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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물려주신낚시

    Hite9 / / Hit : 2055 본문+댓글추천 : 0


    지아-술한잔 해요.
    안동>풍산>직산>현애리가 저에 고향입니다.

    현애리에서도 한참을 산골로 더올라가야 마을이있기에,참으로 물맑고 공기좋은곳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살아생전에는 머슴도있었고 나름 양반집이였다는데,제가 태어났을때는 지질이도 가난했습니다.

    농협에 빚도있었고,땅도 몇마지기 되지도않았고 다른집에 밭대기하면서 컸지요.

    어릴적 부모님은 늘 들에나가계시고,이모들도 다른집에 품앗이나가면 커다란 농약통 고무다라이에형과함께

    갇혀 온밭을기어다니다 몸살이나기도했지요.

    5살이되던해 7살이던형과함께 경운기를 처음배우고 똘똘이로 소똥치워가며,그렇게 자랐습니다.

    얼굴은이미 새까맣고 콧물은 항상훌쩍거리고 밤맛나는 알사탕하나에 목숨걸고 싸우면서 컸지요.

    그러던어느날 장에나가신 아버지께서 50언짜리 낚시줄/쫑대/추가달려있는걸 2개사오셨습니다.

    신이나서 대나무꺽어다가 대충줄매고,소똥뒤져가면서 지렁이모아다가 대충바늘에 막쑤셔박고 쫑대가 눕어있어도,

    아무생각없이 낚시라는것을 처음으로 하게댔습니다.윗집에 소똥물이 못에 내려와도 붕어는 생명력강합니다.

    그와중에도 밭에나갔다와보면 대나무낚시대를 입에물고 이리저리 돌아댕깁니다.

    어린나이에 손맛이 어딨겠어요.그냥막 잡아땡기는거지요.붕어좀잡았다싶은날이면 골벵이주워다가 무쳐먹고,

    붕어배따서 붕어찜해먹고 배터지게 포식하는날이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흐르고 지질이도 가난한그시절이싫어서 대구올라와서 군대제대하자마자 취직을하고 명절외에는 쉬지도않고 열심히일했지요.

    인정도받고 월급도 남들보다 더받고,그렇게 자리가 서서히 잡히고 새차도사고 전세집이지만편안한집도마련하고,

    지금에와서 뒤돌아보니,이미 아버지는 늙어가시고 기력도많이쇠해지시고 일터와 병원을 왔다갔다하십니다.

    뒤돌아보니,어머님은이미 이세상사람이아니시고,한편으로는 불효자 한편으로는 이악물고살아왔던 제자신이 바보같아보입니다.

    항상 물가를좋아하시고 입이찢어진 고기를만나면 불쌍하다며 바로방생하시고 같이물가에나서면 쓰레기부터 주섬주섬챙겨모으시던모습,

    이제는 건강이많이안좋으셔서 다시볼수있을지모르겠네요.저를 좋다고 그렇게 걱정해주고 보듬어주던 사랑하는그녀도 바쁘단핑계로,

    이제는 남이되어버렸네요.

    저에 아버님과동연배이신 선배님들앞에서 이런말씀드려서 주제넘을지모르지만,

    저에게 낚시는 인생이자 추억입니다.

    조행기에서 보신분도계시겠지만 아직도 15년전 아버지가 처음으로 사주신 낚시가방을 아직도 고이 메고 다닙니다.

    낡았다 버리라고 하시는분도계시지만,다시는 이런선물못받을것같아 차마 버리질못하겠네요.

    문득,내가 너무 돈독이 오른게아닐까 지금이렇게 일에만 얽매여 사는게 맞는것일까?이런생각이 들어서 두서없이,

    월척 선배님들께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이제는 조금더 여유를가지고 무뚝뚝한 표정이 아닌 웃으면서 살아봐야겠습니다.

    혹여,월척선배님들중에도 주변에 위중하신분이계신다면 이말씀전해드리고싶습니다.

    저희어머님께서 말기암선고를받으시고 6개월사신다고하셨는데 5년이나 버티셨습니다.

    울거나 슬퍼하거나 죄책감가지지마라.사람은 누구나 죽는단다.사람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하고싶은말이있으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서 다 이야기나누자고하셨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그후에도 친구녀석 3명도 교통사고로 세상을등지고,

    군대동기녀석도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세상을등지고,

    세상에 나오는순서는있어도,세상을 등지는데는 순서없다는말 절실히 느낍니다.

    남에게 흠잡힐짓안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게 가장좋은것같습니다.

    두서없이 장문에 하소연아닌 푸념을 늘어놓아서 선배님들앞에서 죄송합니다.

    月下 11-11-01 18:20
    퇴근전에 마지막으로 글을 봤습니다

    아직 다소 젊으신것으로 아는데

    만만치 않은 유소년 시절을 보낸듯하네요

    그 시절에는 힘들었겠지만

    추억을 간직하고 잊지않는 삶은

    그 만큼의 무게로 삶에 영향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 시절과 부모님과 유소년의 추억들을 간직하시고

    늘 하시는 일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붕어우리 11-11-01 18:26
    가슴속에 담겨진 사연들 지연에 내려 놓아보면 가슴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아직은 뒤를 돌아보시는거 보단 앞을 보고 가시는게 나을거 같네요.

    참한 색시만나 예쁜애들 키우며 돌이켜보는 과거는 느낌이 다르답니다.

    부모님이 사시던 세월은 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그것이 고통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자식이 건강하고 반듯하게 자라는 것으로 그분들에게는 그시설이 행복이고 기쁨인 세월이셨을 겝니다.
    붕어와춤을 11-11-01 18:35
    소중히 간직 하십시오.

    전 낚시 간다꼬 지게작대기로 맞은 기억 밖에 없네요.

    하이트님 가을 낙엽이 지고 스산한 바람부니

    옛생각이 절실하지요.

    이럴때 막걸리 한잔에 그리움을 안주삼아 색바랜 밴취에 앉아 저녁 노을을 보자구요.

    저도 오늘 애써 웃으보려고 노력 많이 했네요.

    마늘 들어오면 막걸리 한잔 하렵니다
    Hite9 11-11-01 18:39
    월하선배님 붕어우리선배님 붕어와춤을선배님 조언감사합니다.

    가을타나봅니다^^;;바쁘게지내다가 눈이좀안좋아서 여유가좀생겼더니,

    문득 지나간 기억들이 새록새록떠오르네요.

    대구사람은 불로막걸리 애용하셔야지요.

    물가에서뵈면 불로막걸리 실한넘으로 대접하겠습니다.편안한 저녁되십시오^^
    동대문낚시왕 11-11-01 19:10
    에효 글읽다보니 뭉쿨하네요 힘내시고요

    낚시가방 고이 간직하세요 그리고 낚시

    못가더라도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효도하세요 .. 그럼 편안한 저녁되세요

    아버님도 건강을 되찾으시기를 빌어봅니다
    바람따라가는노인 11-11-01 20:29
    안동이 고향이시군요

    저도 안동입니다 공고밑 풍산은 저의 모친 고향이구요 반갑습니다

    중학교때 소판다리밑에 낚시 많이 갔는데 지금도 가끔 여자지갑니다 갈수록 신통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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