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어느 밤
실낱같은 케미라이트 불빛과 어울릴 때
저 깊은 밤호수의 숨소리를 들어보았는가
보이지 않는
암흑의 저 어드메 쯤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몰려오는
물결의
소리 없는 절규를 들어보았는가
생명을 품은 어미의 집착과 같이
제 집안에 떨어져 썪는
날이면 날마다
쓰레기로 범벅된 호수를 핥으며
물 속에 노는
지 자식들을 위하여
그 자식들의 자식들을 위하여
매일 밤 토하는
신음을 들어보았는가
자네
무공해 농법으로 생산되었다는
신선한 채소와 겨자와 초장에
가지런히 정돈된 살점 한 웅큼 집어들고
변비와 설사, 아니면 비만이나 당뇨에 효과가 있다며
쿡 찍어 우두둑우두둑 미각을 돋구고 있을 때
혹은 쓰디쓴 소주 한잔 곁들이며
"위하여!"를 외칠 때
아님 술에 취해
여자에 취해 돈에 취해
낄낄거리며
냉소와 게으름을 즐길 때
어느 술집에서 마이크 들고
고래고래 악쓸 때에도
자네가
무심코 버린 떡밥, 라면봉지, 음식 찌꺼기
자네가 피우다 버린 꽁초가
자네가 싸고 간 똥이
알게 모르게
자네의 간과 창자에 되돌아와
조금씩 납이
크롬이, 구리가, 수은이
해꼬지를 할 지 모른다는 걸 알게나
자연은 참으로 정직하다네
제가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신음하며 되돌려줄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네
그것이 때론 거친 바람과
성난 빗줄기로 호수위를 뒤덮는 일도
작은 파라솔 따위를 삼켜버리며
지 자식들을 위하여 토하는
대자연의
소리없는 신음인 줄 알아야하네
자네는 공범이네
떠다니는 저 퀴퀴한 떡방봉지와 지렁이통
버려진 스티로폼이나 폐그물
그것들과 함께
온 몸으로 제방을 때리고
남녁에서 동녁에서
자네가 앉은 곳부리에 머리를 짓이기며
미욱한 낚시꾼들을 비웃으며
달려와 시위하는
자연의 끙끙 앓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자네는 공범이네
이제 적당히 하게나
낚시도 적당히 하란 말일세
잡은 고기 시장에 내다팔아 애들 학비할건가
무에 그리 폼 잡고 박터지게 난리들인가
꼭두새벽부터 난리벅구를 피우는가 말일세
자네
이제 호수를 새롭게 보게나
호수가 병들어 신음하고 있지만
어디로 도망 가진 않는다네
늘 그 곳에
백년 뒤 천년 뒤에도
그 자리에 있을게야
자네, 부디 서두르지 말게
어깨동무를 하고와서는
깨어지고 으스러지며
저 침묵으로 일관하는
속으로는
피를 뚝뚝 흘리는
자네, 저 자연의
암흑 같은 시위를 좀 보게나
자네,이제 그만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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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도 기억 못하고
절규 소리도 듣지 못하고
신음 소리도 외면해버린
나는 공범이다.
결국 정직한 자연앞에 두손 묶여 끌려나와 모든걸 고백해야만 했다.
그러나 질책도 벌함도없이 오로지 용서로 인간을 끌어안는,
그래서 참회의 깊은 반성으로 다시 물가를 허락하는
위대한 자연이기에......
오늘도 반성과 감사에 마음으로 조심스레 물가를 찾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