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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물골™태연아빠 / / Hit : 2428 본문+댓글추천 : 0

    나에게 주어진 삶을,
    그것이 넓고 편안한 길이든 좁고 가파른 길이든
    차분하고 담담하게 껴안아 믿음이 가는 친구.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일상에서 벗어나도 좋을 시간이 오면
    왕복 기차표 두 장을 사서
    한 장은 내 몫으로 남겨두고,
    또 한 장은 발신인 없는 편지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고는 은밀한 즐거움으로
    달력의 날짜를 지워 가는 그런 친구.

    행선지는 안개 짙은 날의 춘천이어도 좋고,
    전등 빛에도 달빛인줄 속아
    톡톡 다문 꽃잎을 터뜨린다는
    달맞이꽃이 지천에 널려 있는
    청도 운문사 이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너 보다 한 걸음 앞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는것.

    그래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지붕에 서 있는 풍향계가 종종걸음치는 시골 간이역,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너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

    뜬 금 없이 날아든, 그리고 발신인 없는 기차표에
    아마도 넌 고개를 갸웃하겠지.
    그리곤 기차여행에 맞추기 위해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의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나서
    청바지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기차를 타리라.

    또한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기차의 율동에 몸을 맡긴 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비 도시적인 풍경을 보며
    바쁜 일상에 함몰되어 지낸 그 동안의 네 생활과
    일상으로 부터 탈출을 차표 한 장에 실어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생각하리라.

    예정된 시간에
    기차는 시골 간이역에 널 내려놓을 것이고,
    넌 아마도 낯선 지역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며 개찰구를 빠져 나오겠지.

    그런 후 너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네가..!?'
    하는 말과 함께 함빡 상큼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미지의 땅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발견한 안도감과 일박이일의 여행,
    그 신선한 자유를
    선물한 사람을 찾아낸 즐거움으로 말이다.

    늘 곁에 있지만 바라보는 여유 없어
    '잊혀진 품'이 되어 버린 자연 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 여장을 꾸려
    함께 그러나 따로이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도시를 떠난 건
    바로 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박이일의 여정을 끝냈을 때
    우리는 각자의 내면으로 향한 고독한 여행으로부터
    무사히 돌아왔음을 축하하며,

    우리 일상이 속한
    도시를 향해 가는 기차에 함께 오를 것이다.
    그리고 도시로 돌아가
    자기 몫의 삶을 담담히 살아낼 것이다.

    친구야, 너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네게 선물한 차표가
    결코 일박 이일의 여정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네게 특히 힘들고 고단할 때 보내질 선물이라는 것을.

    내가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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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을지에서...또철아빠님, 각하님, 엽기붕어님, 항상 좋은날님,쏘렌토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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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을지에서...권형님, 덕우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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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을지에서...호촌님과.

    무을지에서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에 따듯하게 남아 있답니다...
    그저 월척에서의 좋은인연으로 아름다운 가슴을 간직하고 싶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참 좋은 조우로 기억되며 남겨지고 싶은 욕심이군요...
    많은 회원님들과 인사 나누는 자리였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하였음을 이해해주시고,
    다음에 만남에 자리에서는 제가 먼저 손 내밀어 맞이하겠습니다...^^

    月下 11-11-09 11:44
    유난히도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있는

    오늘입니다

    물골님 글을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두 갑장 분들이 함께 좋은 글들을 올려주시니

    참 좋으네요

    자주 자주 좋은 글 보게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애무부장관 11-11-09 11:47
    이사진 찍을때 본부석에서 막걸리 마시고있었습니다 ㅎㅎㅎ
    공간사랑™ 11-11-09 11:49
    동안이라고 자랑 하시는거죠?? 다 압니다...ㅎㅎ
    쌍마™ 11-11-09 11:52
    공간님 댓글에 한표^^
    소쩍새우는밤 11-11-09 12:00
    태연아빠님!
    반가운 분들의 모습을
    음악에 담은 좋은 글 올려주셨습니다.
    물골™태연아빠 11-11-09 12:13
    공간사랑님, 쌍마님~~~~~~~~일급비밀을...ㅎㅎㅎㅎ

    여러님들과 한데 어우러지고 싶었지만, 소심해서리...ㅠ.ㅠ

    웃음진 모습들을 보세요...얼마나 천진난만 개구쟁이들 같잖아요...

    이런 모습들이 월척지 나들이하는 그 맛 아닐런지요???
    못안에달 11-11-09 13:44
    술한잔....아니 물한잔하자 칭구야...
    붕애성아 11-11-09 13:46
    덜거덩 거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여태 가본적이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누군가가 발신이 없는 편지봉투에

    함께 보낸 기차표를 들고서......
    月下 11-11-09 13:47
    칭구 잡을일 있수!!
    또철이아빠 11-11-09 13:50
    잇힝 ~

    나도 있네요

    음악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군요 ^^
    정근 11-11-09 14:48
    차 한잔 나누고픈 그런 날입니다.

    행복한 사람과의 만남은 은은한 종소리 같은 맑고 평화로운을 주는 그런 상쾌한 느낌.


    그때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사진 참 좋으네요.

    사진작가 미느리님 감사합니다.
    확률 11-11-09 15:03
    쏘렌토님과 덕우님얼굴은 처음 뵙네요.

    훤하게 다들 잘생기셨습니다.

    덕분에 좋은글과 사진 잘보고갑니다.
    붕어와춤을 11-11-09 15:34
    많은 예기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려 봅니다.
    빼빼로 11-11-09 16:56
    대백회때 처음 만나는 그때가 우린 어디서 자주 만났던 그런 사람이 였던가~

    평온하고 차분한 님께서는 나에 좋은 친구입니다~

    축하드리구요~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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