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년 결혼 기념일 아내에게 ..

이보게 .. 남평 그 좁다란 곳에서 처음 만나 인연이 되어 벌써 17년이네 그동안 병현이 금주 낳아 키우고 우리 장사 시작해서 살림 일으키고 이만한 가정만들어가기까지 ... 한순간도 자네의 역할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 모르지 않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내게 작은 체구로 늘 든든한 벽이 되어준 당신 .. 이제와 고백하지만 세상에 단하나 당신은 내게 편안한 안식처이자 무한한 기쁨 이었네 늘 나 먼저 배려하느라 한순간도 여유를 갖지 못한 당신이어서 단 한마디 내 가족으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 못한 당신이라서 늘 참아주고 다독여주기만 했던 당신이라서 미안 하이 .. 정말 살아오는 동안 너무 힘들어 손을 놔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거네 당신의 반려자로 만난 이 남자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서 당신의 반려자인 이남자의 배경이 보잘것 없어서 한곳도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사람이라서 견디어내다가도 앞으로도 견뎌야할 까마득한 날들이 두려워져서 늘 받아줘야만 하는 사람이니 정작 당신이 기대고 싶을 때 기대지 못해서 그래서 늘 참아내던 당신이 놔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어할 때 마음속으론 커다란 후회가 됐지만 그리 표현하지 못하고 서운함만 내비쳐서 그것도 미안하이 .. 이제 마흔이 돼버린 스물셋 이었던 당신이 마흔넷이 돼버린 스물일곱 내가 함께 십 칠년을 살고 또 앞으로도 함께 보내야할 많은 시간들이 남아 있음을 늘 잘하지 못한 남편으로선 참 다행이라 생각하네 그래도 아직 당신을 웃게 할수 있는 기회가 남은 셈이니 장담할 순 없지만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날보단 더 좋은날이 있지 않을까 .. 쉰이 넘어가면 그리 살고싶네 물결에 오랫동안 휩쓸렸던 조약돌처럼 각 없이 부드럽게 살려네 담장 낮은 너른 마당에 쪼그려 앉아볼 꽃도심고 철마다 옷 갈아 입는 나무도 심고 아궁이에 불 지피고 남은 잔재에 고구마도 굽고 늘어가는 잔주름 하나 하나에 추억 얹혀가며 그리 살고싶네 참아주게 조금만 .. 아직 목마르고 참아낼 갈증이 많아서 ... 아니 그건 핑계거리 일거네 지독히도 외로운 사람인 걸 인정하네 당신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 보지못한 미숙한 사람임을 인정하네 누구와도 섞이고 싶지않은 스스로 고립된 사람임도 인정하네 스스로에게 화가 날 정도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 부족한 사람임을 인정하네 다 .. 모두 인정하지 않을수 없네 이렇게 형편 없는 나임을 알면서도 부탁만 하네 병현이 금주 다자라고 그아이들 결혼해 자식낳고 .. 그게 전부일지라도 내가 그때까지 당신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버지로 있을수 있도록 지금껏 당신이 해왔듯 도와주게 ... 당신은 어떤지 몰라도 난 당신과 함께한 세월이 참 좋았다 생각하네 늘 빈곳 많은 내가 . 늘 허전한 내가 어찌 혼자 세상을 살아왔을까 .. 내가 받아들인 사람도 .앞으로 받아 들일사람도 세상엔 단하나 당신뿐이네 여전히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더라도 당신앞에선 웃고 살겠네 젠장 .. 희망가로 들뜨게 해야할 결혼기념 편지가 점 점 우울해지기만 하네 거센 봄바람 탓일거네 건강해주게 사는동안 아프지 말고 건강히 내옆에 .아이들 옆에 있어주게 2010년 4월 .. 당신의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