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들이라면 지금 이 시기부터 초봄까지 남도로의 원정 출조를 꿈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일 년에 한 번 쯤은 남도로의 원정 출조를 가곤 하는데 이번에 선후배님과 함께 동출을 하기로 하고 남도로의 먼 낚시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해남의 수로입니다. 수로라고 하기에는 폭이 무척 넓은데 영상강 줄기의 끝자락이라고 현지 주민이 얘기 해 줍니다.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곳이 바다인데 그래서인지 가끔 민물장어가 낚여서 민물장어만 잡으러 오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함께 동출한 광주에 사는 1년 후배님이 본부석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저희 회사 낚시동호회가 있을 때는 자주 충남 쪽으로 와서 낚시를 하곤 했는데 함께 낚시하는 것은 실로 15년 정도는 된 거 같아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텃밭도 가꾸면서 하우스 농사도 짓는다고 합니다.
분부석도 하우스처럼 바로 설치하고 해체를 할 수 있다는데 어지간한 강풍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본부석은 처음인데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네요. ㅎㅎ
하우스 공법이라고 하는데 재주가 아주 좋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본부석 형태가 갖추어졌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삽으로 땅을 고르고 계십니다. 정년퇴직 하신지가 벌써 8년이 되셨는데 100세 시대에 맞게 아직도 현역처럼 왕성하게 일을 하고 계십니다. 후배들이 본받을 만한 일입니다. 멀리 서울에서 내려오는데 5시간 걸렸다고 합니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동일 전투좌대를 해남에서 첫 개시를 합니다. 설치가 아주 쉽습니다.
수중전은 거의 안 하기에 노지 연안 접지 좌대용으로 사용하려고 구입한 건데 색상이 블랙이라 멋지네요.
대부분 노지꾼들이 텐트를 올릴 수 있는 대좌대를 선호하지만 안 그래도 짐이 많은데 대좌대는 좀 버겁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저는 잠은 차박 내지 날이 춥지 않을 때는 노지에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하기에 대좌대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껴서 크기가 반인 전투좌대로 결정한 건데 막상 노지에서 설치를 하고 보니 잘 결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판은 시트지로 되어 있어서 그냥 의자를 올리면 스크레치나 찢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천막집에서 사이즈에 맞게 재단을 해서 바닥 깔개를 깔았습니다. 색상도 거의 비슷해서 맞춤 같습니다. 재질이 미끄러지지 않게 돌기가 있어서 상판 깔개로는 안성맞춤입니다. 12000원 들여서 멋진 상판 바닥 깔개를 깔았네요.
대를 편성하는 중에 붕어가 나옵니다. 알이 꽉찬 8치 붕어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짐이 좋았습니다.
대를 다 편성하고 나니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기 시작합니다. 남도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20칸부터 40칸까지 총 8대를 편성했습니다. 제 받침틀이 최대 8단까지 사용이 가능해서 풀로 대를 깔았습니다. 수심은 약 2m 정도로 적당하고 바닥 밑걸림이 전혀 없습니다.
텐트는 전투좌대 사이즈보다는 커서 임시방편으로 설치했습니다. 전투좌대에 딱 맞는 텐트가 있다고 하는데 지인이 사용해보고는 답답해서 바로 중고로 팔았다고 해서 따로 구입은 생각 안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텐트바를 길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낚시인들이 많이 필요로 하면 동일 측에서 제품으로 생산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제 우측에 자리하신 선배님께서도 남도 붕어를 만납니다. 멀리서 왔다고 남도 붕어가 반갑게 인사를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좌측이 저의 텐트이고 우측이 선배님의 텐트입니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낚시하니 선후배간의 정이 더욱 돈독히 쌓이는 것 같았습니다.
후배님은 제 좌측에 삭은 갈대 포인트에 자리를 했습니다.
집에 연못이 있을 정도로 낚시광입니다. 연못에는 붕어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본인이 자작한 좌대는 아니고 받침틀입니다.
PT병을 넣어서 만든 건데 이런 곳에 그냥 띄워만 놓으면 된다고 합니다.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금손입니다. 받침틀을 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면서 조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제 자리입니다. 바람이 불긴 하는데 남도 원정 출조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선배님께서는 퇴직한 다른 선후배님들과 매년 봄과 가을에 남도 원정 출조를 하시는데 이번은 답사를 겸해서 출조를 하신 겁니다. 오늘 많은 손맛 보시길 바랍니다.
점심은 중화볶음밥입니다. 재료는 대파, 당근, 계란, 돼지고기만 있으면 됩니다. 낚시터에서도 잘 먹자는 게 제 낚시 철학입니다.
춤추는 찌불의 일조삼락! 손맛, 찌맛 마지막은 입맛입니다. 손맛, 찌맛을 못 본다면 입맛이라도 봐야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그릴도 이번 출조를 앞두고 새로 구입해서 오늘 처음 사용하는데 아주 편리하고 좋습니다. 먼저 식용유를 팬에 두르고 고기를 익힙니다.
익힌 고기는 따로 그릇에 담아 놓고요.
계란을 스크램블처럼 휘저은 다음에 밥을 넣고 볶고 그 다음에 파와 당근을 넣고 또 볶아줍니다.
그런 다음에 익힌 고기를 넣고 볶으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합니다.
드디어 중화볶음밥 완성되었습니다.
밥은 햇반을 사용했는데 햇반을 뜯지 않고 끓는 물에 데워야 합니다. 그래야 수분이 안 생깁니다. 볶음밥은 좀 된 밥이 좋습니다.
