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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이야기(홍역관) 2부

    안동어뱅이 / / Hit : 4367 본문+댓글추천 : 0

    2부
    소녀는 금방 눈물을 바닥에 뚝뚝 흘리며 어깨를 가볍게 들먹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홍역관은 할 말이 없어 그냥 술만 마시고 있었다.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 딱하게 되었구나. 3천냥은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
    "우선 저자거리에 버려진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여 고향에 장사(葬事)를 지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관기로 끌려가신 어머니를 구해야 하고, 제 몸값만도 2천냥이 됩니다. 그리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누명을 씻어 드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무남독녀인 저 말고는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습니다."

    홍역관은 다시 찬찬히 소녀의 얼굴은 바라보았다.
    시원한 이마가 귀한 집 자손임을 느끼게 했고, 단정한 눈썹과 검은 눈동자에서는 총명함이, 오똑한 코에서는 오만함이, 그리고 야무지게 다문 입술은 강한 의지를 느끼게 했다. 동그스름하고 아름다운 턱이 훗날 귀하게 될 관상(觀相)이라는 것을 느꼈다.

    "네 뜻은 갸륵하다만, 그 많은 돈을 내고 네 몸을 살 사람이 있을 것 같으냐?"
    "소녀가 답답해서 그랬습니다. 또 이렇게나마 내 몸이 더럽혀지는 것을 하루라도 연장해보자는 마음에서 떼를 쓰고 있는 거랍니다. 오늘이 닷새가 되었지만 누구 하나 물어보는 사람도 없어 이틀만 더 지나면 내 뜻을 접어야 합니다."
    "시일이 급한데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큰일이구나."

    다시금 술을 따라 한 입에 털어놓던 홍역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잠시만 예서 기다리거라, 내가 금방 다녀오마." 말을 남기고
    객사로 돌아와 중국에 바칠 공납금 중에서 3천냥을 들고 왔다.
    "자. 이 돈으로 뜻한 바를 이루도록 하여라."

    소녀는 자기 앞에 던져진 돈을 보고는 믿어지지 않는 듯 홍역관을 바라보는데, 두 빰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대인(大人), 농담을 하시는 건 아니시지요?"
    "내가 딸 같은 너를 두고 농담을 왜 하겠느냐! 생사가 눈앞에 있는데..."

    얼마간 울기만 하던 소녀는 정신을 수습했는지 일어서더니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뭐 하는 짓이냐?" 홍역관이 그 모습을 보고 호통을 쳤다.
    "소녀는 이제 대인의 것입니다. 이제 저를 취(取)하십시오."
    "내가 너를 취하고자 그 돈을 준 것이 아니다. 다만 너의 사정이 딱해서 그리 한 것이니 어서 옷을 입어라."
    "거금을 들이면서 저를 사시고 취하지 않으시다니 그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소녀는 옷을 벗다 말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리 와서 앉아라."
    부드러운 홍역관의 말에 소녀는 술상 앞에 마주 앉았다.

    "나는 동해 바다 건너 조선(朝鮮)에서 온 사람이다. 조선의 법도(法道)에 어긋나기 때문에 너를 취할 수 없노라."
    "조선의 법도라 하심은?"
    "조선의 법도에 의하면, 첫째 상민(常民)이 양반(兩班)을 취할 수 없다. 너는 양반의 자제이고 나는 상민이다. 그래서 너를 취할 수 없느니라."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둘째, 조선의 법도에 상중(喪中)의 여자는 범(犯)할 수 없다. 너는 부친의 상을 당한 상주(喪主)가 아니냐. 그래서 너를 범할 수 없느니라."
    "세번째 이유는 무엇입니까?"
    "세번째, 조선의 법도에는 효자, 효녀는 벌(罰)할지 않는다. 비록 중죄(重罪)를 지었다 해도 용서하여 주느니라. 너는 효녀가 틀림이 없다. 그래서 너를 취하지 못하느니라."

    "그렇게 아름다운 법도가 있는 대인의 나라, 조선은 어떤 나라입니까?"
    "우리나라는 산 곱고 물 맑아 인심이 넉넉한 곳이다. 모든 사람들이 흰옷을 즐겨 입으며, 임금과 조상을 섬기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을 도우며, 예를 숭상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 살기 좋은 나라이다."
    "말로만 듣던 조선이 그렇게 좋은 나라인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소녀는 초롱초롱 눈빛을 밝히며 말을 이었다.

    ----뚜삐꼰띠누뜨----

    공자 03-07-23 09:43
    그소녀 저 주십시요....ㅎㅎㅎ
    제자 03-07-23 09:49
    공자님 그 힘든일을 소인이 직접 처리 하겟습니다 *^^*
    육자 03-07-23 10:08
    조선은 진짜 좋은나라 였었네요...
    산곱고 물맑은 조선의 양반으로 태어나고시퍼라~
    가자 03-07-23 10:19
    낚시 갑시다!!...
    가다가 고런 소저를 만납시다....ㅋ~~ *^^*
    놀자 03-07-23 10:24
    그런데 가자님 돈이써시우??
    낚시꾼과선녀 03-07-23 11:14
    음...제자님 육자님 가자님 놀자님...모두 공자님 제자들인가요 ㅋㅋㅋ
    금수강산...백의민족...동방예의지국!
    참말로 좋은 나라인데...
    어뱅이님!
    홍역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와아 03-07-23 12:41
    어뱅이님 1편2편 잘읽고 갑니다....
    각박한 세상에....
    잠시나마 바른생활이 무었인지 ...
    생각해 하는 글이네요 ...
    정말 잘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할께요...

    과객 03-07-23 14:32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이야기 같은데...
    박중사 03-07-23 17:28
    안동어뱅이님 더운 날씨에 연일 연재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래도 3부 빨리 올려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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