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낚시를 안한지 10년 가까이 되고 낚시라고는 가끔 플라이대 들고가서 피라미나 잡았습니다.
몇일전부터 붕어 생각나길래 낚시대 들고 동네 수로에서 낚시하는데
한 분이 오셔서 '좀 나오냐, 유속은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피라미 밥주고 있다고 하면서 혹시 내림낚시 하시냐라고 여쭤보니 하신답니다.
대낚시를 다녀도 2.5나 2.9칸대 하나 들고가서 하다보니 빠른 입질 받는 내림이 늘 궁금해서 여쭤봤는데
'유속이 있는곳은 힘들고 내림낚시는 예민한 낚시라서 힘들다, 얼레 채비를 해보시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처음 들어보는 채비라서 이것저것 여쭈니 본인 낚시대를 가져오셔서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입질 받는 속도가 빠르네요.
비 온 뒤 수로인지라 채비가 흐르긴 하지만 딱 제가 하고 싶던 낚시라서 옆에서 구경하면서
궁금했던거 물어봤습니다.
다음날 돌아와서 온라인으로도 공부해보고 채비 주문한게 오늘 왔습니다.
채비 맞춰서 낮부터 물가가서 던지는 입질 없어서 가게 문 닫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집에가서 술 마시지 말고 그냥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생각에 집 앞 수로에 갔습니다.
얼레 채비에 외바늘 옥수수로 던지는데 그 전에는 바닥도 무겁게 했던지라 입질 패턴이 다르니까 힘드네요.
무조건 빠른 챔질로 피라미 한마리 잡고 잠시 뒤 10년만에 손바닥만한 붕어 구경했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사진찍고 다시 열심히 옥수수 농사 짓는데 찌가 쬐까 올라옵니다.
아 망할 피라미 하면서 챔질하는데
와!!!
슁~ 하면서 내리찍는 느낌에 탕! 하면서 초릿대에서 줄이 풀려버렸네요.
낮에 초릿대 매듭할때 대충한 느낌이 있긴했는데 역시나...
'큰거였나보다, 그런데 오늘 와서 오늘 채비한 찌랑 나노추는 아까워서 어쩌지' 라는
금전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이 들어서 낚시한 수로 한바퀴 둘러봤습니다.
그렇게 둘러보는데 낚시 한 곳에서 10미터정도 아래 수로에 케미불 보입니다.
찌라도 찾자는 생각에 케미불 보고 갔는데 막상 밤에 물에 들어가자니 무섭습니다.
그래도 오늘 온 건데 라는 생각에 후라쉬 입에 물고 한 손에는 받침대로 바닥 찔러보면서 들어갔습니다.
크게 안 깊어서 허벅지쯤 되는 수심까지 들어가서 찌를 받침대로 끌어당겨서 손에 닿는 거리 왔길래 잡았습니다.
라인이 잡혀서 라인을 당기는데 수초에서 왠 모비딕이 튀어나옵니다.
사이즈 보는 순간 드는 생각은,
밤이라 물이 무섭다? 바지에 핸드폰이 젖을지 모른다? 받침대가 아깝다? 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딱 하나
'이건 뭔 수를 내서라도 잡아야 된다' 라는 생각에 받침대 집어 던지고 라인 땡기면서 손으로 잡으려고 했는데
그런데 제목처럼 바늘에서 유유히 빠져나갔어요.
바로 빠졌으면 아쉬움이 덜 할텐데 5초정도는 바늘에 달려있었던지라 너무 아쉽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월척 잡아본적도 없고 가장 큰게 9치였는데 이건 월척은 그냥 넘고 아쉬움과 침침한 시력,
어스름한 밤 수면에 비치는 달빛으로 보인 자태를 더하면 4짜는 됐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술을 안마시려다가 흥분 80% 아쉬움 10% 즐거움 10%, 총 100%의 기분으로 맥주 마시면서 글 써봅니다.
제가 왜 강원도 혹한의 12월 1월에도 얼어붙은 수로에서 낚시대 던졌는지 기억났습니다.
잡는 재미도 아니고 놓친 아쉬움도 아니라
떡밥 치대서 챙겨놓고 수로에 앉아서 케미 꺾고 찌에 꽂아서 던지면서 가진 기대감, 희망이 10년만에 생각났습니다.
큰 거 잡을거야, 오늘은 많이 잡을거야 하는 그 기대감이 막상 잡은 붕어들보다 낚시를 더 즐겁게 했구나,
내가 낚시를 정말 좋아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합니다.
즐겁습니다.
진짜 4짜였어도 못잡은거 상관없습니다.
가게 문 닫고 낚시대 챙겨서 동네 수로 가면 오늘은 그 때 놓친 놈 잡을수 있겠지 라는 희망, 기대감이 커져서 즐겁습니다.
크기나 마릿수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낚시하는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건 기대감같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그리고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오늘, 근 10년만에 만난 붕어 사진 올려봅니다.

고기는 고기일뿐.
항상 즐거운 출조길되시길 또한 바랍니다~
두바늘 채비님처럼 즐거우면되는거죠
새로운 시작은 늘 서래임이죠.안출하세요
물에는 들어가지 마시고,채비보단 사람이 비싸요~ㅎ
저도 27년 전에 소양호 향어낚시 갔다가 대 뺏긴거 찾으려다가 용왕 만날뻔 했던 소름돋는 추억이 생각납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낚시 되세요.^^
손맛 축하드려요~~^^
잊혀지지 않는 그넘들 땜에... ㅎ
항상 다음이라는게 함정이지만서도... 즐거운 낚시 하셨습니다.
추천 꾹 드리립니다. ㅎㅎ
즐낚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