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토요일, 며칠 지났네요.
공장이 저수지와 가까운 관계로 운동 삼아 매일 가 보는 편인데, 얼마 전부터 전역에 밀생한 수초가 사그라드는게 딱 마음에 들더군요.
도리원 신평지( = 회골지, 신동지)에서 몇 번 낚시는 했지만 초봄과 늦가을 시즌을 제외하고는 수초 때문에, 그리고 잔챙이 성화에 별 재미를 못 봤던 터라 올해 마지막 밤 낚시라는 생각에, 방한 장비 단디 챙겨서 도착한 시각이 오후 5시.
의성 I/C낚시점에서 소개해서 먼저 도착하신 서울분 두 분이 산 아래 제방쪽에 나란히 대를 펴고 계셨고(특파원 화보란에 보니 그 분 맞네요^^ 잘 올라가셨는지요? 전 새벽에 그 넘의 수달때문에 난리치다가 밤에 철수하는 바람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진 못했죠) 일단 낚시 가방과 히터만 들고 산 아래 중류 골 진 부분에 2.9칸대를 던지니 수심이 생각보단,, 안 나오는군요. 물색은 딱인데..한 1M나오려나,,
것도 그렇지만 뒤에 산이라서 으시시한 감이 들고 또 밤에 철수를 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아예 편하게 도로쪽 중류대에 자리를 폈습니다.
수심은 3.2칸기준으로 1M. 그 전날 미리 던져 둔 채집망에는 손가락만한 새우부터 참붕어까지 바글바글합디다.
성격이 좀 게으르고 장대는 별로 선호를 안 하는 관계로 제일 긴 게 3.2칸인데, 우측 수초대부터 2.5 3.2 2.9 2.5 2.0 이렇게 다섯 대를 편성하고 새우 굵은 넘으로 끼우고 마지막으로 -- 던질까 말까 고민하다가 -- 제일 짧은 대인1.7칸을 꺼내려다가 그만 초릿대가 부서지고 마네요. 이론..이 겨울에 말라꼬 짜린 대 던질라꼬 하다가,,,
암튼, 이 때 부터 영 조짐이 안 좋았죠. 시간은 흘러가고 달은 밝아오고, 모포에 난로에 텐트에 약간의 알코올에 비몽사몽하는 사이. 10시 정도 되었나....우측 세 번째 던져둔 2.9칸에서 케미가 살짝 고개를 내 밀더니 다시 두 마디 더 올리대요.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저수온기엔 입질이 약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힘차게 퍼 올렸더니만,, 역시 빈 바늘.
자정 즈음. 다시 그 2.9칸에서 아까와 같은 그 입질이 오는 걸 보고, 세 마디 오르는 걸 보고 이번에는 기다려야지. 했건만 이걸로 상황 종료.
이 저수지에 수달이 산다는 얘기는 들었고, 올 봄에 저녁에 잠깐 낚시 할 때도 수달 비스무리 한 넘이 설치고 다니는 걸 봤는데, 이 넘이 결국 사고치네요.
자정을 30분 정도 넘겼나. 수달 한 넘이 물가 1M 정도에서 좌우로 계속 왔다리 갔다리하는게 영 신경쓰이대요. 어떨 때는 내가 않아있는 쪽으로 오기도 해서 받침대 하나 손에 쥐고 있었더니만..
아 이 넘이 결국 그 입질 두 번 받은 그 2.9칸대 찌 부근에서 덤블링을 하더니만 케미를 포함한 찌 상단 부분을 물고 흔들어 버리네요. 갑자기 찌불 하나가 사라져 버리더군요.
설상가상으로 뒷꽂이를 비껴나서 낚시대까지 저 앞으로 가버리더군요. 순간적으로 덮고 있던 모포를 제끼고 손을 뻗어봤지만 벌써 저 앞으로 가 버린 대를 어찌 할 도리가 없었죠. 그 때 먼가 타는 냄새가 나길래 퍼뜩 아래를 보니 제껴둔 모포가 히터에 닿아서 손바닥 만하게 구멍이 난 상태였습니다. 이런,,
게다가 제일 우측 2.5칸대도 찌가 안 보이길래 당기니 수초 더미 속에서 케미를 포함한 찌 상단 부분이 날라가 버린 후 였죠. 아..열 받아.
2.9칸은 어찌어찌해서 낚싯대는 건졌습니다만 찌 상단 부분이 날라가 버린 후고, 모포는 태워먹고, 낚시줄은 히터에 닿여서 끊어지고,,,,
결정적으로 좀 있다 바로 걸려온 마눌의 앙칼진 한 마디 " 머하노?! 아직도 하나! ,,, 알았다!! " 100일 지난 딸래미 요게 잠투정하다가 결국 엄마의 화를 돋우었네요.
에라. 가자. 일진도 사납고. 올 낚시 배맀다.. 12월호 책에서는 새벽 2~3시에 입질이 꼭 온다고 하던데,,, 아쉽지만 철수를 결정하고 집에 오니 새벽 2시 30분.
아직 낚시대 정비도 못 하고 있지만 하나 배운게 있습니다. "수달은 불을 좋아한다(?) " 암튼 처음 겪은 황당한 일 때문에 못 내 아쉬움 남는 밤낚이었죠.
마눌한테는 올해 마지막이라고 야그했지만,, 슬그머니 모레 토요일이 기다려집니다. 게다가 오늘 의성지방 .. 날도 따땃~하고..
신평지(회골지)에서 수달 때문에 망친 밤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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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철수하시길래 입질이 없었나보다 했더니 ㅎㅎㅎ
사연이 많이 있었군요~~
제방쪽으로도 수달이 첨벙첨벙 뽀글뽀글 하는통에
깜짝 놀랬었는데....
이젠 추워서 밤낚시는 힘들겄같네요 건강조심하시구요
남은한해 좋은일만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꾸벅
심야에 님의 조행기를 보다가 너무 웃어서
옆에 취침중인 wife 가 잠을 깨 버렸습니다...^^
아무나 흉내낼수 있는 조행기가 아님을...
글 속에서 님의 깊은 조력을 느꼈다면 실례일까요?
깊어가는 가을이 다 가기전에 추억에 남을 조행 꼭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