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가 비탈길에서 잠깐 차를 세웠죠.
저 고개만 돌면 밀짚모자를 쓴 사내가 둑길에 서 있을 테고,
사내는 선한 소의 눈을 깜박이며 저를 보고 웃을 테고,
우리는 손을 맞잡겠죠.
'그래그래,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신뢰가 손을 타고 찌르르 심장으로 건너오겠죠.
둑길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ㅡ,.ㅡ"
그렇군요. 멸치처럼 마른 벗을 위해 소고기를 굽고 있겠죠.
1. 소고기 묵겠지.
ㅡ 왔는기요~.
ㅡ 어. 방가방가~.
역시 사내는 '구이바다'에 소고기를 굽고 있더군요.
손을 닦기 위해 소매를 걷다가 그냥 젓가락부터 들었습니다.
사내가 소고기를 자기 입으로 넣고 있어서요.
ㅡ 동작 그만!
ㅡ 와요?
ㅡ 소고기 몇 점 남았노?
ㅡ 세 점요.
ㅡ 머시라?
ㅡ 행님은 오리고기 드이소.
ㅡ 나는 손님인데? 당신은 주인이고?
ㅡ 그니까요. 주인은 소고기, 손님은 오리고기.
ㅡ 그냥 집에 갈란다.
ㅡ 가디 말디~.
사내의 거대한 머리가 만드는 그늘 아래서 '죽여 버릴까...' 갈등을 해봅니다.
2. 마루타.
사내가 만드는 음식은 저를 늘 곤혹스럽게 합니다.
맛은 좋지만, 내용물 정체가 도통 불가사의합니다.
ㅡ 또 뭐 넣었노?
ㅡ 몸에 좋은 거요. 야관문ᆞ산삼 등등요.
야관문이라는 말에 맛을 봅니다. 된장국이 단장국입니다.
그만 먹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하기 위해 사내를 봅니다.
사내가 인형처럼 천진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고 있습니다.
ㅡ 와 그라노?
ㅡ 맛이 어떤지 품평해 주이소! 야관문ᆞ산삼 등등 응?
ㅡ 졸라 맛있다... ㅡ,.ㅡ"
3. 꽝!
사내는 하류 둑길 코너에, 저는 중류 곶부리에 전을 핍니다.
잔잔한 수면에 별들이 쏟아지고 반딧불이 깜박깜박 멤을 돕니다.
간식 시간, 우리는 탄식을 합니다.
ㅡ 세상에, 붕어 없는 저수지가 있다니!
4. 성지순례.
다음 날 아침, 사내가 제게 목욕을 하라고 합니다.
성지순례에 앞서 몸가짐을 정결히 해야 한다더군요.
자기의 생가를 방문하자는 말을 듣고 빵집에 들릅니다.
계산대에 서서, 바리바리 낑낑대며 한 아름 빵을 들고 오는 사내를 봅니다.
사내의 사악한 웃음을 보며, 당했다는 자각을 합니다.
5. 뒷산
사내가 뒷산을 소개합니다.
조경수와 온갖 나무 앞에서 사내가 말이 많아집니다.
그의 꿈과 애착이 느껴집니다.
수박과 참외ᆞ옥수수밭을 지나 축사로 향합니다.
6. 대두 소풍.
한우들이 튼실합니다.
ㅡ 저놈이 맛있겠다.
ㅡ 믄 소리요, 행님.
ㅡ 나 왔다고, 소 한 마리 잡을라고 온 거 아이가?
ㅡ 풉! 무신 자신감이요?
ㅡ 소풍아~.
사내가 소리를 지르자 소 한 마리가 다가옵니다.
머리가 절라 큽니다. @@"
소풍이라는 소와 소풍이라는 사내의 머리를 비교해 봅니다.
7. 생가.
그의 생가를 방문합니다.
바깥 대문과 안 대문 사이 '여주'밭을 지납니다.
누추하다는 여풍 어머님의 겸손과 달리 무척 정갈하고 아늑합니다.
뒷산 아래 토담 굴 문을 열고 샘물을 마셔 봅니다.
사랑채를 지나자 마루에 대풍 어르신께서 서 계십니다.
평생 교육계에 계셨던 분이셔서 품위가 남다르십니다.
아버님과 사내를 번갈아 봅니다.
ㅡ 와 보요?
ㅡ 당신, 주워 왔제?
8. 시골 밥상.
부엌에서 사내가 엄마엄마 어리광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호박잎 쌈에 다슬깃국을 먹으며 엄마 생각에 코가 시큰합니다.
대풍 어르신의 고견에 부족한 생각을 짧게 말씀드립니다.
커피를 마시는데 어르신께서 사내에게 말씀하십니다.
