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낚시대 두대 달랑달랑 들고 수로에 낚시하러 갔습니다.
여름엔 발 디딜곳 없는 곳인데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대낚시 하는 사람이 한분도 안보이십니다.
멀리에 루어 낚시 하는 분 몇분 보이십니다.
그렇게 대를 펼치고 힐링하고 있는 동안 수면에 막걸리통이 동동 떠다니고 있습니다.
또 누가 술 퍼마시고 쓰레기 버리고 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막걸리통이 이상합니다.
주둥아리 쪽이 물 속에 1/3 쯤 잠겼다가 다시 떠오르고 또 잠겼다가 다시 떠오르고..
바람이 불어서 저렇게 될 수도 있구나..좀 신기하네 했는데
아무리 봐도 먼가 심상치 않습니다. 물고기가 장난을 치는건가? 하는 생각에
물속을 한번 보았더니 큼지막한 덩어리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더군요
와 오늘 낚시도 꽝칠 분위긴데 물고기나 가까이 가서 구경해봐야겠다 하고 근처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50cm 넘어보이는 큼지막한 물고기가 계속 막걸리통과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사람이 다가가는데도 도망칠 생각도 안하고..
자세히 봤더니 말뚝이 박혀있고 낚시줄로 막걸리와 물고기를 묶어놓았더라구요
조심스레 줄을 끌어당겨보니 50cm 넘는 잉어가 상처를 안은채로 힘겨운 몸부림을 칩니다.
입과 아가미를 통해 줄로 묶여져있었습니다.
주변에 사람도 없겠다 물고기도 불쌍해보여 니퍼로 줄을 끊어주었습니다.
처음에 잉어가 저를 향한채로 서서히 뒷걸음질을 합니다. 고맙다고 하는건가??
그렇게 잉어를 놓아주고 막걸리병과 줄은 제 쓰레기봉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낚시를 한지 한 두시간쯤 지났을까
뒤에서 사람 소리가 들립니다.
"ㅎㅎㅎ 오늘도 큰 거 잡아놨다니깐, 가서 보여줄게"
"어디나 놨길래?"
"저 짝 물속에 담가놨어, 누가 안가져갔겠지?"
저벅 저벅 자박 자박
"어??? 없다!"
"에이....누가 가져갔나보네"
"와...그새 그걸 가져가네"
그렇습니다... 잉어를 잡은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아...나 밖에 없는데....날 의심하겠구먼..괜찮아 괜찮아. 난 살림망도 없고 멀쩡히 낚시하고 있는데 머 의심한들 어쩌겠어'
'크...쓰레기봉투에 넣어 놓은 막걸리 통이 비밀봉다리 밖으로 삐져나와있잖아...이거 볼리는 없겠지?'
'막걸리통 보고 와서 나한테 머라고 하면 어쩌지 ㅠ'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그냥 낚시를 하는데 다행히 제게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지는 않고 일행이 낚시를 합니다.
훌치기 하시는 분들이신가 봅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저도 이제 풀어준 잉어에 대한 생각이 사라질 무렵
훌치기를 하면서 한분이 제 옆에 다가오십니다. 제 포인트 쪽으로 던지보실 생각인가 봅니다.
이제 봉투 입구는 돌로 덮어놓아 막걸리통은 보이지 않아 걱정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그 분이 입질은 있냐고 물어보십니다.
입질 한번도 못봤고 저도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 나왔다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아직 대낚은 무리에요. 5월은 되야 고기 좀 잡히죠"
"혹시나 해서 나와봤는데 입질 한번 못보네요. 훌치기는 좀 잡히나요?"
"아 예~ 오늘도 오전에 덩어리 하나 잡아서 묶어놨더만 누가 가져갔네요"
"ㅎㅎ;; 붕어요?"
"아뇨 잉어요. 55cm 는 되는 거였는데..쩝..어디어디 밥 무러 갔다왔는데 고사이에 가져가네요"
"와~ 훌치기가 잘 되나 보네요"
" ^ㅡ^ 그럼요 . 저번주엔 저 친구랑 와서 30수 했는걸요. 붕어도 40 넘는게 달려나와요. 잉어는 머 말도 못하죠"
그렇게 저 혼자 그 분이 잉어주인이었단걸 확인하고...이런저런 낚시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름모를 훌치기님...
죄송합니다...저였어요.....ㅠㅠ
그 자리에서 사실을 말할 수 없었네요....
혹시나 이 글을 보신다면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잉어 눈빛이 어찌나 애처롭던지요..
