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짬낚에 28Cm 한 마리를 낚고는 못내 아쉬운 마음에
다음날 퇴근길에 다시 그 자리를 갔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이미 세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어제 앉았던 그 자리 역시 꼬맹이 아들과 함께 낚시 온
어느 낚시꾼이 앉아 있었지요.
"안녕하세요. 입질은 좀 있습니까?"
"별론데요..."
"그래도 살림망은 담그셨네요?"
"한 마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잡기 위해 둘러보았습니다.
세 사람을 피해 포인트를 옮기려면 불쑥 자란 잡초 길을 지나
얼마간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넉넉한 것 같아 별다른 양해를 구하지 않고
가방과 의자를 내려놓은 뒤 수심 체크를 하고 있었지요.
꼬맹이 아들과 함께 온 낚시꾼이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았으나
잘 들리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제게 뭐라고 하셨습니까?"
"거기서 낚시하시면 지장이 있는데요?"
"들낚시 할 건데 큰 지장이 되겠습니까?"
"지장됩니다."
"............................................................."
서로가 낚싯대를 펴고 고기를 잡아내기에 전혀 지장 없는 충분한 간격인데
쫓아내는 듯한 투의 단호한 어조로 답을 하기에
의아하면서도 선뜻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잠시 갈등을 빚었습니다만,
짐을 챙겨 자리를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따져서 낚시한다고 해도 편하지 않을 것이고
어른들의 다투는 모습을 그의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기 싫었습니다.
하여 그전부터 한 번은 대를 드리우고 싶던 포인트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케미를 꺾고 은근히 솟아오를 찌를 한껏 기대해 봅니다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찌불 위에 살짝이 내려앉은 것 같은 느낌에
찌는 움직일 줄 몰랐습니다.
예전부터 많은 낚시터를 다니고 숱하게 낚시를 하였지만
자리다툼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자리가 협소하면 옆에 분에게 양해를 구하면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었고
저 역시 누가 옆에서 낚시를 하고자하면 제 낚싯대를 한두 대 걷더라도
자리를 내어 주었지요.
같은 취미를 공유하기에 처음 보더라도 쉽게 마음문을 열 수 있었고
서로 상대방에게 조금씩 배려함으로 같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옆에서 낚시하는 것이 '지장이 된다.'는 그 말 한마디는
그러한 마음들을 일순간에 깨버리는 듯한 씁쓸함으로 밀려왔습니다.
다행히 멋진 찌올림과 함께 짜릿한 손맛을 선사한 27Cm급 붕어,
짬낚에 한 마리면 충분하다는 제 마음을 알아준 이쁜 붕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는 고맙기 그지없는 붕어는
찌푸린 제 얼굴을 펴주었습니다.
꽝을 면하게 해준 붕어는 생각을 바꾸어 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습니다.
나는 충분히 여유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였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고
아들과 오붓이 낚시하고픈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고
고수처럼 보이는 내가 옆에서 고기를 잡아내면^^ㅋㅋ 아들에게 체면을 구길지도 몰라
지장이 된다고 했을 수도 있다고 넓은 시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짐을 챙겨서 돌아가는 길
그도 낚싯대를 걷고 있었습니다.
꼬맹이 아들이 있기에 하지 못했던 꼭 하고 싶었던 말,
마음속으로 그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 '물가에서는 나이를 떠나 낚시친구가 될 수 있을텐데...
조금 지장이 되더라도 앞으론 같이 낚시하면 좋겠습니다!' )
같이 낚시하면 좋을 것을...
아부지와함께 / / Hit : 11127 본문+댓글추천 : 0
맘 푸십시오, 아부지와함께 선배님
그아이도 아부지와함께 낚시 왔거덩요 ㅎㅎ
왜 고수의기를 내뿜어셨습니까??
그기를 조금 감추는것도 최고수의 반열입죠.험~~
그림자님, 그니까...
앞으론 하수의 기를 내뿜겠심더...쿨~럭
아부지와함께 선배님이
뿜긴 뭘 뿜으셨다고--
용가리도 아니고---
^^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선배님!
상황 상황이 눈에 그려집니다.
선배님 표정까지도--
물가의 사람일수록 넓고 푸근해야 되는데
저 부터도 자꾸 마음이 잘아지고
옹색해짐을 느끼는 하루하루입니다.
부자간에 비밀 이야기를 하려했나 봅니다.
넵!⌒ ⌒산골붕어님께서도 잘 계신지요.
존경 스러워 보입니다
저같음 싸우자 햇을텐데요
고수의 품격을 보여주시니 배우고 갑니다
이게 인연되어...^^
좋은벗이 될수도 있을터인디...^^
그렇지요 선배님^^
제옆에 오시소^^
빠짝 땡겨오시소^^
漁水仙님, 제 또랑은…오타^^ 도량은 쫍디 쫍심니더.
