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선생은 바둑이나 무술이 수 많은 등급을 거쳐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르듯, 낚시도 신선(神仙)의 도(道)에 이른다면 구조오작위(九釣五作慰)의 단계를 거친다고 이야기합니다.
1. 釣卒 (조졸)
행동, 태도 모두 치졸함을 벗어나지 못한 초보의 단계
낚시대를 든 것 만으로 태공인체 하다가 고기가 잡히지 않는 날은 술에 취해 공성방가 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한다.
2. 釣肆(조사)
釣士(조사) 아닌 방자할 사(肆)자가 붙는 단계.
대어를 한 두번 올린 경험만으로 낚시에 대한 모르는게 없는 듯 기고만장해 있다.
3. 釣麻(조마)
홍역을 앓듯 밤이나 낮이나 빨간 찌가 눈 앞에 어른거리고 주말에는 낚시를 못하면 한 주 내내 끙끙 앓는다.
4. 釣孀(조상)
과부상(孀). 드디어 아내는 주말 과부가 되고, 가정사를 알지 못한다.
5. 釣怖(조포)
공포를 느끼고 절제를 시작한다.
낚시가 인생을 망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낚시대를 접어둔다.
6. 釣且(조차)
인생을 망칠 지 모른다는 공포로 멀리했던 낚시대를 다시 찾는단계.
행동이나 태도가 한결 성숙해져 낚시대는 세월을 낚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세월을 낚시는 아직 역부족...
7. 釣窮(조궁)
다할궁(窮). 낚시를 통해 도를 닦을 수 있는 수준의 단계.
낚시를 통해 삶의 진리를 하나 둘 깨달기 시작한다. 초보 낚시꾼의 때를 완전히 버리는 것도 이때.
8. 藍作(남작)
인생을 담고 세월을 품는 넉넉한 바구니가 가슴에 있다.
평쳐지는 자연 앞에 한 없이 겸허함을 느낀다.
술을 즐기되 취하지 않으며, 사람과 쉽게 친하된 경망해지지 않는다.
9. 慈作(자작)
마음에 자비의 싹이 튼다.
거짓없는 자연과 한 몸이 된다.
잡은 고기를 방생하면서 자기 자신까지 방생할 수 있다. 욕심이 사라지고 인생의 희노애락이 낚시대를 타고 전해온다.
10. 百作(백작)
마음 안에 백사람의 어른을 만든다.
아직도 참으로 배울 것이 많으니, 인생의 지혜를 하나 하나 깨우치는 기쁨의 세월의 흐름을 알지 못한다.
11. 厚作(후작)
마음 안에 두터운 믿음을 만드는 단계.
낚시의 도(道)의 깊이가 상당히 수준에 이르지만 결코 가벼이 드러내지 않으며, 몸가짐 하나에도 연륜과 무게가 엿보인다.
12. 空作(공작)
모든것을 다 비우는 무아의 경지.
이즘되면 이미 입신의 경지에 거의 도달한 상태. 지나온 낚시 인생을 무심한 미소로 돌아 보며 신선이 되는 때를 기다린다.
13. 釣仙(조선)
수많은 낚시의 희로애락을 겪은 후에 드디어 입신의 경지에 이르니, 이는 도인이나 신선이 됨을 뜻한다.
낚시대를 드리우면 어느 곳이나 무릉조원이요, 낚시대를 걷으면 어느 곳이나 삶의 안식처가 된다.
14. 釣聖(조성)
낚시와 자연이 엮어내는 기본원리를 터득하고 그 순결함에 즐거워한다.
간혹 낚시를 할 경우에는 양팔 길이의 대나무에 두꺼운 무명줄을 감아 마당 수채구멍 근처에서 파낸 몇마리 지렁이를 들고 집앞 개울로 즐거이 나간다.
비로소 달리 말하자면 도인(道人)이나 신선(神仙)이 되는 것이다.
1984년 이외수님의 낚시 수필 "九釣五作慰"에서
[출처] 구조오작위(九釣五作慰)|작성자 바라기
여러분들의 등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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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안출하십시요
아직까지 마음만 그렇습니다
언제나 조졸입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조졸이던 조성이던 그냥 다 같은 낚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낚시 하면 그만이죠 ㅎㅎ
언제 어디서나 "꽝"을 달고산다
최고의 경지에 "5치꾼"이라고 전설에서나 전해오는 경지가 있기는 하다 ......
어디서 대를 펴든지 찌가 말뚝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단계 ㅎㅎ
조포쯤 됩니다. 슬슬 겁이 납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탱자탱자 낚시나 하러 댕기고 열심히 안살았을때..
여러 선배님들만큼 나이를 먹었을때 과연 이 좋은 낚시를 계속 할 여유가 있을까..생각이 들어요..
잠시 줄여볼까 합니다.
꽝치기를 밥먹듯이 하고
잡고싶은 의욕은 만땅인데
갔다오면 바로 잊어 버리고
즐겁게 또 꽝치러 가는...
이런등급 없나요????
이런저런 낚시로 안해본 경험은 없는듯하나
8번정도가 저인거 같습니다..
등급이라...
그냥 즐거운 고생하는 그저 물가에 서면 즐거운 사람 정도.
낚시의 즐거움을 안다는 것!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
진정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태어나 낚시를 즐길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
조마 정도 되는듯 함니다.
낚시로 인해... 천국 갈일 없고..
낚시로 인해 구원 받을일 없고..
해탈... 열반 뭐 이런것도 할 일 없읍니다.
신선의 경지.. 뭐 이런것도 관심이 없읍니다.
생활속에서 조금의 여유로 즐길려고 하는데 저도 잘 되지 않는걸 보니..
사냥 본능이라는것이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화류계 생활에 젖어 한 동안 낚시대 집어 던졌다가 인생의 큰 시련을 겪고나서
그저 세월 낚는답시고 도인흉내 내고 있습니다
갈때마다 꽝이지만 낚시 자체에서 나름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가를 떠나서 오래못견디는 환자들...
낚시를 통해서 뭔가를 느끼고 자연을 즐길줄아는 환자들...
맨마지막단계가 .... 우리가 어릴적.... 처음 낚시를 시작할때의 단계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러다가 욕심이 생겨서 ... 차츰차츰 낚시대도 많아지고...
그러다가 마지막엔... 처음으로 돌아가고...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