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0년동안 한 번도 바꾸지 않은 단골집이 있습니다.
중2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딱 40년,
한 안경점만 애용하고 있지요.
누님, 형님께서 처음 그집에서 안경을 맞춘 것이 인연이 되었고,
40년 전의 사장님은 돌아 가시고 잠시 사모님이 하시다가 지금은 아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 번의 이전이 있었지만 한결같이 그곳만 애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한 번 맺은 좋은 인연은 쉽게 끊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안경점 사장과의 또다른 인연과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십 여년 전 고등학교 후배가 찾아왔습니다.
"선배님, 문예부 졸업생들 모임을 만들라 카는데 좀 도와 주이소?"
저보다 8년 후배의 적극적이고 좋은 취지의 제의에 흔쾌히 허락을 하고
"그라믄 니밑에 후배는 니가 연락하고 니위에는 내가 연락할께."
그렇게해서 모이게 된 고교 서클 선.후배모임,
저희 기수들이 만든 문예부라 제 선배는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많게는 20년 정도의
나이 차를 허물고 옛 추억들을 떠올리는 것이 또다른 즐거움으로 다가 왔습니다.
친구와의 모임이 아닌 선후배와의 격의없는 만남에 취기가 돌고 있을 즈음,
늦게 허겁지겁 도착한 후배, 얼굴은 젊은데 머리가 탈모총장(?)님 같은...
"가게문 닫고 오느라 늦었심더, O대 OOO라 캅니더."
어디서 본 얼굴인데? 어디서 봤더라?
"자네 하는 일이 뭐고?"
"안경점 하고 있심더."
"혹시 상호가 OOO안경 아이가?"
"맞심니더!"
그전에 안경 맞추러 가서 몇 번 본적은 있었지만 고교 직속 후배일 줄은 몰랐습니다.
후배의 부친과 닮아도 너무 닮아 그야말로 붕어빵 그 자체였기에 쉽게 기억할 수 있었지요.
후배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단지 안경점 주인과 단골고객 관계였으나
이제는 선후배로서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사로운 인연이더라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지 못하면 단골은 떠나겠지요.
후배의 부친과 모친 그리고 후배는 고객인 저에게 늘 정직하게 장사를 하셨습니다.
점포를 옮긴 후에도 가까운 곳을 마다하고
일부러 그곳까지 찾아가게 되는 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십줄 들어서면서 침침해진 눈때문에 사무용 안경을 추가로 맞추어야 했습니다.
"요즈음 누진다초점 안경이 편하고 좋다면서?"
"선배님, 가격도 세고 적응할 때까지 불편 할 것 같아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후배는 새로나온 비싼 좋은 안경을 권하지 않고 제게 맞는 안경을 권유하였고
가격도 생각보다 훨씬 저렴하게 받았지요.
"박사장 자네도 장산데 적당히 남겨야지."
"선배님 그래도 남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주셔서 고맙심더."
아무리 생각해도 남을 것 같지 않은데 하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습니다.
40년 단골,
선후배와의 관계 이전에 고객과 주인과의 신뢰가 있었기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40년 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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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으로서 혹은 주인으로서 경험하셨던 일들을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호남 지역에서 세습하여 내려 오는 무당을 일컬어 "단골"이라 하며
그에 딸린 소비자(신도) 또한 "단골" 이라 불렀다 합니다.
세습 되는 공급자도 "단골" 소비자도 "단골" ..
그 말이 현대에 와서 "오래 동안 인연을 가지고 거래 하는 곳"이란 명사로 재탄생 되었다 하는데
정확한 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는 연애 기간 까지 합쳐 25년 단골인
마눌을 두고 있습니다. ㅎㅎ
서로에게 단골이죠
20년동안 단 한번도 단골외 다른곳을 생각해 본적 없습니다
앞으로도 쭉 단골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만약 배반해 다른곳을 이용하면 제가 무지 불리 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불리하죠
제 20년 단골
제 마눌 입니다
권력이 넘어갔으니 이제 배반하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딱25년째 접어듭니다...
그때는 그싸모님이 지금현재 저보다 어려었는데..ㅎㅎ
이제는 거진 육순?을바라보고 계십니다!
군입때때 머리짧막하게자를때,
자식 군에가는냥,눈물을 글썽이시더군요!
그때 이후로는 다른미용실을 못가겠더군요!
단골...문득 쉽게생각하면 아무것두아닌데..
서로서로 유대관계가 맞으니 수십년간 지내오는것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어제두 그미용실에서 큰넘이랑
지붕개량하고 와습니다~*
좋은오후되십시요!!
12년째...나중에 한번 초대하게습니다!ㅎㅎ
목돈 밀어 넣고 모든 것이 공짜! 단골과 주인이 섬팅있는 관계?ㅋㅋ
♥ 은둔자님,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나 짝퉁이 아닌가 다시금 보았습니다.
님의 대명이 이리도 반가움에 -----------꺼이 꺼이 꺼~이~^^
이제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도 기대합니다.
제재소,톱집,칠집,등등 거의다 몇십년 단골들 입니다
대를 잇는분도 계시고 폐업하신분도 계십니다
은둔자선배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 그림자님, 미용실 사장님 마음이 참 고우신가 봅니다. 저도 짠하네요.
그리고 12년째 단골 술집, 궁금증 폭발하려 합니다. 님의 취향이시라면...???
낚시단골이라꼬....
근데 얼음을 너무 무서워해서 고민입니다
맥주병이라나요?
쩡 하는 소리만 들리면 바로 "엄마"소리가 나오더군요
단골조우님!!
요번주 ... 어때유?
가면 꽝~!!!!
올해도 도전합니더~ㅎㅎ
선배님 같이가시죠~ㅎㅎ
아예 꽝치러 가자고 이야기하시죠?
