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하다 보니 -16-

작년에 몽월 32대를 장만하고 이번에 춘리프로 32대를 장만함으로써 낚싯대를 사고파는 기나긴 여정을 비로소 마무리하였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새로 마련한 것은 아니고 중고시장에서 힘들게 구한 넘들을 대여섯 대나 팔아치워야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10년 전쯤에 오래 쉬었던 낚시를 재개했을 때만 해도 제 나름 대로 설정한 32대 기준 낚싯대 한 대의 상한액은 10만원이었습니다. 손맛도 모르면서 그 이상의 투자를 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낚싯대 좋다고 고기가 잘 잡히는 것은 아니라고 위로를 하면서... 중가 정도에 속하는 신수향 정도만 해도 중고시장에서 마련해야 했습니다. 손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고시장을 들락거렸습니다. 10만 원대 이하의 낚시대들을 무수히 사고팔기를 반복했습니다. 테골 밤생이 노랭이 수파골드 카프 신수향 맥스청심 노을 천상풍 수보 보론옥수 케브라옥수 독야 극상 신풍 붕어 자수정멀티... 한 때는 30대 가까이 갖고 있다가 10여 대 정도로 줄여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고가가 10만 원대가 넘는 대들을 넘보기 시작합니다. 이미 있는 것들을 두세 대씩 처분하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럭셔리순수 천작 DHC명파 명리... 진즉에 그럴 걸... 똑똑한 놈 몇 놈만 있으면 될 일인데 그 동안 쓸데없이 먼 길을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면 그눔이 그눔인데 자잘한 손맛과 미세한 무게의 차이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렇게 해서 그 동안 감히 엄두도 못 내던 몽월과 춘리프로마저도 이미 있는 걸 대폭 팔아 치워서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외대일침 낚시하는 데 여러 대를 끼고 있을 일도 아니니까요. 결국 춘리 몽월 포함 32대 대여섯 대와 28대 서너 대로 감량 경영에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중고시장 들락거리는 짓은 그만 하려고 하는데 과연 오래된 버릇을 그만둘 수 있을지 자신은 없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