ㅡ 아들아.
ㅡ 예, 아버님.
ㅡ 너는 앞으로 이 분을 스승으로 모시거라.
9. 기인을 만나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지렁이를 사기 위해 낚시점에 갑니다.
북실북실 털보가 사내와 인사를 합니다.
다리가 많이 불편해 보입니다.
어젯밤 장어낚시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합니다.
낚시점에서 나와 차에 오릅니다.
ㅡ 저 사람이 그 사람이우.
ㅡ 누구?
ㅡ 전설의 휠체어 낚시.
ㅡ 아아~. 그 아름다운 폐인?
사내가 언젠가 얘기해줬던 인물을 직접 봤습니다.
광기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전설이었습니다.
사내가 백미러를 보며 말합니다.
ㅡ 사실 저도 한때는 폐인이었어요.
ㅡ 풉! 지금도 당신, 폐인 같거등~.
10. 마지막 한 병.
ㅡ 선배는 술 안 마실 거지요?
ㅡ 한 잔만 할까?
ㅡ 그냥 수박이나 드세유. 술은 무슨...
ㅡ 띠바! ㅡ;:ㅡ"
사내가 마지막 남은 소주 한 병을 들고 안절부절입니다.
이럴 때, 짱박아 둔 소주가 있었다면 짱 먹을 수 있는데...
11. 또 꽝!
내 여기 다시 오나 봐랏!
12. 돌아오는 길.
사내와 헤어져 동해안을 타고 흔들흔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ㅡ 도착했어요?
ㅡ 아직. 계절바람 선배님껜 전해 드렸고.
ㅡ 뭐라고 하세요?
ㅡ 별말씀 없었고, 용돈 주시던데?
ㅡ 뭐 뭐시라요? 용돈?
ㅡ 어, 50마넌 밖에 안 되네?
ㅡ 끄... 끊어욧. 아, 진짜!
굳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신뢰.
친구, 우리, 아무 색깔 없이 이대로 가자.
처음처럼 오래오래^^~
싸나이다운 진중함이 있는..
끈적한 감성이 묻어나는 듯하지만
지극히 이성적인...
멋진 글~~~ !!!
잘 봤습니다.
오랜 친구 아니면 왠수같은 친구 ~^^
두분 우정이 묻어나는
잘 봤습니다~~~영원한 인연으로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손폰 상으로,
잠깐 만져 줬을뿐인데.....
글이 매끄럽게 술술..써 지지효?
" 친구, 우리, 아무 색깔없이 이대로 가자 "
두 분의 글도 참 재미지고요ᆞ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운
이유일 듯 합니다ᆞ
지나치듯 이어지는 인연을 굴비꿰듯 섬세하고 위트하게 엮어내시는 피터님 !
역시!
선한 큰 눈망울의 누렁소풍눈처럼 그저 정이 넘치고도 남음을 느낄수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풍쉐프의 히든카드 "우다탕"은 생각만 해도 `~으 어헉!! 헛 구역질이`~끙!!
제가 들은 야그가있는데...
말씀드려야하나 고민입니다.
하나만요!
내처럼 남생각도 같다고 생각치는 마십시요.ㅋㅋ
머리큰 동상
쬬매 바주지 그러셨셩~~~~ㅎㅎ^^
저도 소풍님 처럼 피터님 같은 벗과 담소 나누고 살고파서 열심히 노력 중인데......
몸이너무 힘드네요.
너무 아름 다운글 이었습니다.
흐믓한 미소.지어봅니다...ㅎ
늙으면서 꼭 가져야하는 세가지
1. 건강
2. 취미가 같은 친구 1명
3. 일정하게 지급되는 돈(연금이겠지요?)
전 2번은 있는데...
더 문제였던 건 ‘팔랑귀’답게 그 기초마저도
산만하기만 했습니다.
다만,
밤 하늘의 별만큼이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메모하려고
필기도구를 지참한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봤습니다.
그리고 질경이 같은 생명력도----
-작자미상-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라도 지척이오
마음이 천리오면 지척도 천리로다
우리는 각재천리(各在千里)오나 지척인가 하노라”
푸근한 덩치에 머리가 유난히 ET스러운,
그래서 눈망울이 더욱 선한 풍별에서 온 남자.
쬐그만 체구에 살아있는 눈빛으로 순수를 갈망하는
어린 왕자가 살던 별에서 온 남자.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조합이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것이 색다른 미묘한 조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달구지 소를 5,000소력짜리 쌔걸로 바꾸고싶은데...
쪼~~~위에 머리 딥따 킁걸로 한마리만예...눼!!???
읽는 사람에게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감동을 주는,,,
풍님과 3초님의 에세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