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낚시/구미 제리지
비 맞고 찾아온 반가운 벗
김동욱 기자
어젯밤 비만해도 보리에는 무던하다/그만 갤 것이지 어이 이리 굳이 오노/봄비는 차지다는데 질어 어이 왔는고
비 맞은 나뭇가지 새움이 뾰쪽뾰쪽/잔디 속잎이 파릇파릇 윤이 난다/자네도 비를 맞아서 情이 치나 자랐네
조운의 시조 '비 맞고 찾아온 벗에게'
밤새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비가 쏟아졌다. 그리고 그 빗속에서 36cm 짜리 대형월척과 턱걸이 월척, 그리고 준척급 붕어 두어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지난 7월 28일 대구 수향낚시 구미지부 회원 6명이 우중 제리지를 공략했고, 밤새 사투를 벌인 보람을 얻었다.
의외로 물색이 좋다
기자가 현장에 내려간 시각은 다음날인 7월 29일 오전 7시. 그때까지 제법 굵은 빗방울이 계속 내리고 있었는데, 의외로 제리지에 유입되는 흙탕물이 없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바로 유입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수위가 오르면 저수지 수문을 닿기 때문이죠. 최근 구미지방에도 많은 비가 왔기 때문에 제리지 역시 더 이상 물을 가둘 필요가 없는 거죠."
구미에서 월드낚시점을 운영하는 유영수씨가 장마철에도 제리지 물색이 평소대로 유지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안 중류 대밭이 대형 밭
수향낚시 구미지부 회원 6명은 저수지 중하류 쪽에 반원을 그리듯 둘러앉아 있다.
마을 진입로인 시멘트 길 아래에 한 명, 무넘기 좌측에 한 명, 무넘기 우측에 두 명, 그리고 제리지 최고의 포인트로 꼽히는 제방 우측 야산 아래에 두 명.
36cm 짜리 월척이 낚인 시각은 29일 새벽 2시경. 낚인 자리는 역시 제방 우측 중류권이었다. 제방 우측 중류 연안은 부들과 마름, 뗏장수초가 층층이 깔려있고, 뗏장수초와 마름의 경계지점에 내린 2.7칸대 채비에 36cm 붕어가 걸려든 것. 미끼는 새우였으며, 수심은 1.2m 정도.
뻘물 차단이 호황 원인
"한참 천둥번개가 칠 때가 자정 무렵이었는데, 2시간 정도 지나자 잠깐 비가 그치더군요. 그 때 받아낸 겁니다. 이놈이 옆으로 째면서 뗏장을 감기 전에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구미지부 팀장을 맞고 있는 김상구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마침 이날이 수향낚시회 구미지부 사무실의 현판식을 하는 날이었기에 '현판 출조'를 위한 저수지 선정에 꽤나 공을 들였단다. 한창 장마 때라 웬만한 소류지는 뻘물이 져있어 답사 시간을 많이 들였다는 것.
결국 김씨의 생각이 미친 곳이 이 제리지였다. 이유는 두 가지. 첫째, 만수위면 물 유입 수문이 차단되는 곳이기 때문에, 둘째, 지난 봄 4짜가 낚인 곳이기 때문에.
김상구씨의 이 같은 판단은 정확했었고, 결국 수향낚시회 구미지부의 '새우낚시 현판출조' 성적은 "호황 A".
조황문의 : 구미 월드낚시(054-471-0616)
제리지는 어떤 곳?
지난 5월 4짜 낚이며 새롭게 부각
수면적 약 3,000평 정도의 저수지로, 도로 옆에 위치해 있어 웬만한 대구경북꾼들은 한번쯤 채비를 내려봤음직한 저수지다. 도로 건너편에 무넘기가 있고, 무넘기 우측에 작은 야산이 있지만 거의 평지형을 띄고 있다. 소재지는 경북 구미시 산동면 동곡2리.
전수면이 마름으로 덮여 있으며, 야산 쪽, 즉 제방 우측 연안의 야산 아래에만 군데군데 뗏장수초과 부들이 보인다. 바닥이 편평하기 때문에 전 연안의 수심은 1~1.2m 정도다.
수면이 길가에서 쉽게 보이기 때문에 많은 꾼들의 손을 타긴 했으나 아직은 씨알 굵은 붕어 자원이 많다. 지난 5월초 4짜가 낚였다는 소문이 나면서 8월 현재까지도 인근 대구꾼들이 찾아들고 있다.
도로변과 마을까지 진입하는 시멘트 길 옆으로 앉을자리가 많지만 월척급 이상 굵은 붕어 손맛을 보려면 무넘기를 건너 제방 우측 야산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시멘트 길에서 계곡물이 내려오는 도랑을 따라 돌아 들어가면 대나무숲이 우거진 자리가 나오는데 그 일대가 제리지 최고의 씨알 포인트다. 지난 5월초 4짜가 낚인 자리도 바로 이 포인트.
현지꾼들은 새우와 메주콩, 옥수수 등을 제리지 붕어 미끼로 권한다. 그 중에서도 옥수수나 메주콩에 월척 확률이 더 높다고.
쉽게 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 군위나들목을 나와서 장천 방면으로 좌회전, 10km 정도 오로저수지를 지나가면 상림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상주 방면 25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 6km 정도 가면 적림삼거리. 삼거리에서 소보 방면으로 다시 우회전, 1.7km 가면 도로 좌측에 제리지가 보인다.
사진설명
1. 감성돔 5호 바늘에 꿴 새우를 물고 올라온 월척.
2. 때깔 좋은 제리지 월척을 들어 보이는 오명곤씨.
3. 제방 우측 중류 연안 수련가 뗏장수초 사이로 붕어를 걸어내고 있다.
4. 8월초 현재 만수위인 제리지. 멀리 보이는 야산 아래가 월척 포인트.
5. 무넘기 좌측에도 드문드문 수초가 형성돼 있다.
6. 걸어낼 때 상황재현 후 월척을 들어 보이는 유영수씨.
7. 철수 전 한자리에 모인 수향낚시 구미지부 회원들.
8. 인근 유료낚시터에서 흘러든 것인 듯 굵은 잉붕어를 들어 보이는 나정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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