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어느 것도 초코파이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층으로 쌓은 초코파이에 초를 세워 불을 밝히고 벌이는 생일파티! 군대란 곳은 잊고 사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일깨워 주는 곳일까요? 초코파이 하나 때문에 이렇게 황홀한 행복감을 느낄 줄은 예전엔 정말, 정말 몰랐답니다
드디어 내일이 입대하고 첫 휴가랍니다. 가슴이 벅차올라 터질 것만 같습니다. 이날을 그 얼마나 기다려왔던가요. 입고 나갈 군복을 다리는 이 시간이 너무 너무 행복합니다. 칼같이 다린 이 전투복으로 그녀의 굳어진 마음을 싹뚝 베어 버릴 겁니다
깍새에게 잘 부탁한다고 담배 한갑을 쥐어주긴 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그녀와의 멋진 만남은 전적으로 깍새에게 달려있습니다. 엄청난 임무를 띤 깍새의 손이 살포시 떨립니다.
군대냄새를 말끔히 씻어버려야 합니다. 한겨울 찬물이라도 개의치 않습니다. 검게 탄 살갗이 벗겨질 정도로 씻고, 씻고 또 씻고… 지긋지긋한 군대와 징그러운 고참들을 벗어나 잠시 동안 모두 안녕입니다. 짖궂은 고참들이 왜 한군데만 집중적으로 깨끗이 씻냐고 놀려댑니다. 오늘만큼은 고참들의 갈굼도 견딜 수 있습니다. 야간근무도 힘들지 않습니다. 추위도 이겨 낼 수 있습니다. 내일은 입대하고 처음으로 자유를 얻게되는 휴가랍니다.
휴가가 번개같이 흘러가고 군대로 복귀하는 이 순간 다시 들어가기가 죽기보다 더 싫어 몸서리가 처집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잠 한 시간 덜 자고 그녀 얼굴 한번더 보고 오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잠 한 시간 덜 자고 맛난 것 많이 좀 먹는 건데… 아~! 이것이 악몽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탈영하는 녀석들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긴 한숨과 같이 새어나오는 이 담배연기처럼 나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전역할때까지 이어질라믄 시리즈가 20탄 정도 되겠네여 ㅎㅎㅎ
꽝맨님 덕분에 아련한 선배님들 군복무사진 잘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