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부부 이야기 2

    은둔자2 / / Hit : 2464 본문+댓글추천 : 0

    이미 월척에 쓴 글에서
    우리 부부가 네살차이로 한날 한시 생일이다는걸 밝힌적 있습니다
    다른 어떤부부보다 아귀가 잘 맞을것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성격도 서로 상이한 다른 대부분의 부부처럼 맞지않은 부분이 더 많았던
    보통의 부부입니다

    제겐 생부가 아닌 어머니의 재혼으로 만난 아버지가 계십니다
    국민학교 5학년때 지금의 아버지를 만났으니 30년도 넘었죠
    제 어머니 생부와 사별하고 삼남매 키우려고 어려운 선택을 하셨는데
    그 재혼처가 자식 여섯이나 달린 정말 어려웠던 지금의 아버지 이십니다
    제일 큰아이가 저와 동갑네기였고 그중 셋은 기저기를 찬 어린애들 이었습니다
    그 아이들 다 키워내고 모두 출가 시켰으니 두분다 고생 많으셨죠

    굳이 복잡한 가정사를 들먹이는 이유는
    이런 집안에서 자란 한남자의 아내와 그 남자의 얘기를 숨김없이 표현하고 싶은
    심정에서 입니다
    공무원의 외딸로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 입학해서도 밥한번 해본적 없었던 아내
    그런 아내가 그 복잡한 집안의 둘째를 남자로 받아들인건 그녀가 살아온 시간을 접고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야하는 첫 시련의 과제였을 겁니다

    어른들 말씀에 난봉꾼 서방은 봐도 효자서방과는 못산다 했습니다
    전 효자였습니다
    부모의 재혼을 반대해 열두살 나이에 가출을 일삼던 말썽꾸러기였지만
    혼자 세파를 견뎌온 어머니를 봐온탓에 철이 들면서는 효자가 됐던거죠
    한달에 두번 두시간 거리를 달려 무조건 부모님을 찿는 효자였습니다
    100만원 봉급에 한번에 10만원씩 용돈을 드리고 돈봉투만 챙기는 아내에게 탓을 하기 일수였습니다
    갖가지 생활용품을 또 그만치 돈을 사 들어야만 그런대로 흡족한 마음으로 부모님 집을 가곤했습니다

    그때 아내는 임신한 몸으로 학원강사일을 했었습니다
    38키로의 가냘픈 몸에 임신까지해서 아침식사도 못할정도로 쇠약한 아내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질 못했습니다
    고생이라곤 해본적 없었던 아내가 제 생활에 맞추고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하질 못했습니다

    부모님에겐 언제고 늘 강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던 아들이었으니
    당장 아내의 병원비가 없어도 손을 내밀지도 못하는 아들
    그런 상황에서도 부모님 두주에 한주 용돈 챙기는 일과 생활물자 조달하는일은 한번도
    거르지 않는 철저한 효자

    처가에 가는것도
    먹고싶은 팥죽한그릇 사먹는것도
    과자 한봉지 사먹는것도 따뜻하게 받아즐이지 못했던 남편
    오직 살아갈 일에 모든 혼을 쏟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가야 한다며 절약만 강요하던 남편
    조금이라도 소홀한점이 눈에 띄면 무섭게 몰아 부치기만 했던 남편
    그런 남편의 눈을 피해 뱃속에 아이가 걱정되서 먹고픈 팥죽 두그릇을 시켜놓고
    눈물로 삼켰다 하는 아내
    지금도 아내는 바나나 우유를 먹지 못합니다
    몸이 쇠약해 임신한 몸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바나나 우유를 날마다 사먹었기 때문이죠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며 잔잔하게 옛얘기를하는 아내에게
    아니 그때의 남편인 나 자신에게 화가나고 소름이 돋습니다
    그렇게도 잔인했을까
    내가 그랬었구나 ...
    아마 그때 당신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거야 ..하는 아내의 위로에
    산책길 내내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겐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끔찍했죠
    남매사이지만 아내가 질투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 여동생이 신혼인 내집에 잠깐 머무른적 있습니다
    아내에겐 동갑네기 시누이죠
    밥한끼 .빨래 한조각 손대지 않는 시누이를 임신한 아내는 말없이 밥해 먹이고 빨래해 입히고
    퇴근해 방청소를 해줘야 했습니다
    여동생 몸 불편해 쉬는데 그것도 못해주냐며 윽박지르는 남편을 원망하며 말입니다

    변명같지만 전 열 몇살부터 혼자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온
    늘 혼자인 남자였습니다
    밤거리를 보며 저들만큼 내가 살 방법을 찿아 고민했던 세상에 혼자뿐인 남자였죠
    여유가 없었겠죠
    남을 살피고 돌보고 베풀어줄 여유라곤 정말 눈꼽만큼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 남편과 맞춰야 하는 아내의 어려움을 그땐 까맣게 몰랐습니다
    지금이야 뒤돌아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月下 11-11-04 14:10
    무플부터 막어놓고..

    주말에 차분히 볼래~~

    반 읽다가 눈이 침침혀 ㅜㅜ
    드래곤볼 11-11-05 00:26
    당신은...대단히 용기 있는 사내입니다..

    그런 사내란 진면목을 본것이기에 와이프님이 사랑한 것입니다.

    혜안 가득안 와이프님이 멋있네요.

    이제부터 그 사랑에 보답하시길..
    설록사랑 11-11-05 12:24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더 많이 아끼고 더 많이

    사랑해주시면 됩니다.

    그것으로 여자는 행복해 합니다.



    2024 Mobile Wolch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