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씨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 옛선인들이 남겼다는 낚시인의 등급이 나와 있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해 봅니다.
낚시에는 구조오작위(九釣五作尉)의 등급이 있다.
조졸(釣卒), 조사(釣肆), 조마(釣痲), 조상(釣孀), 조포(釣怖), 조차(釣且), 조궁(釣窮)을 거쳐
남작(藍作),자작(慈作),백작(百作),후작(厚作), 공작(空作), 그리고 조성(釣聖)과 조선(釣仙)에
이르는 것이 이른바 구조오작위이다.
즉, 조졸, 조사, 조마, 조상, 조포, 조차, 조궁, 조성, 조선이 구조(九釣)이고, 남작,자작,백작,후작, 공작이 오작위(五作尉)에 속하는 것이다.
조졸은 초보자를 일컫는 말로서 한 마디로 마음가짐이나 행동거지가 아직 치졸함을 벗어나지 못한 단계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빵점이다. 낚싯대를 들고 고기만 잡으면 무조건 낚시꾼인줄 아는 것도 바로 이 부류에 속한다.
고기를 잡을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건말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마리도 잡히지 않으면 신경질이 나서 낚시질을 때려치우고 술부터 찾는다. 그리고 취하면 그제서야 분이 풀려서 고성방가를 시작한다. 술을 못 마시면 집에 가서까지도 그 분이 풀리지 않을 정도다.
이 단계에서 가장 낚싯줄이 많이 엉키거나 비늘이 옷에 걸리거나 초리대 끝이 망가져 버리는 수가 많은데, 마음가짐에 따라 낚싯대나 낚싯줄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 동작 여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반드시 낚싯대나 낚싯줄도 제멋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몇 번 낚시질을 다니고, 그러다가 재미가 붙기 시작해서 몇번 좋은 수확을 거두거나 대어라도 두어 마리 낚게 되면 사람이 차츰 달라지기 시작한다. 장비도 제대로 갖추게 되고,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도 제법 신경을 쓰게 될 뿐만 아니라 공연히 목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을 대단히 고상하고 낭만적인 존재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방자할 사(肆)자가 붙어서 조사(釣士)가 아닌 조사(釣肆)로 한등급이 올라가는데, 낚시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는 듯 어디서든 낚시얘기만 나오면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입질이 온다'라고 말해도 될 것을 반드시 '어신이 온다'라고 말하고, '고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라고 말해도 될 것을 반드시 '조황이 별로 좋지 않다'라고 말하는 단계도 바로 이 단계이며,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 단계이다.
하지만 옆에 앉은 사람이 자기가 잡은 것보다 큰 놈을 올리거나 수확이 잦을 경우는 대번에 의기소침해져 버리는 것도 바로 이 단계다.
그리고 이 단계만 거치게 되면 비로소 낚시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그래서 조마(釣痲), 조상(釣孀) 등의 단계로 이어져 가기 시작하는데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조마(釣痲). 홍역할 마(痲).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어디서든 찌가 보여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도
낚시질을 가지 않으면 몸살이 날 지경이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나 연휴 때에 친구가 결혼을 하면 정강이라도 한 대 걷어차 버리고 싶을 정도다. 물론 적당한 구실을 붙여 되도록 식장에 참석하지 않고 낚시질을 간다. 더러는 결근도 불사한다.
조상(釣孀). 과부 상(孀).
마누라쟁이를 일요 과부로 만드는 것은 약과다. 격일 과부로 만드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사업조차 낚시 때문에 시들해져 버리고, 급기야는 잦은 부부 싸움 끝에 이혼하는 사례까지도 있다.
조포(釣怖).
낚시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는 단계. 이쯤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절제를 시작한다. 취미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 보려고도 노력한다. 낚시 때문에 인생 전체를 망쳐 버릴 듯한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조차(釣且). 또 차(且).
다시 낚시를 시작하는 단계. 행동도 마음가짐도 무르익어 있다.
고기가 잡히건 잡히지 않건 상관하지 않는다. 낚싯대를 드리워 놓기만 하면 고기보다 세월이 먼저 와서 낚시 바늘에 닿아 있다. 그러나 아직 낚을 수는 없는 단계. 고기는 방생해 줄 수 있지만 자신은 방생해 주지 못하는 단계.
조궁(釣窮). 다할 궁(窮). 이제부터는 낚시를 통해서 도를 닦기 시작하는 단계.
남작(藍作). 마음 안에 큰 바구니를 만들고,
자작(慈作). 마음 안에 자비를 만들고,
백작(百作). 마음 안에 백사람의 어른을 만들고,
후작(厚作). 마음 안에 후함을 만들고,
공작(空作). 나중에는 모든 것을 다 비운다.
그러면 비로소 조성(釣聖)이나 조선(釣仙)이 되는 바, 달리 말하자면 도인(道人)이나 신선이 되는 것이다.
우리들 마음속에서 한번쯤은 뒤돌아보고, 반성하며,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글입니다...
여러 횐님들이 다시 한번 읽고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 보자고 올려봤습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6-10-26 22:41:50 대물낚시 Q&A에서 이동 되었습니다]
낚시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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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아무래도 공간이동을 할 듯.^^
그럼, 또 거기서 뵙겠습니다.ㅋㅋㅋ
조졸 올림^^
뭐.. 어쨌거나 좋아하는건 해야 되겠지요. 초심을 잃지 않고 낚시를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장비가 좋던 나쁘던, 배가 고프던 충만하던, 여건이 나쁘던 좋던 간에 낚시를 하면 즐겁습니다.
죄송요
제 아뒤가 "조포"이지만 그런 경지는 안됐고, "조졸"이나 "조사(釣肆)"정도는 됐겠죠??
조성(釣聖)이나 조선(釣仙) 이런 경지는 땅속에 들어가서나 됐겠죠...^^
무지개붕어님, 기리지님 답글 감사합니다..
낚시관련된 말들이나 바둑과관련된 말들속에 우리사는 세상살이
에서의 처세나 행동하며 살아가는데 도움이되는 좋은 말들이 많이 있네요
아주의미있고 뜻있는 글이였읍니다.
길지도 짧지도 낚시인생 앞으로 얼마나 더 낚시를 할지 모르지만 이글을 읽어 봄으로서 앞으로에 낚시가 달라질수도 있을듯 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낚시를 통해 생각을 정리한다고 늘 말해 왔는데.
제 수준은 조졸이었군요.
그래도 찌만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 헤헤거리며 마눌님께 충성 봉사를 다합니다.
넘 잼있네요. 감사합니다.
(에고에고, 순식간에 이동해 부니 이 먼 데까지 찾아 따라오느라고 애 좀 먹었습니다요. 배도 고프고 다리 아파 죽것심다~~~.^^)
그건 그렇고,
님께서 올려 주신 좋은 글, 마음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감사...^^
아직도 조졸인 저로선 조포님의 아이디가 오늘따라 마냥 높게만 보이니, 원.^^
그럼, 주인장도 안 계신 집에 들어와 댓글만 올리고 또 먼 길 떠납니다.^^ (에구에구, 그나저나 이 먼 길을 또 우째 돌아가나 그래?)
오늘 밤 안으로 저 고갯마루를 넘어야 할 틴디... 쩝.
무지개붕어님... 쥔장 여기 있습니다..^^
오늘 내일 물가로 환자가 되어 떠나는 여러님들 월하시고, 안출 건강 조심하세요..
저도 항상 이글을 마음속에 담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다음에도 부탁 합니다.^^;
이제야 들어와 보게되네요
언제쯤 경지에 올라설지 아마도 못오를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