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께서 그러셨습니다.
'아우야,동생아~ 우리 물가에서 자주 봐야지~
그럴러면 항상 건강 잘 챙겨야 한다...'
건강 하나만큼은 나름 자부했는데...
어깨가 주저앉아 한동안 물가만 그리며
재활에 재활을 거듭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낚시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뭐, 덕분에 저희 지역에 배수가 한참일땐
잠시 쉴수도 있었지요.^^:;
작은 동네의 한 병원만 오래 다니다보니
이제는 의사 선생님이 형님이 되고
제 가게에 손님이 되고...
' 너 낚시 적당히 혀~
그러다 수술헌다~~'
(낚시대는 오른손으로 던지거등여! ㅋㅋ)
이젠 낚시해도 된다는 소리겠죠!
살짝쿵 건배하고 드링킹하는 맥주잔 사이로
동네 의사형님의 잔소리아닌 잔소리가
저에겐 긍정적으로 들려오고
진심 오랜만에 물가를 찾아 갈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계절은 이미 한여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고
조금은 이른 폭염속에서 우뚝 선 꾼들에겐
배수와 해충, 무더위는 인내심을 키우기라기엔
너무나 역부족인듯 합니다.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쉬는 기간에 저수율과
쉴만한 그늘을 기대하며 끄적였던 마법의 노트를
의지하며 찾아간 곳.
이곳을 찾아가려면 큰 대교를 건너야 합니다.
웅장한 대교 한쪽의 주차장에 잠시 주차를 하고
오랜만에 바닷가의 풍경에 잠시 시간을 흘려보내는 꾼.
' 앗 뜨거~~~ '
밖에 5분도 못 서있었다는ㅎㅎㅎ
산넘고 물을 건너 찾은 계곡지.
어느정도의 큰배수는 이미 끝났고
다시금 물이 찼다가 조금씩 빠지고 있는 저수지의 한켠엔
믿고 있었던 한그루의 나무 그늘이
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나무모양이 야구모자처럼 생겼죠!^^
나무 뒷쪽에서 해가 떠서 오후에는 정면으로 지는.
그래서 지금 시기에 딱인 포인트죠.
그러나 이 넓은 저수지엔 땡볕이 무서선지
아님 조황이 안좋은 건지
단 한명의 낚시인도 찾아 볼수가 없었습니다.
한낮의 더위 속에서 틈틈히 쉬어가며
이틀 동안 쉴 집을 지었습니다.
정말 나무속으로 쏙 들어갔네요ㅎㅎ
오후에 늘어지는 해를 뒤로하고
텐트 뒤에서 사부작 사부작 소꼽놀이를 하듯
이른 저녁을 지어 먹고 샤워도 했드랬죠.
해는 넘어가고 케미를 꺽을 시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대지의 열기는 뜨거운듯
한번씩 불어오는 바람이 그리 시원하진 않습니다.
발앞에는 물수세미와 말풀들이 길게 띠를 이룬 포인트.
오늘의 주요 포인트는 바로 수중 말풀군락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바짝 붙이거나 넘겨쳐서
26대부터 48대까지 거의 수평에 가까운
대편성으로 녀석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밤이 깊어가면서 찌불은 더욱더 빛을 내고
정면으로 떠 오른 보름이와
달이 밝은지 찌불이 더 밝은지 내기를 하고 있지만
저에겐 관심 밖입니다.
' 보름아~니가 져주면 안될까?^^:; '
후레쉬가 필요 없을 정도의 너무나 밝은 보름달과
미동조차 없는 찌를 바라보는게
무의미할 정도의 밤시간이 지나가고...
새벽 두시가 넘어가면서 보름이도 쉬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 한없이 어두워지는 저수지.
저멀리 가로등 불이 보이긴 하지만
보름이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찌불을 응시하는 집중력도 올라가고
살짝씩 반응하는 찌의 움직임들에
내몸도 움찔움찔.
새벽 2시35분.
정면에 말풀 군락사이로
자연적으로 길이 열린 구멍에 던져놓은 26대의 찌가
한마디 오르는듯 하더니 다시 주저 앉습니다.
바닥이 지저분해선지 입질이 또렷하지 않습니다.
' 하~ 깠어야 했나...'
.
.
.
다시 슬금슬금 오르는 찌불.
정점에 다다른 찌불은 춤을 추며 꾼에게 다가오고
그 춤사위 끝엔 월척붕어가 올라옵니다.
기대했던 포인트에서
오랜만에 맡아보는 붕어의 비린내.
이게 낚시의 재미죠~^^
긴밤을 미동 없이 기다리게 하다가
단 한번의 움직임으로 꾼을 일으켜세우고
' 하나만 더, 하나만 더와라~' 하며
물속의 녀석들에게 주문을 외웁니다.
곧이은 새벽 3시.
말풀사이로 어떻게 집어 넣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32대의 찌불이 다른 채비를 점검하는 사이에
슬금슬금 손을 들어 올리며
' 나좀봐 나좀봐바! 언능 좀 보랑게~~' 이러는걸
뒤늦게 보게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한참을 오르는 찌불.
