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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雲流水

낚시라는 취미를 갖고부터 역마살낀 내 삶의 한가운데는 한낮의 수은주가 30도를 웃도는 이맘때면 몸이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건 머리속은 늘 한때 그곳에서 대를 담구었던 어느 산골의 조그만 둠벙이나 몇길은 됨직한 짙푸른 물이 넘실거리며 무너미로 졸졸 흘러 목마른 논배미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저수지 그늘진 나무밑 붕어가 노닐만한 물속 어느 곳을 노리는 그런 달뜬 마음이 되어 버린다. 94년 그해. 80년만에 가뭄인가 기상관측후 최대가뭄인가 최고 더윈가하는 예보가 가뭄에 갈라지는 논밭을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하던 농부들의 애타는 심정이 연일 터져 나왔던 그때 청도 구산지 수심20미터를 육박하는 그 깊디 깊은 못이 최고 깊은 곳이 2.5미터정도를 유지하였던 때 첫 투척한 릴에 걸려나온 38.5cm붕어의 너무 멋드러진 자태를 남기려고 어탁을 해 볼량으로 시내 낚시방을 돌아다니다 집에 도착하니 그런 괴기는 힘이 펄펄할때 고아야 몸에 좋다는 윗층 할머니의 말을 들은 아내가 곰솥에 집어 넣어버려 허탈한 마음을 그냥 웃고 넘긴 그 후로 IMF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꾼들로 하여서이겠지만 그 이전 매년 많게는 10여수 적어도 3-4수의 월척과 만났던 나는 94년 그 날이후는 월척은 고사하고 하루저녁 밤낚시에 때글 때글한 씨알로 다섯마리 이상을 잡은 기억이 없다. 낚시로 붕어를 잡는다는 애초의 생각으로 낚시라는 취미를 생각하였더라면 낚시대를 부러뜨렸던지 아니면 친구에게 던져주어버렸을지도 모르리라 그러나 낚시를 떠나는 내 마음의 저변에는 물 맑은 저수지의 당찬 힘을 과시하는 붕어와의 한판승부도 기대하겠지만 그 보다는 변함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뭔가를 기대하고 훌쩍 떠나는 행운유수의 그 움직이고 흐르는 마음을 닮았음직한 내 천성에서 기인함이 더 크리라 지난 조행길 3박4일에서도 동행한 친구들과 3명이서 여기 저기 흘린 경비라면 최고로 이름난 횟집의 가장 맛난 음식으로 먹고도 남을 그런 투자와 수고로 빈손으로 돌아와야하는 결과를 볼짝시면 붕어를 잡고 못잡는 자체로 낚시라는 취미를 논한다면 글쎄다. 그래서 고기 잡는 재미 자체를 두고 처음 한동안 낚시에 미쳐 있었던 친구 몇몇은 이런 저런 이유로 낚시를 접었다 애초에 목적 이전에 훌쩍 길떠나는 역마살낀 내 천성이 낚시라는 인간의 원초적 포획본능과 맞아떨어졌기에 큰 시간적 금전적 댓가를 치르고도 빈망태기를 들고 헛헛한 마음으로 귀가를 해야만 했던 지난 10년이 넘는 동안의 수 많은 조행을 경험하면서도 낚시대를 부러뜨리지도 던지지도 못한 낚시라는 취미의 깊은 바닥에는 행운유수,그 떠돌고 흐르고 싶은 태생의 뿌리 깊음이 또아리를 틀고 있음이리라 .......
(2006년 여름)

님의글 정말로 공감이가네요
IMF 가 정말로 많은꾼들을 만들어냈었죠...
그이전엔 낚시하러 다녀보면 조금은 한적한 느낌마져 들었었는데...
오토바이타고 가방에 들낚 세대넣고 버너 라면 물통 지렁이.떡밥 이정도만
준비해가도 재미있었는데...
( 애초에 목적 이전에 훌쩍 길떠나는 역마살낀 내 천성이
낚시라는 인간의 원초적 포획본능과 맞아떨어졌기에
큰 시간적 금전적 댓가를 치르고도 빈망태기를 들고 헛헛한
마음으로 )
이글이 정말로 가슴에 와닿네요..
언제 읽어보아도 깊은 연륜이 묻어나는 글 입니다.
매번 좋은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건강히 안출 하세요..
초짜에요님 감사 합니다
88올림픽준비로 부산하였던 3군사령부에 근무하던 시절
용인근교 저수지를 작은녀석은 오토바이 기름통위에 바로 뒤에는 큰녀석
그뒤에 아내 그리고 그 뒤에 낚시가방을 싣고 다녔던 때가 문득 떠오릅니다

권형님 안녕하세요
붕어나 다른 어떤 어종도 고기 자체에는 욕심이 없습니다만
올라오는 찌를 주시하다 휙! 채는 순간 턱하는 초등감각과 어쩌다 9치급이상의
붕어가 걸려 탈출을 시도하는 트림을 제어하는 저릿한 손맛에 대한 욕심
그 욕심에서 벗어나는 때 그야말로 빈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심경이 될터입니다만 제가 다다를 경지가 아닌듯 싶습니다

괜찮은꾼님 감사합니다
날 따뜻해지고 띄밭낚시터 잉어 힘이 붙을때 꼭 한번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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