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쪼`의 비애

월척 사이트를 통해 많은 선배 조사님들의 조행기를 재미있게 읽고
흥분하는 초보 낚시 매니아입니다. 올해도 민물 낚시 시즌의 마감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모 낚시 잡지 11월호에 게재된 저의 부족한
조행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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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쪼(?)'의 비애

2001년 9월 1일 토요일 오후 5시. 친구와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 후
아카시아 나무를 자르고 주변 및 시야 청소를 했다.

벼르고 기다리던 환상의 낚시터. 찌맞춤을 하니 에게! 수심이 겨우
30㎝ 전후.

동료 모친상 상가에 갔다가 위치를 파악한 정말 숫저수지(낚시한
흔적이 전혀 없는 인적이 없는 저수지).

8월 중순에 현장답사를 하니 4차선 도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기슭에
이런 오염되지 않은 저수지가 있다는 게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5∼6년 전에 물이 줄었을 때 동료가 이곳을 지나가다 내려다보니 붕어가
손바닥만한 게 수두룩하게 있기에 주워담았다는 이야길 듣고는, 낚싯대만
던지면 물고 좌우로 째면서 수초를 감을 것 같아, 저수지를 둘러볼 때
환상과 야릇한 흥분을 가지고 잠자리에서도 월척의 꿈에 시달렸다.

음주 후 이튿날 출근을 하면서도 괴로움을 견디기 위해, 그 무명
저수지를 연상하며 나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며, 스스로 달콤한
최면을 걸던 그 현장에 지금 와 있다.

수심이 안 나온다니까 친구는 겉보리로 밑밥질을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위로한다. 낚싯대 편성을 하고 소지품 정리를 마친 후, 산기슭에서
걸어 내려와 공사판 함바집에 가서 미리 저녁을 해결하고 소주 한잔을
땡겼다.

보름 바로 전이라 둥근 달이 두둥실. 달빛 아래 서 있는 무수한 억새풀의
실루엣이 일상생활에서 일탈된 우리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포근한
느낌이다.

그래! 지금까지 한 번도 잡아 보지 못한 월척의 한을 여기서 풀어 보리라!
옥수수와 콩을 장전하고 투척. 그리고 기다림.

내 찌는 미동도 하지 않고 말뚝이고, 친구가 손가락질하기에 친구의 찌를
보니 깔짝거린다. 숨이 가빠온다. 드디어 월척 조사 탄생 순간이다.

그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시선을 박고 있는데, 찌가 올라오는 게 보이더니
얕은 수심 때문에 벌러덩 누워 버린다. 정말 초저녁에 사고 한번 치는구나.

낚싯대가 휘어지고 그놈은 말밤덤풀을 휘어감는다. 푸덩덩거리고 달빛
아래 부서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니 환상 그 자체였다. 강제집행하는
모양이다.

나는 일어나서 친구 곁에 다가가 얼마나 큰지 기대를 가지고 내려다보는데
엄청 빵이 좋아 보인다.

"신 조사! 이젠 월 조사에 등극하는구나. 축하한다."

부러움에 털석 주저앉아 있는데 애고애고!
친구가 내뱉는 말이

"에이 ×팔! 민물돔 월척이다."
"뭐라고? 민물돔이라고?"

민물돔? 그런 물고기도 있나요? 어류도감에도 찾을 수 없는 이름.

10여 년 전, 그라스롯드 도깨비방망이같이 무거운 장칼을 짊어지고 낚시에
처음 입문을 했을 때였다. 영천 어느 강의 보에서 낚시를 하는데 찌맞춤도
제대로 못했다. 그저 지렁이 끼우고 막대찌를 수면 위에 한 뼘쯤 내놓고,
물고 들어가면 챔질하던 무대뽀 낚시. 붕애(?) 낚고 미소짓고 피라미만
잡아도 얼쑤! 하는데, 지금 이 친구가 고기 한 마리 잡아놓고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부르기에 쫓아가니

"야! 이것 봐라. 모양이 환상적이지? 횟집 수족관에 있던 돔하고 똑같지?"
"그래. 정말 돔이네!"

우리 두 다쪼(?)는 펄떡거리는 이놈을 서로 주고받으며 감상하고 흥분했다. 아니 이런 강가에서 그 멋진 모양을 가진 환상적인 민물돔을 잡다니! 우와! 우리는 그냥 좋아서 흡족해 했다.

나도 한 마리 잡겠다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며 학수고대하는데, 그냥 물고
물 속으로 처박힌다. 잡아당기니 친구가 잡은 놈보다 훨씬 더 큰
민물돔이었다.

나도 잡았다고 으쓱거리며 난리부르스!

우리는 철수하며 붕애는 전부 고향 앞으로 보내고, 자랑스런 전리품
2마리는 쿨러에 넣어 의기양양하게 동네 낚싯방에 들어갔다. 게거품
물어가며 자랑하는데 사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 하더니 쿨러를
열었다. 좋아하는 우리들을 야릇한 미소, 아니 엷은 웃음을 띠며 씨익
쪼개더니 왈

"이것은 블루길입니다."
"뭐요? 그런 고기도 있어요? 억수로 귀한 건 틀림없죠?"

사장은 시덥잖은 얼굴로 외국에서 들어오고 어쩌고 저쩌고.

애고애고 쪽팔려!

그게 우리에게 다가온 민물돔의 환상이 유리구슬처럼 깨지는 낚시 입문의
블루길, 그 용어이다.

그런데, 기다림과 전율을 느끼던 그 환상의 꿈 같은 황금연못에 찌가
드러누워 빨려 들어가는 그림 같은 그 입질은 모두 블루길 그놈이다.
크기는 모두 준척급이다. 콩도 먹고 옥수수도 먹고……. 이 연못 블루길
놈은 완전 잡식성이다.

애고애고! 둘이서 돌아가면서 폭탄 입질은 계속 이어지고 달빛 아래 두
무명 조사는 칼싸움하기 바빴다. 삼킨 바늘을 빼려고 시름하는데 또 물고
들어간다. 둘이 합해 한 100마리쯤 잡았나?

나중엔 완전 기진맥진! 철수. 교교히 흐르는 달빛 아래 체조하던 두 명의
낚시꾼은 민물돔을 중얼거리며 터덜터덜 걸었다.

그게 엊그제 저녁 사건인데 낚시터 소개해 준 그 동료가 커피 한잔 달라고
사무실에 찾아왔기에 얼굴에 뜨거운 커피를 확 끼얹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동료 왈, 세상에 노름꾼 낚시꾼 거짓말은 이길 사람이 없고, 귀가 얇아
그냥 지나가는 소릴 해도 그게 정답이라고 양념 치고 간 맞추고 하는 건
자기도취라나.

5∼6년 전에 고기 막 주워담았다고 안 했느냐고 인상을 찌푸리며
항의하니까 또 한마디

"아니면 그만이고!"

우이 쉬!

아, 이게 귀 얇은 다쪼의 실화 조행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