안그래도 꽝때문에 속시려 죽겠구만....
올해 월척하면
동네방네 플래카드라도 붙여야쓰겠네요
누구 배아프게....ㅋㅋ
월척잡으면 배아픈 조우...
그조우가 누규~~??
아부지와함께님, 반갑습니다.
모범생 되보고 싶어 알없는 안경 써봣는데 것도 불편하더군요
앞으로 40년은 더 단골로 지내시며 좋은 정 나누십시요
그리고 금전적인 가치보다 전통기술이나 문화적인 계승 차원에서의 가업 승계는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후에 님 같은 분들이 사라지실까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 대물참붕어님, 몇 번 경험 시키면 괜찮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 얼음 낚시할 때 '쩌~엉' 하는 소리에 기겁했습니다.^^
♥ 뽀대나는붕어님, '꽝' 단골 조우로 만드실 참입니까?
덩어리 한 마리 올리시면 고려해 볼께요.^^
11년동안 컸으면 4짜 이상도 잡힐텐데????? 거 참 이상하네요?????????
모두 한 군데만 정해놓고 이용합니다.
미용실도 마찬가지...
그런데 미용실을 폐업했네요.내 나이만큼 든 아주머니인데...
오늘 다른 미용실가서 머리 깎고 왔습니다.
영~ 엉망이네요.
잘 지내시죠?아부지와함께님.
♥ 사립옹님, 오랜만에 뵙네요.^^ 반가운 마음 저도 전합니다. 님의 대명만 보면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가 눈 내리는 추운 강에서 홀로 낙시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집니다.
♥ 쇠붕어님, 공부는 썩 잘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릴 적 만화를 너무 즐겨봐서 ...
앞으로 40년 더는 ...그러면 제 나이가... 아~고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꾸벅'
잊어 먹거나 잃어 버린건 없나
몇 번을 뒤돌아 보고 합니다.
"단골" 참 훈훈한 말입니다.
잔잔히 음미 할 수 있는 글
감사 드립니다.
그런 일급비밀을...ㅜㅜ
날씨가 춥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수요일 날 시골에 자연으로 돌아갑니다.ㅋ
아마 제 평생 그리 아름답고 감동적인 여름밤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선배님의 그 따뜻하신 마음, 늘 간직하겠습니다.
어제는 아들넘 데리고 왔습니다. 두 아이 모두 부쩍 커버린 듯 하여 고맙고 흐뭇했습니다.
차만 타면 자는 넘이 운전하는 제 옆에서 얼마나 종알거리는지...
한 시간을 넘게 못다한 얘기를 하고는 조용하길래 보니 자고 있더군요.
사모님께서도 잘 계신지요?
모쪼록 두 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소망합니다.
♥ 소풍님은 제 글에 댓글 단골이십니다.^^ 위에 분들도요.
늘 고맙고도 정겨운 댓글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아직..
돈 쓸땐 단골인줄 알았는데..ㅜ
곁에서 말벗이 되어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여 늘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누님처럼 살갑지를 못한 저를 나무라 봅니다.
♥ 달랑무님, 이곳에서 딸랑, 저곳에서 딸랑거리는 것은 아닌지요.^^ㅋㅋ
님만 보면 자꾸만 장난치고픈 충동을 느낌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일까요?
♥ 심조사님, 자주 가는 술집도 있을거고, 아니면 낚시방도 있을거고......
그리고 저와의 인연 또한 월척지에서 서로의 단골이 될 수도 있겠지요.
♥ 한실님, 님의 작품사진에 한껏 매료되었었는데...
또다른 좋은 작품 보여주실 수 없는지요? 님의 단골이 되고 싶네요.
가끔은 출조지 가까운데서 소품 구입하지만 열에 일곱번 정도는 단골매장 갑니다
뭐라도 하나 더 챙겨 주시는데 항상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조용히 들이대는 단골집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각기 모습이 달라집니다
제가 대물을 한지 11년이 되었으니 그 단골집과도 10년정도가 되었네요
산속에는 못보던 분도 누워계시고 어떤때는 새로난 오솔길도 보이더군요
하루하루 변화무쌍한 시간속에서
변화를 싫어라 하는 저는 투박한 촌놈이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저도 오래토록 아끼고 보존해서 40년 나만의 단골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식당이죠...저는 단골식당에 단골인디유~~~ㅎㅎ
단골이라 단골식당인지...단골식당이라 단골인지...맨날 꽐라 꽐라라 정신을 못차리네요...ㅠㅠ
저는 가는 횟수에 비하면 낚시방은 별로 찾지않는 편입니다. 한 번 가면 자꾸만 사고 싶은
쓸데없는 욕심이 동하여 꼭 필요한 것만 살 때 집 가까운 곳에 들립니다.
♥ 대물꾼님, 10년을 간직한 나만의 단골터에 부러움이 앞섭니다.
때 묻지 않은 좋은 보물터로 오랫동안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계산 빠른 도시 사람보다 투박한 촌 사람이 더욱 정겨웁지요.^^
♥ 월척나라님, 단골식당에 들어가는 모든 분이 단골이 되겠네요.
용짬뽕에서의 번개팅 때 내심 기다렸었는데 오시지 않아 조금 서운했습니다. ⌒ ⌒
그리고 월척나라여왕님과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영원하시기를 바랍니다.
개업할때 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가지 가네여...
첨에는 마루타(?)였던거 같읍니다....
안주를 한번도 안해본 이모라 ㅋㅋㅋㅋㅋ
짜다 싱겁다 ..잔소리좀 하고 살았죠..
이모가 이쁘거나 미스이거나, 아니면 부르스님 갈 때마다
"우리집에 오시는 손님 중에 제일 미남이예요." 요렇게 유혹하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