하여 어두어져서 대편성을 마쳤습니다. 물이 좀 더 빠져야 상류 이동이 가능할건데....
앉아 있을려니 입질도 없을 것 같고 자리도 불편하고 분위기도 스산하고 같이 간 일행과 함께 자정 전에 철수 했습니다.
다시 한번 배수안정기 낚시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밤새도록 바람이 붑니다. 의자를 뒤로 젖히는 스르르 잠이 듭니다.
일어나 보니 날이 밝았는데 조건이 좋아 보입니다.
물이 마치 온천수처럼 뜨뜻하고 바람은 완전 죽었습니다.
새 희망을 가지고 미끼세팅을 다시 하고 찌를 응시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입질과 제대로 된 손맛 제대로 된 붕어를 보고 느끼고 만질수 있었습니다.
원래 뜰채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인데... 발밑 수초 때문에 혹시나 뜰채를 펼쳐 놓았습니다.
뜰채 덕분에 비교적 안전하게 붕어를 담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계측해보니 36cm가 나오네요. 참으로 어렵게 낚은 붕어인 것 같습니다.
배수!!
제 경험으로 마른번개와 더불어 낚시의 최대악재라고 사료됩니다.
물속에 살수 없는 우리가 물가에 놀다가 물이 불어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가장 높은 곳으로 피신하듯이
물밖에 살수 없는 붕어도 물이 줄어든다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가장 깊은 곳으로 피신할 것입니다.
거기에다 못쫑의 작은 구멍으로 최상류부터 저수지 전체가 배수 물흐름이 있고 그 물흐름엔 적지 않은 물의 압력이 들어갈 것입니다.
자연 누수가 생기는 저수지는 그다지 배수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경운기로 물을 퍼올려 배수하는 것도 그 영향을 적게 받지만
못쫑을 뽑아 배수하는 저수지에서는 엄청난 배수로 인한 물의 흐름으로 붕어들이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물이 빠지는 것이 멈추고 2~3일 정도 지나면 그간 굶주렸던 붕어들이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면서
폭발적인 조황을 보이는 저수지가 있습니다.
이를 배수안정기라 부르고 싶으며 찬스라면 하나의 찬스라 생각합니다.
평지지 보다 물이 찼을때 포인트 진입이 힘들다가 물이 빠지면 제대로 된 포인트가 나오는 준계곡지나 계곡지에서 조황이 좋습니다.
현재 와신지 등 여러곳에서 배수안정기 호황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가 적게 오고 가뭄이 계속되면
어제 많은 붕어들이 나왔더라도 오늘 배수가 이루어진다면 조황이 몰황으로 이어집니다.
물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배수흐름이 적은 못둑코너부분이나 못둑쪽에 자리 잡은 것이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입질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작은 확율을 높일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배수상황의 낚시에서는 붕어들이 입을 닫기에 꾼들이 할 수 있는 테크닉은 거의 없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수기 낚시가 어렵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