다른 사람의 물고기를 방생하고 왔어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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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낚시를 낚시라고 말하지 말라..
잘 하셨습니다...ㅉㅉㅉ
예의도 없고, 염치도없고~~
뭐라 할말이 없네요.
방생 잘하셨습니다.
혹자는 입에 바늘을 걸어 상처와 고통을 주는 거나, 훌치기로 떠내는 거나 뭐가 다르냐 하시더군요.
급이 다르고 격이 다르고 물고기를 다루는 예가 다른 법입니다.
손맛을 보고 얼른 바늘을 빼서 놓아주면 금방 붕어는 상처가 아물고 나아 다시 삶을 이어가지만,
훌치기 바늘에 걸렸다 튕긴 물고기는 그 상처가 깊어 내장까지 상할 위험이 많아 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게 상처를 입은 물고기가 그 인근에 한두 마리겠습니까.
그 상처입은 물고기들에게 병이라도 퍼지는 날이면 떼죽음을 면치 못할 일입니다.
그리고, 낚시를 하시는 분들은 많은 분들이 손맛만 보고 놓아주실 테지만, 훌치기하는 작자들은 백이면, 백 떠낸 고기를 팔거나 주우에 나눠주거나 삶겠지요.
그거 하나 만으로도 꾼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 훌치기라 생각합니다.
좋은 일하셨습니다.
원래 주인이 없이 자유롭게 살던 물고기를
잡아서 줄 매놓았다고 자기 것이라고 하는 사람으로 부터, 다시 자유를 찾아 준겁니다
훌치기 하는 인간도 싫고,
와이어 살림망에 붕어 2~3일씩 보관하여
걸레 만드는 인간도 싫고 다 싫어요.
물고기가 가여워요...
먹자고 잡는분 들께는 못 당하겠 더라고요....
대박나실듯 그 잉어는 민물계의 왕자라는...
공감합니다.
다시는 훌치기 안할께요.
몸에 상처나는거보구 몇번하다가
안했습니다.
낚시만 할께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1만원 이하벌금정도?
그분들만 몰아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도 상처를 입히니까요.
다만 식용이 아닌 재미로 훌치기에 대해서는 결사반대구요.
시골동네 노인분들 잡숫기 위한 훌치기는 타인이 논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훌치기꾼은 싫어하지만...
사실 시골엔 훌치기가 불법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냥 고기잡는 한가지 방법으로만 생각하시는분들이 많더군요;;
저도 시골살지만.. 동네사람이와서 훌치기하면서 저한테 말걸고하는데
훌치기에대한 생각이 저랑은 완전 다르더라구요..
참 안좋은것은 맞는데...
우리네 할아버지쯤되시는분들께 배워서 그냥 저냥그런지 훌치기도 고기잡는 방법중에 하나라고생각하나봅니다..
그렇다고 내생각대로만해서 싸울수도없는노릇이고ㅎㅎ
다그런건아니지만.. 훌치기하는분의 시선엔 훌치기하는 본인이나 낚시하는 타인이나 고기잡는건 같다고생각하는것같아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낚시하는 분들이 보이기에 뭐좀되나 싶어 갔더니
릴낚시만 20대정도 펼쳐져 있더군요
그냥 가려는데 눈앞에 미터급의 잉어가 한마리
보이데요 이상하게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나이롱끈으로 아가미와 꼬리쪽을
묶어놨는데 참 보기가 거시기 하더군요
모르겠네요 잉어를 대상으로 릴낚시하는것이야
뭐라고 할수없고 잡은고기 도망못가게 하는것도
말하기 그렇지만 마치 그때 그잉어는 큰죄를
짖고 잡혀온 죄수같다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더군요
참 ~~ 쓰레기
잘 하셧어유.
훌치기도 하나의 낚시기법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느데...
그럼 밧데리로 지지는것도 낚시기법 이겠지요
무릇 낚시라 함은.....물고기를 잡기 이전에....마음을 다스리는 심신수양의 의미가 있습니다
직업이 어부가 아닌이상....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낚시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훌치기를 비롯해서.....보트 낚시또한 반칙 이라고 생각 합니다
짜증날듯 합니다 ^^;;
방생은 기본덕목 ^^
즉 어부입니다.
또한 나이가 좀 드신분들은 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못합니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죠
낚시채널이나 낚시가계에서 잘못된 방법임을 대대적으로 알릴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막걸리병에 묶어놓다니요 불쌍한 잉어 ^^^
훌치기한 저수지가보면 붕어 전부 상처나 있어요
없어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