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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안에달 11-08-28 16:36
다른 사연 입니다...아시는 분이 만으실꺼로
벌써 20년도 넘은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어느 대학도시의 기숙사에 우리나라 학생들이 한 십여 명 있었습니다. 낯선 이국 생활이라 당연히 고국의 음식이 그리웠지요. 당시만 해도 한국 음식점이 주변에 없었고 어쩌다 명절 때나 부모님들께서 비싼 돈 들여 보내주시는 밑반찬이라야 받아보기 무섭게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곤 했습니다. 라면이라도 마음껏 먹어보는 것이 모두의 소원이었지요.
프랑스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식품점에서 라면을 팔기는 했는데 홍콩인지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서 "출전일정" 일본상표를 붙인 조잡한 제품이었고, 첨부된 중국식 돼지고기 맛 수프가루를 타서 요리하면 정말 웬만큼 비위가 좋지 못한 사람들은 그 느끼함에 다 토해버릴 정도. 그래서 저희는 수프가루 넣는 대신 소금, 양파, 고춧가루로 맛을 내고는 했지요. 우리나라 우리맛 라면을 너무나 먹고 싶은 마음에 하루는 꾀를 내었습니다.
기숙사 외국 학생들이 모두 삼백여 명쯤 되었는데 학교 식당에서 모두에게 대한민국 라면파티를 멋지게 열어주자고, 그래서 우리나라 우리 맛 라면의 진수를 전 세계에 보여주자고.
그런 내용을 써서,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삼양라면 사장님께, 다만 본사가 당시 서울 종로 청진동에 있었다는 것만 알고서 도와주십사 라는 편지를 진담 반 장난 반 올렸습니다. 물론 무모하고 황당한 요청임을 잘 알기에 저희는 삼양라면에 대해 답신조차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파리 오를리 공항 세관에서 제게 소환장이 날아왔습니다. 외국산 식료품이 무려 2 큐빅 톤이나 제 앞으로 왔는데, 도대체 학생의 신분이라면서 혹시 밀수꾼이냐 아니냐 라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날 밤차를 타고 파리에 상경, 새벽에 오를리 공항에 가서 여차여차 사정을 말하고 물건을 찾아왔습니다. 세관원들은 거의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짓더군요. 말이 2 큐빅 톤이지 작은 봉고차에 가득 차는 엄청난 물량이, 당시 돈으로도 수백만 원 넘는 특급 항공운임표를 붙인 채 제 앞에 쌓인 모습, 라면 상자의 산더미는 제 생전 처음 보는 장관이었지요. 마치 오르기 어려운 높은 산을 정복했노라는 성취의 뿌듯함에 앞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보잘것없는 일개 학생의 편지 글만을 믿고, 라면 백여 상자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운임까지 지불하여 특급우편으로 보내주신 삼양라면 사장님의 마음 쓰심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고 말더군요….
과연 어떤 분이실까. 뵙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고 황송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존경한다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희의 대한민국 라면파티는 대성황으로 끝났고요. 외국학생들에게는 "짜짜로니"였던가요, 자장면 류가 대인기를 끌었지요. 작은 대학도시였지만, 라면파티 한 번으로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년도 더 지나고….
국민기업 삼양라면이 처했던 어려움도 그저 남의 일인 양 지나쳐버리고, 이런 저런 핑계로 삼양라면 사장님께 그 흔한 그림엽서 한 장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오늘 우리나라의 위기를 맞았지만, 삼양라면 사장님의 신념과 배려의 마음을 떠올리며 저희의 희망으로 삼습니다.
물안개와해장 11-08-28 17:12
"삼양라면"은 각본!
"우지(공업용) 라면"이라는
이상한 용어에 희생된 "더러운 정치"의 희생일 뿐입니다.
국민들이 못난 탓으로 일부 언론(3사)이 건실한 기업을 흥하게하고 망하게 하고는 손바닥 뒤집기 보다 더 쉬운 일이 되었습니다.
FishingLife 11-08-28 17:19
삼양라면....제가 국민학교 다닐적에 20원 이었습니다.
라면한봉지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은 부자집 애들이었습니다..
라면을 부수어 스프를 넣고 흔들어 먹던 그맛.......집에가면 항상 그랬지요...
엄마 20원만......
初友 11-08-28 18:24
노보갑님~ 글 잘봤습니다 30년전에 제모습을 상기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제가 스무살이 되던 해였네요..ㅎㅎ
그땐 정말 암울했던 시절이었지요. 정경유착...
그당시 정직했던 기업들은 정치인들의 눈밖에 날수밖에 없이지요..
그 결과는 뻔 했을때구요. 우리 월척 회원님들은 더이상 말씀 안드려도 다 아시지요??ㅎㅎ
그리고 못안에달 님 글도 잘 봤습니다.
에혀~~~~ 나라가 잘 살려면 기업이 잘 돼야되고 기업이 잘될려면 정치가 똑바로 서야 되는데
그 평범한 진리를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만 모를까요.
하얀비늘 11-08-28 19:46
어릴적에 라면은 진짜 고급요리에 속했습니다.
쉽게 먹지 못하고 어쩌다 먹게 된다면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국물 한방울 안남겼지요.ㅎㅎ
그땐 친구들에게 라면 먹은걸 자랑하던 시절이였다죠.
요즘 라면은 왜 그때 그 맛이 안나는지...
은둔자2 11-08-28 20:24
라면의 종류가 더 많아졌으면 ..
삼양라면을 즐겨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