그리고 다시금 허공위에서 춤을 추는 찌불과 함께
두번째 월척붕어가 나와줍니다.
녀석, 첫번째 녀석과 힘이 달라서
싸이즈 좀 되나 싶었는데
빵이 '맘모스 빵' 저리가라네요.^^:;
새벽장의 느낌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약속의 새벽 4시도 정점에 다다르고
한마리 더 나와줄거 같은 분위기에
피곤함도 잊고 찌불을 바라보았지만
한시간 사이에 두마리의 붕어를 만난걸 끝으로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더군요.
아무도 없는 저수지에 혼자 앉아있는게 외로울까봐
요것들이 옆에서 얼마나 재잘거리던지요ㅎㅎ
산새소리의 지저귐이 너무나 귀엽게 들려옵니다.
낚시대가 드리워진 포인트 주변으로
뽀글뽀글 기포들이 올라오는게
아침장에 기대감을 가져보며
길게 이어갔지만 역시나 이곳의 아침장은 어려운듯...
이젠 더이상 버틸 체력이 없습니다.
야행성이라 뱀파이어처럼 해가 뜨면
힘이 쭈욱 빠져버리는 롸비니.
이제는 쉬러 들어갈 시간입니다.
홀라당 깨벗고 텐트문만 반절씩 열어놓고
뒷문은 나무에 가려서 아무도 안보이니 활짝.
그리고 나뭇가지에 선풍기하나 걸어 놓으니
아주 시원하니 좋습니다.
역시 물가에서 자는 잠이 보약입니다.
어제 그렇게 땀흘리면서 움직이고 밤을 꼴딱 샜는데도
서너시간 자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초자력~~충전!
캡틴파워가 됩니다.^^
('초자녁~충전! ' 캡틴파워 기억하시나요?^^:;)
오후가 되면서 다시금 정면으로 지는해.
첫날은 아무도 없어서 텐트 바로 옆에서 샤워를 했지만
둘째날은 언제들 들어왔는지 해가 져가는 시간에
여기저기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샤워하기가 눈치 뵙니다.ㅎㅎ
찌불이 밝혀지면서 어둠을 틈타
후닥닥 샤워하고 자리에 앉으니
오늘밤은 정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밤낚시하기 딱 좋습니다.
중류권이 시작되는 곳부리와
반대편, 자리하기 편한 포인트에 앉은 낚시인들의
낚시대는 조금만 더 길면 서로 맞닥들이게 생겼네요.
저곳은 수심이 꽤 깊은걸로 아는데...
수온이 높은 하절기에 물도 빠졌고해서
장대로 노려보려는듯 하더군요.
오늘밤도 환한 보름이가 조명 역활을 하는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붕어는 찾아 오질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보름이가 넘어가는 새벽 2시.
어제와 같이 거짓말처럼 자연포켓에 넣어둔
짧은대의 찌가 움직이고
멋진 찌오름을 보여주며 준척급의 붕어가 나옵니다.
멋드러진 찌오름에 비하면 씨알은 작지만
그래도 오늘밤 저수지를 통틀어
첫 붕어를 만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잠시후 맞은편에 장대를 세팅하신 조사님에게
붕어가 한수 찾아오는게 보입니다.
정말 어제 오늘, 달이 지고 난 새벽 2시에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인지 밤새 그렇게 꼼짝도 않더니만
이시간만 되면 움직이는게 참 신기하단 말이죠ㅎㅎ
30분정도 지났을까요~
좌측 말풀 군락이 끝나는 깨끗한 바닥에
갓낚시 형태로 던져놓은 48대의 찌가 살짝 잠기더니
얼마 지나지않아 찌를 쭈욱 올려주면서
턱걸이 월척붕어를 보여줍니다.
오랜만에 진짜 군더더기 없는 멋진 찌오름이었어요~^^
그리고 또다시 맞은편 장대를 세팅한 조사님에게도
두번째 붕어가 나오더군요.
그분과 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각각 두마리씩의 붕어를 만났고
또 언제 그랬냐는듯이 저수지는 입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이틀밤을 보낸 계곡지의 아침이 밝아오고
오늘도 무지 더울거 같은 아침의 모습에,
그리고 계속해서 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낚시인들에게
이제는 저의 자리를 양보하고 돌아가얄 시간이 다가옵니다.
(실은 더 뜨거워지기 전에 나올려고 한거죠^^:;)
본격적인 농번기로 접어든 6월의 어느 계곡지에서
작은 나무가 만들어준 큰 휴식과 함께
4마리의 붕어도 만날수 있었던 이번 이야기.
'만나줘서 고맙다.'
'어여 가그라~'
' 앗녕~'
달이 지고 난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딱 한시간동안만
허락해준 계곡형저수지.
역시 물속 녀석들의 맘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정말 오랫만에 조행기로 인사 드린거 같구요,
저는 앞으로도 컨디션 조절 잘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소소한 이야깃 거리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도 장마철 안전과 건강에 유의하시면
즐거운 출조 이어가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멋진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 안출하세요~!
감사합니다..
조행기 편하게 잘 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