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사나운 조행

지난 토요일, 시즌의 황금기라 할수 있는 10월을 놓치기 아쉬워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평소 자주찾던 청도의 하극락지로 차를 몰았다. 도착을 하니 짧아진 가을해는 어느덧 뉘엿뉘엿 석양이 지고 있었다. 먼저 도착하신 제방쪽에 두분과 상류에 계신 분은 어느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좋은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겁지겁 대를 펴고 겉보리를 뿌리고 있는데 어디서인가 차가 멈춰서더니, '아저씨 여기 낚시 금진거 모르능교?'한다. 순간 와 조짓다 싶어, 농사 짓느라 수고 많습니다.' '조용히하고 갈게요' '어데서 왔능교?' '대구서 왔습니다. '밭에 들어가가 농작물 다 발고 이래가 되겠능교? 밭으로 안들어오고 장화 신고 물로 들어왔습니다.' 하고 한쪽 다리를 들어 보이니 한풀 꺽인듯 하더니, ' 온통 쓰레기 다 버려놓고 , 이 지렁이 통 함봐라 이거 어제 저녁에 했능갑네, 아!참. '가소! 내가 이동네 책임자라카이!' '이장님 그러지 마시고 저는 쓰레기 절대 안버립니다. 남이 버린 주위의 쓰레기도 가져가는 사람입니다.' '쓰레기 버리고 간다는 사람 없심더'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아직 있지만 앞으로 좋아질겁니다.' '오늘은 하고 다음부터는 오지마소' 강하고 불만이 가득한 한마디를 던지고는 횡하니 사라진다. 왠지 모르게 씁슬한 마음과 괜히 짜증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즐겨 찾는 몇몇 저수지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던터라 기분이 영 아니었다. 자식이라 따라다니면서 교육을 시킬수도 없고 저수지에 상주하면서 감시를 할 수도 없으니.... 오호 통재라! 여러가지 생각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찌를 응시하는데 찌는 미동도 없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초승달이 어느샌가 훌쩍 뒷산으로 넘어가고 있을 무렵, '어이 ! 입질있나?' '없다.' '괜히 고생하지 말고 철수하자!' 제방에 있던 두분의 조사가 벌써 지쳤는지 철수를 하려고 한다. 갑자기 조금전 동네주민의 말을 생각하며 쓰레기는 잘 챙겨가야 할텐데 하는데, 제방에서 불길이 솟아오른다. 그런 기우를 알기나 한듯(?)쓰레기를 처리 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각을 결심한 모양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일념을 고맙지만 방법이 영.... 이젠 상류의 한 분과 나만이 소류지에 남았다. 조금 일찍 도착했더라면 통성명이라도 했을텐데,.... 가만히 또다시 찌를 응시하기를 얼마난 지났을까. 미동도 없던 찌가 가운데 30대에 희미하게 예신이 들어오고 있었다. 깜빡 깜빡 멈춤 깜빡 깜빡 멈춤. 좀전의 안좋았던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긴장과 전율로 온몸이 경직되고 있을때쯤, 번쩍, 갑자기 제방쪽에서 불빛이 비친다. 와! 왕짜증- 도대체 한여름도 아닌 이시기 이시간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 무슨 이유로 저수지에 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문여닫는 소리가 나더니 후레쉬 불빛과 함께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고 후레시 불빛은 물가를 향하고 있었다. 낚시를 하러 온 모양이구나. 사정이 있어서 늦게 도착한 거구나.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다. 오비이락인진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또다시 찌가 미동도 없다. 가만히 찌를 응시하는데, 벅벅 벅벅 하는 소리가 조용한 소류지에 메아리를 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름대로 상상을 해보았다. 벅벅 벅벅 벅벅 벅벅 점점더 소리는 크게 들리고 눈은 찌를 보고 있지만 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코끼리가 등을 긁나? 아님 황소개구리가 변성기인가? 참 알수가 없는 요상한 소리였다. 벅벅 벅벅 벅벅...... 그러기를 한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몇십분이 지난것 같았다. 참자! 금방 끝나겠지. 벅벅 벅벅 벅벅 ..... ㅆㅂ 도저히 못참겠다. 평소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이 오늘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벌써 몸은 소리의 진원지로 향하고 있었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설 때마다. 혹시? 설마? 그러나 역시나였다. '아저씨 도대체 뭐 합니까?' '지금 여기에 보트 띄울려고 합니까?' '예' 뭐가 잘못됐냐는 식이다. '지금 시간에 와서 이 작은 못에 보트 띄운다는게 말이 됩니까? '먼저 온 우리 낚시 하는거 안보입니까? '조용이 하려고 했어요.' '조용히고 뭐고 아저씨 보트 바람 넣는 소리가 저수지에 진동을 하는데, 이렇게 사람 무시해도 됩니까? '무시는 누가 무시를 했다고 합니까?' '지금 아저씨 하는 행동이 상대방을 무시하는게 아니고 뭡니까? '그리고 이 조그만 못에 대낚시면 몰라도 먼저와서 조용히 낚시 하고 있는데 보트낚시가 가당키나 합니까?' '미안합니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왔죠. 목소리 낮추세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왔어도 이 늦은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먼저온 사람이 있으면 미련없이 돌아가는게 인지상정 아닌가요? '입장바꿔 생각해 보세요" '.....' 그러는 와중에 상류에 계신 분도 우리의 언쟁을 듣고선 중재를 하는 바람에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온갖 상념으로 머리가 아프다. 갑자기 낚시가 싫어지고 오늘은 정말 일진이 사나운 날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언제 철수 할까만을 고심하며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열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더이상의 입질도 낚시를 하고픈 의욕도 없이 멍하니 있다가 물안개가 피는 새벽을 뒤로 하고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향했다. 제발 부탁입니다. 여러 낚시를 좋아하는 분들, 쓰레기 가져오기 싫으면 감히 말씀드립니다. 낚시 그만 두세요 당장! 다른 취미 많잖아요 쓰레기 신경 안써도 되는... 제발 부탁입니다. 보트낚시도 좋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먼저 가져주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