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시골에 내려가 낚시하러 가면 그 전날 꼭 하는 일이 호미와 깡통을 들고 두엄 있는 곳을 찾아가 지렁이를 가득히 캐는 것이었습니다.
더럽고 냄새가 많이 났지만 낚시간다는 생각에 신이나서 지렁이를 캐곤 했습니다.
떡밥이 귀했던 어린시절에는 지렁이만한 미끼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쩔때는 깜빡잊고 있다가 밤에 지렁이를 캐러 가면 낮에 그렇게도 많이 보이던 지렁이가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지렁이 캐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번 낚시하러 동네 앞 강가에 나가면 점심을 건너 뛰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경우에는 밤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강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배고픔과 피곤함도 잊은채 방학이 되면 시골에 내려가 낚시 삼매경에 빠져 살았습니다.
점심 먹을 때가 되었는데도 들어 오지 않고 저녁 먹을 때가 지났는데도 제가 집에 들어 오지를 않자 큰어머니께서 걱정이 되셨는지 강가에 찾아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낚시하러 갈 때 밥 굶지 말라고 삶은 감자를 싸주시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낚시하러 가는 조카를 챙겨주시던 큰어머니의 마음이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더운 여름철 지금은 파라솔이 있지만 어린시절에는 그런 것 모르고 낚시를 했습니다.
더운 날에는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에 받은채 얼굴부터 팔과 다리가 쌔까맣게 타올라 가는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날줄 몰랐고 비오는 날에는 내리는 비를 다 맞고 낚시를 하곤 했습니다.
온몸이 비에 젖어 시원함을 넘어 때로는 몸이 차가워지는데도 낚시에 대한 열정을 저 스스로도 막을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에 밭에 나가 김을 매고, 모종을 만들어 심는 일을 하면서도 일 끝나고 낚시 갈 생각에 참으로 열심히 일을 한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에 밭에 나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힘들고 지쳐서 쉬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데 쉬는 것보다 낚시가는 것이 더 좋았던 저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낚시대를 들고 강으로 신이나서 뛰어 가곤 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한 것은 아니었지만 낚시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기쁘고 즐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방학때 시골에 내려가서 낚시를 가면 돌아가신 할머니와 큰어머니께서 꼭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이 아른합니다.
'밥 굶지 말고 밥 먹을 때 되면 들어와서 밥 먹고 다시 나가도록 해.'
'하루종일 때약볕에서 낚시하지 말고 그늘에서 쉬면서 쉬엄쉬엄 낚시해라.'
'힘 안들어! 오늘은 하루 쉬고 다음날 낚시 하러 가렴.'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낚시에 대해서(84) - 낚시의 추억(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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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그리우시겠네요.
저도 어릴적 대나무 꺽어 만든 대에 세수대야
들고 고향집 뒤 강가에 대를 담구면
점심거르는 일이 다반사라 매번 할머니가 손주
녀석 걱정에 제 이름을 부르며 밥 먹으러 오라고 재촉하셨죠.
많이 그립네요. 그 시절이....
30여년전이 넘었던 시절 외삼촌 따라다니면서 낚시를 첨 접했는데
외삼촌 과수원 두엄속에 지렁이 잡던 기억이 남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외삼촌 모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40년전엔 대나무..밑밥통하고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모서리는 곡선처리. 저희껀 2단짜리 였는데 3단도 있었는지요
낚시를 하다보면 주위에 계신분들이 저녁이나 점심이되면 알아서 대나무가방에서 각집의 음식들이, 저수지 주변에 몇군데로 압축되서
모이죠..서로가 다 꺼내놓고 지금보면 그것이 웰빙인데..각집의 음식자랑과 정의 만남이었지요..그땐 어려서 싫었는데 지금은 먹고
싶어도 그맛을 못 느낍니다..그리운 맛이지요.
얼마전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크림빵을 발견하고 세개들이 한봉을 사서 낚시할때 가져가서 먹었습니다.
어린시절 10원짜리 크림빵은 낚시갈때 유일한 식사였던것이 떠올라서 오랜만에 먹으면서 옛생각을 했었지요...
그당시 차도없이 낚시짐 들고 시외버스타고 낚시 갔던게 요즘은 상상이 안될 일이지요...
통금이 있어 악천후에 철수도 못하고 개떨뜻 떨기 일쑤였고...
장비도 좋아지고 환경도 편해졌는데 그시절의 낚시만큼 즐겁지 않은것이 항상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