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갑자기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영하의 날씨가 예보되었지만 조과보다는 물가에서의 힐링 그 자체를 즐기는 거에 목적을 두고 한 번도 출조한 적이 없는 예산 송석지낚시터로 낚시여행을 떠납니다.
송석지 제방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송석지는 7만 펑의 준계곡형 저수지로 외래종이 없는 토종터입니다. 자생 떡붕어 자원도 많은 곳으로 예산과 아산이 접경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번에 출조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된 저수지인데 그만큼 낚시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송석지를 마주한 첫 느낌은 풍광이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곳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풍광에 절로 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게 됩니다.
노지 낚시는 할 수 없고 좌대낚시만 가능한 곳으로 총 10개의 좌대가 있습니다.
좌대는 넓직한 저수지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습니다.
제방에서 바라본 우안 전경입니다.
좌대는 연안 쪽을 포인트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연안 숲을 바라보고 낚시를 하게 됩니다.
금요일 오후를 맞이하여 출조객을 나르는 배가 분주합니다.
송석지 관리소입니다. 관리소 앞에 주차장이 넓게 있습니다.
관리소에 들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오늘 낚시할 2번 좌대로 향합니다.
배터입니다. 두 대의 배를 운영하고 있어서 철수 때도 금방 철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첫 출조지에 대한 설렘을 가득 안고 오늘 낚시할 좌대로 향합니다.
배를 타고 가면서 송석지의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좌대에 낚시할 자리 옆면으로 비닐이 설치되어 있어서 추위를 막아 줍니다. 다음 주에는 앞쪽에 샤시를 설치한다고 하니 더욱 춥지 않게 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샤시가 설치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시원한 송석지의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골자리 포인트가 아주 좋아보입니다. 오늘 낚시할 2번 좌대가 이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3번 좌대인데 이곳도 고즈넉하게 조용히 낚시하기 좋아보입니다.
3번 좌대에 먼저 내려드리고 저희가 낚시할 좌대로 향합니다. 오늘 즐낚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낚시할 2번 좌대입니다.
좌대 공간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쌍포를 운영한다면 네 명까지 낚시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다대 편성을 한다면 두 명이 적당할 거 같고요.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날씨가 춥지않다면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캠낚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수기와 석유난로가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석유는 채워져있는데 따로 비용을 받지는 않습니다.
낚시용 난로도 2개 비치되어 있는데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네요.
화장실은 거품식으로 깨끗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방안 역시 깨끗합니다. 3~4명이 묵기에 적당한 크기입니다. TV, 냉장고, 에어컨, 식탁 등 필요한 물품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보일러는 전기패널 보일러인데 찜질방에서 잔 것처럼 따뜻하게 잠을 잤습니다.
커피 포트와 치약과 칫솔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좌대에 칫솔이 준비되어 있는 곳은 거의 보질 못했는데 별거 아니지만 세심한 배려에 낚시도 하기 전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 동출한 두 분의 선배님이십니다. 같은 직장에 근무했던 선배님들이신데 정년퇴직 후에도 직장에서 하던 일을 계속 하시면서 인생 제 2막을 멋지게 설계하고 계신 분들로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이십니다. 세 사람이 함께 출조한 것은 실로 몇 년 만입니다.
오늘 저는 2대의 낚싯대를 편성했습니다. 수심은 2m가 조금 넘게 나옵니다.
사장님께서 28~32칸 위주로 편성을 하라고 귀뜸을 해 주셔서 28칸 쌍포를 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계곡지라 그런지 낮에도 추위가 느껴져서 준비해온 내복과 석유난로를 켜고 낚시를 합니다. 이런 날씨에 붕어가 나와줄지 의문이지만 그저 오랜만에 선배님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낚시를 시작합니다.
외래종이 없는 토종터라 이런 피라미 같은 잡어가 낮에는 나옵니다. 피라미이지만 어떤 때는 붕어처럼 찌를 올려서 깜박 속았습니다. ㅎㅎ
잠시 좌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주변 풍경을 눈으로 담습니다. 풍경만으로도 힐링입니다.
바로 옆 3번 좌대에는 친구사이로 보이는 두 분이 다정하게 앉아서 낚시를 즐기고 계십니다.
두 분의 선배님께서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점심을 건너뛰고 오셨기에 4시쯤 일찌감치 저녁을 먹습니다. 날씨가 춥지 않았다면 밖에서 야외테이블에 앉아서 주변 풍경을 안주삼아 저녁을 먹을 텐데 날이 추워서 방에서 먹기로 합니다.
한우 마블링이 예술입니다. 후배가 하는 정육점에서 사온 한우인데 정말 맛있습니다.
구이바다에 고기를 굽습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한우의 맛이 예술입니다.
선배님께서 준비한 고량주를 반주삼아 한잔합니다. 술의 향이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술 중에서는 고량주를 제일 좋아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어둠이 물가에 내려앉았습니다. 밤이 되니 한기가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붕어 입질이 전혀 없습니다. 어제까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오늘부터 날이 차가워져서 붕어들이 적응을 못해서 더욱 입질이 없는 거 같습니다. 추위가 3~4일 계속 되었다면 입질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붕어 입질없으면 사람이라도 입질을 해야죠. 밤 11시 경에 야식 타임을 갖습니다. 제가 수산시장에서 준비해온 방어회로 야식을 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방어 시즌은 아니어서 대방어가 없기에 단골집에서 6kg짜리 중방어를 잡았습니다.
정말 구하기 어렵다는 안동 일엽편주를 선배님께서 갖고 오셨습니다. 일 년에 딱 하루 판매하는 날에 광클릭해서 어렵게 구한 귀한 술입니다. 2년 전에 처음 먹어봤는데 입안에 감도는 술의 향기가 은은한 것이 제가 평생 먹어본 술 중에 감히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긴 하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귀한 술에 맛있는 방어회가 있으니 밤이 즐겁습니다.
선배님과 지난 세월을 얘기하면서 술 한잔하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맞는 거 같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야식을 먹고 다시 낚시를 해 보았지만 찌는 야속하게도 말뚝입니다. 따뜻한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송석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물가에 비친 반영이 아름답습니다.
낮게 깔린 물안개가 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줍니다. 3번 좌대의 조사님들은 아침장을 보고 계시네요.
떠 놓은 물에 살얼음이 잡혔습니다. 춥긴 추웠나 봅니다. 이런 날씨에 붕어 얼굴보려고 한 게 낚시꾼의 욕심이었나 봅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하고 송석지를 떠납니다.
비록 붕어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두 분의 선배님과 함께 멋진 풍광 속에서 늦가을 낭만을 만끽하며 하룻밤 힐링했기에 만족합니다.
이번 출조도 추억의 책갈피 속에 차곡차곡 쌓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