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었다.
굳이 따져놓고 볼 일은 아니지만, 소위 남들이 말하는 빨래판 급이라는 대물붕어를
잡아 보고 싶었다. 이유는 없다. 그저 낚시꾼의 본능쯤으로 단정해 두면 좋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출조는 소위 본능에 충실한 발걸음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오우~! 베이베...’
이쯤에서 그 동안 피땀(?) 흘려 공부해 온 대물낚시를 다시금 고찰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1.채비
본 줄 5호에 목줄은 케블라 합사로 묶여진 감성돔 바늘 12호. 가히 중무장이라는 말
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돌돔낚시 전문가라도 민장대에 그 정도 채비라
면 혀를 내두를 판이 아니던가! 모르긴 모르되 그들은 십중팔구 대물붕어는 필시 돌
돔에 버금가는 파워가 있을 줄 미루어 짐작할 것이다. 사실 그 정도 채비라면 필경
진흙탕에 파진 덤프트럭도 끄집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2.찌
일단 똥갈이라 하겠다. 미터가 넘는 장 찌도 심심찮게 나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겨우
20cm 내외의 짤막한 찌를 보고 있노라면 대물낚시라는 것과는 도시 어울리지도 않
는다. 하지만 그 부력을 살펴보면 왜 작은 고추가 그토록 매운지 실감할 수 있다. 봉
돌1.5호. 바다낚시에서도 일단 1호가 넘으면 고부력이라 한다. 그런데 무려 1.5호 봉
돌을 달고 그것도 민물에서 낚시를 하고 있으니... 민물을 전혀 모르는 바다낚시꾼이
라면 그는 분명 민물에도 사리 물때 같은 조류가 있는 줄 생각할지 모른다. 또한 영
점 맞춤이니 반 마디 올림맞춤이니 하는 예민한 찌맞춤 개념도 철저하게 무시한다.
3.장소
우선 일반적인 낚시꾼들 입장에서 보면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좋
은 포인트는 다 내팽개치고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곳, 이를테면 온갖 수초가 빼
곡한 곳이라든지 아니면 좁디좁은 곳, 즉 몸을 바싹 움츠려야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곳에 장시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낚시를 하고 있는 경구가 허다하니... 그런 대물낚
시꾼들을 보면 그들은 괴이하다는 생각 보다는 어쩌면 불쌍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대
물낚시꾼들 입장에서 보면 그게 지극히 자연스런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4.시간
일단 열에 아홉 반 정도는 낮에 잔다. 일어나 움직이는 경우도 라면을 먹는다든지 아
니면 대소변을 봐야 할 때나 채집망을 살피는 일 같이 특별한 경우에 한한다. 신체리
듬을 대물붕어의 바이오리듬에 맞추기 위해서다. 따라서 남들은 곤하게 잘 시간인 밤
에 부스스 일어나 본격적인 낚시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물낚시 3년쯤 하고 나
면 굳이 케미라이트를 꺾어 달 이유도 없을 것이다. 눈알이 야생 올빼미 사촌쯤 될 테
니...
대충 이 정도로 대물낚시 정리를 마쳐야 갰다 기타 세세한 준비 사항은 현장에 가서
좀 더 살펴볼 작정이다.
진주 이반성 답천지로 간다.
이제 모든 준비는 다 마쳤으니 내가 할 일은 없다. 즉 공은 대물붕어에게 넘어 갔다
고 혼자 중얼거렸다. 붕어들이 생각하면 뭐라 할지 모르지만... 그리고 기도문 같이
늘 속으로 암송해둔 물사랑님의 대물 강의, 예컨대 어도가 있는 수초대나 수초 가장
자리 또는 서로 다른 수초가 만나는 그 경계점 등을 감안해서 낚싯대를 폈다. 이 또
한 열심히 공부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겠다. 그러한 행동이 오래전부터 이미 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진행 되었으니 말이다. 그 긴 겨울 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
던고... 이 순간을 생각하며.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자는 건 아니다. 1.7호부터 32.대까지 7대. 내가 가지고 있
는 민물낚싯대 전부다. 언양 유료낚시터에서 가방 채 잃어버린 이후, 온몸(?)으로 집
사람에게 서비스를 해서 겨우 중급으로 준비한 것들이다. 물사랑님 대물채비 강의에
의하면 물경 30대가 넘는 낚싯대를 들고 다니던데... 하지만 할 수 없다. 그것만으로
도 어찌해봐야 할 것 같았다.
28cm 붕어
벌건 대낮에 대를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있었다. 미끼는 현장에서 채집한 생새우. 수
초를 다소 휘어 감았지만, 운 좋게 끄집어 낼 수 있었다. 튼튼한 채비의 위력이라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뒤에 있는 나무 가지에 바늘이 걸렸지만, 줄을 잡고 무식하게
당겼더니 제법 굵은 가지가 송두리째 찢어져버렸다. 끊어진 것도 아니다.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뒤에 아름드리 아카시아나무가 있는데, 바늘이 그것에 걸리면 그 나문
들 온전할 수 있겠는가!
어찌 되었던 열심히 공부한 덕에 제법 토실한 붕어를 잡았다. 그것도 첫 입질에서 스
스로 걸린 것이다. 감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밤만 되면 꿈의 빨래판 붕어는
시간문제라는 생각도 했다. 듣자하니 그곳에서 45cm 초대형 붕어도 잡혔다질 않는
가! 눈꺼풀을 풀줄기로 뒤집어 놓고서라도 밤은 반듯이 지새울 작정이었다.
저녁 무렵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무렵. 세 명의 낚시꾼이 우측 상류에 와 앉는다. 그들도 대
물낚시꾼인진 알 수 없으나 낚싯대를 유별스럽게 휘둘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이
제 막 어두워지는 밤하늘로 끊임없이 펴져나갔다. 고문 같았다. 겨우 2칸 정도를 드
리우는데도 굳이 그런 소릴 낸다. 어쩌야 하나 고민했다. 상대는 3:1. 대나무밭 밑에
서 웅크리고 있는 후배를 불러와 백병전이라도 치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한 번 대물낚시꾼은 영원한 대물 꾼. 소위 귀신 잡는 대물 꾼이라고 전의를
다짐히면서...
2편에서...
감사합니다.
대물낚시 우등생(?)의 보고 1편
-
- Hit : 3512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4
청버들님
실감나는 조행기입니다
제가 물가에 있는 느낌 입니다
아~ 또 병이 도질려고 하네요^^
오늘 일다했다 월척 들락거리느라고
어리버리꾼(?)의 두칸대 휘두르는 소리가 직접 들리는듯 합니다
지긋이 느껴지는 내공의 무게도 가슴을 압박합니다
빨리 2편을.....
2부 빨리 안올리시면 미워할꺼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