제가 직접 요리한 볶음밥이지만 정말 맛있습니다. 두 분도 감탄사를 연발하네요. ㅎㅎ
점심을 먹고 난 후 다시 낚시를 하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캐스팅 자체가 힘듭니다. 바람에 뺨 맞고 왔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그럴 때는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낚시의 한 방법입니다. 찌를 거둬 들이고 차에서 낮잠을 잤습니다.
낚시터에서 단잠을 자고 나오니 바람이 좀 잦아들긴 했지만 그래도 찌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찍 저녁 식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저녁부터 해결하기로 합니다.
저녁 메뉴는 제주 꺼먹돼지 뒷고기입니다. 도축장에서 맛있는 부위를 뒤로 빼돌린다고 해서 뒷고기라고 한다는데 그 말이 사실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맛은 소고기 식감이 납니다. 제가 낚시터에서 고기를 먹을 때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메뉴입니다. 그만큼 이 고기를 먹어본 지인들은 삼겹살이 맛이 없다고 합니다. 저와 동출을 하게 되면 제주 뒷고기는 항상 따라오는 옵션입니다. ㅎㅎ
양파와 버섯 그리고 파저리까지 준비를 했습니다.
그릴팬에 고기가 달라붙질 않고 잘 구워집니다. 그릴팬을 처음 써 보는데 낚시터에서 사용하기에는 그만입니다.
노릇노릇 고기가 맛있게 구워졌습니다.
두 분의 표정에서 행복이 묻어납니다.
선배님께서 와인 한 병을 갖고 오셔서 반주로 한잔합니다. 저도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데 낚시터에서 고기에 와인을 곁들이면 마치 낚시터가 아닌 고급 레스토랑에 와 있는 듯 합니다.
세 사람이 함께 낚시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데 영원히 기억에 남을 추억을 위해 건배를 합니다.
기념사진 한 장 남겨야겠죠. 근데 표정이 근엄하네요. ㅎㅎ
마지막은 김치와 채소를 넣고 볶음밥으로 마무리합니다. 김을 가져왔는데 깜박하고 안 넣었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구수한 된장찌개도 함께 하니 입안이 개운해집니다.
수로에 멋진 석양이 내려앉습니다. 물가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니 정녕 낚시인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입니다.
밤이 되어서도 바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가끔 붕어가 입질을 해 주는 거에 위안을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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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경에 차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차에서 자더라도 아침에 보면 이불에 습기가 찹니다. 하지만 차박 텐트를 설치하면 그런 일 없이 숙면을 취할 수가 있습니다. 파워뱅크에 전기장판을 깔고 따뜻하게 잠을 잤습니다.
해남 수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선배님께서는 텐트에서 주무시다가 추워서 차에서 잠을 잤다고 하시네요. 아무리 남녘이라고해도 아직은 밤 기온이 차갑습니다.
옅은 안개가 깔려있는 게 멋진 풍경을 연출해줍니다. 후배님도 아직 취침 중인 것 같습니다.
어디에서 취침을 하고 있는가 봤더니 본부석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마치 어느 방송에서 봤던 자연인이 생각납니다. 난로 두 개 그리고 침낭에 의지하고도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야전에 강한 낚시꾼이 진정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게 됩니다. ㅎㅎ
다른 조사님의 조과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네요.
선배님께서는 아침 일찍 아침장을 보기 위해서 나오셨습니다.
선배님께서 서릿발이 선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고 하시네요. 정말 서리가 많이 내렸습니다.
고즈넉한 수로의 아침 정경이 너무 평화로워 보입니다.
이런 게 바로 남도의 정취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텐트에도 마치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습니다.
낚싯대에도 눈꽃이 피었습니다.
바가지에 떠 놓은 물도 꽁꽁 얼었습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봄은 멀리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께서 또 한 수 걸어냅니다.
아무래도 선배님 자리가 포인트인 거 같습니다. 저희는 낱마리인데 연신 이 자리에서 붕어가 나옵니다.
고만고만한 사이즈만 나옵니다. 월척만 나와주면 금상첨화일 텐데요.
그저 아침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좋습니다.
3박 4일 일정으로 남도 원정 출조를 하였으나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2박만 하고 철수를 합니다. 하루 일찍 철수를 하는 게 못내 아쉬운 건지 선배님께서는 물끄러미 찌를 바라보고 계시네요. 선배님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게 낚시이니 이제 그만 아쉬운 마음을 접으시지요.
선배님의 2박 조과입니다. 30수는 족히 되어 보입니다. 이 시기에 이 정도면 만족스런 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붕어들은 지금쯤 후배님의 집 연못에서 잘 살고 있을 겁니다.
그나마 얼굴 값 하는 붕어로 포즈를 취하셨습니다.
빈약한 저의 조과입니다. 그래도 수로 붕어의 힘 만큼은 대단했습니다. 후배님의 조과는 못 찍었네요. 후배님도 낱마리 조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한자성어처럼 아직 남녘에 봄은 온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남도만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선후배님과 추억의 책장에 고이 간직할만한 추억을 낚을 수 있었기에 이번 출조도 행복한 출조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 낚시이기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보기좋은 낚시 입니다.
즐겁게 보았습니다.
안출하세요.
와인이 기억에 남네요ㅎㅎ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멀리 남도까지 가서 큰 손맛을 보셨으면 좋았을 것을
저도 지난 1월에 처음으로 버킷리스트에 있는 해남으로 겨울 물 낚시를 다녀 왔었습니다.
장거리 인 만큼... 추억도 가득 담고 왔습니다.
장거리 출조 인 만큼 안전에 유의 하시면서 좋아 하시는 낚시를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잘보고가요
본부석이 멋지네요. 항상안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