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실패하면 재도전

2022.08.29
날이 부쩍 추워졌다. 다시 말해 낚시 시즌이 되었다 !
저수지도 수위가 차오르기 시작하고, 수초가 연해지기 시작하며 곳곳에 벌초가 진행되어 이번은 청도 각계지를 찾았다.
베스가 서식하며 잉어가 많아 터가 세지만 씨알 좋은 큰 붕어가 낚이는 평지형 저수지로 이맘때부터 낚시 진입이 가능해진다.

오늘 자리 잡은 곳은 새물이 유입되는 포인트로
특별히 수초 작업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수초 형태에 맞춰 알맞는 낚시대를 편성하면 된다. 수초 가까이에 찌를 세우면 은신해 숨어 있던 붕어들이 먹이 활동을 하러 나올 것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으로 토사물이 퇴적되어 바닥이 무척 깨끗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수초 낚시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동행의 적극적인 코치에 힘입어 더욱 쉽게 대편성을 할 수 있었다!)

짠, 이번의 새로 들인 신규 멤버 크루션 알파 16단 받침틀 !
(맙소사 네가 정말 낚시에 미쳐가는구나? 16단?, 무려 포항까지 직접 가서 데려온 녀석이다 부디 나와 오래도록 함께해다오 ! )
8단을 분리하여 땅꽂이를 사용해 설치했다.
왜냐하면 (...)

저수지 진입로에 2미터 넘는 수풀로 덮여 그 모습이 흡사 정글을 연상케 하는데 그런 곳을 약 100미터 가량(?) 이동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낚시 짐을 최소화하여 옮겨야 했고 결과적으로 이번엔 발판도 좌대도 설치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정말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크루션crucian이란 붕어의 영어 학명이라고 한다!)

각계지에는 벌써 5번째 출조를 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 단 한번도 각계지 붕어를 잡아보지 못하였다. 이번엔 반드시 잡고 말리라 !
그런 각오로 이틀에 걸쳐 바늘을 묶고, 채비를 정비 하고, 찌맞춤을 하였다
4짜 나와라 !

백숙을 끓여 먹고 (신나게 먹느라 정신 없어서 다 먹은 후 뼈만 남은 사진)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자,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다.

이곳 저수지의 특성이 특히 야간(10시 이후 부터) 새벽 늦은 시간에 입질을 한다는 동행의 가르침에 따라 서둘러 찌불을 밝히고, 내 눈에도(?) 불을 밝힌다.

그렇게 새벽 1시 반이 넘도록 조금도 꼼짝하지 않고 말뚝 상태인 찌들.
점점 수마睡魔가 찾아오고, 집중력은 떨어지고
새벽 2시 30분 경
"붕어다 ! 야 붕어다 !"
갑작스러운 요란한 호통 소리에 정신없이 깨어나 보니 몸통까지 찍었던 찌가 이미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고 그사이 입질을 했던 것.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이 단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하, 허망한 마음이 쏟아진다.
이곳은 입질 한 번 두번 받아내기도 쉽지 않은 대물터.

에베레스트 정상만큼 아무나 허락하지 않는
북극의 오로라만큼 환상적인 녀석들.
마음 한 켠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놓인 저 녀석 사짜였을지도 몰라'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해보며 하룻밤 낚시를 마무리 한다.

무척 아쉬움이 큰 하루였지만 충실한 하루였다.
이제 가을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낚시 시즌이 시작 된 만큼
이를 앙 물고 재도전을 기약하며 각계지를 뒤로 한다.

짠, 이건 동행이 내가 출조하기 전날 잡으신 허리급의 붕어들
동행은
"이 붕어 네가 잡은걸로 해!"
라고 하셨지만 차마 (자존심이 상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
멋진 붕어 얼굴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