육짜미끄덩님, 다음에 연이 닿으면 꼭 옆에서...
육짜미끄덩할 때 뜰채 대겠습니다.^^
그 시절은 어딜 가나 낯설지 않은 물가 풍경이었는데..
달랑무~~쫌^^
자리가 넓은데도 끼어든다고 뭐라 한 소리 듣고 다른 자리로 옮긴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기분이 그리 좋을리 없었구요.
옛 물가 정취가 생각나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아그 래도 첫댓 글이달 랑무님 이아니 라서다행...^^
육짜미끄덩님, 참 잘했어요! O+◎+◎
이박사님, 낚시터나 세상사나 조금의 배려만 있으면
찡그릴 일도, 다툴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남은 나와 같지 않으니
내가 불편하지 않다고 그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다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즐기자고 나갔다가 마음이 불편하면 안하니만 못하지요`~
마음에 와 닿은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집니다.
retaxi님, 복까지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낚시인구가 많이 늘어서 그런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습니다! 더불어 서로 쪼금씩 양보하는 마음만
가지면 같이 즐겁게 놀수 있을꺼 같습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면도도 자주하시고..좀...ㅎㅎ
같이 낚시하면서 서로 정보 교환도 나누었다면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인데...
사실 그쪽 포인트는 현지꾼이나 다름없걸랑요.^^
추적60붕님, 고맙습니다.
5대를 깔아 월척 넘어 35~7 사이즈 서너마리 잡고 점심전이 되더군요.
그때쯤 한분이 오시더군요.
저보다 몇살위 연배로 보이시더군요.
대뜸 반말로 제 살림망을 보고는
어느대에서 나왔냐?
미끼 무엇이냐?
왼쪽에서 나왔다 하니 왼쭉 옆에 안으시더이다.
10대 정도 깔더니
제 왼쪽 끝대에 맞추어 찌를 세우시는데 불과 10센지 거리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반말로
"어이 그쪽 찌때문에 내찌가 찌가 혼동되 옆으로 치워" 하더군요.
제가 먼저 왔는데요? 하니
저 보고 전방쪽이 아닌 왼쪽으로 치우쳐서 낚시하는 거고
자긴 전방 쪽을 향해 하는거니 제가 자기 자리 침범했다 합니다.
당당하니 뻔뻔한 표정으로 말하니 상대할 가치도 없더군요.
개랑 사람이랑 싸우기 싫어 손맛도 보았고 걍 철수했습니다.
개종자 줘패야 개소리 뿐일진데 상종 안느게 상책인듯 합니다.
잘참으셨습니다
저도 아이를가지 애비로서 잘담아가겠습니다
사회의 발전과 사람의 여유는 반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안출하십시오~
조금 지장이 되더라도 앞으론 같이 낚시하면 좋겠습니다!' )
참 좋은 문구입니다.
늘행복한 낚시하세요
잘 참으셨네요 항상 즐낚 하세요
낚시하다가 밥때가 되면 매운탕 끓여 4~50m 떨어져 낚시하시는 분 초대해서 통성명도 하고 같이 한술 뜨며 낚시 정보를 포함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던 ... 지금은 돌아 갈 수 없는 그때가 떠오릅니다.
낚시터 인심도 참 많이 변했지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귀가해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생각을 하지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일로 실랑이 벌이면 똑 같은 사람이 됩니다... 좀 더 성숙한 분이 참아야지요...ㅎㅎㅎ
저도 강가에 낚시를 간적이 있는데... 현지인 할아버지께서 짬낚하시는것 같더라구요.....
밤낚시 한다니까...
자기 낚시대 위치를 옮겨 주더군요...
저도 고마워서 캔맥주 1개랑...할아버지 철수하실때..제가 잡은 붕어중 제일 큰거 두마리 선물로 드렸지요...ㅎㅎㅎ
저도 의성 한 저수지에서 저와 아버지 사이에 공간이 좀 좁았는데 앉길래...그냥 놓아두었습니다.
그것도 밤 8시경에 들어와서...
그런데 저와 아버지는 8대씩 폈는데 사이에 앉은 사람은 12대인가?10대를 폅니다. ㅎㅎㅎ
저의 왼쪽 제일 가쪽에 찌보다 초월해서 긴대가 들어오길래...느끼는것좀 있으라고...젤 좌측 1대를 접었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 그 사람의 젤 우측대의 찌가 들어오더군요.
제가 좀 어이도 없고 짜증도 나서...속으로 낚시를 잘못배웠네...연세도 있는분이...이러면서 그냥 삭혔는데...
더 짜증나는건 새벽3시인가 4시에 LED불켜면서 엄청 소란을 피우며 철수를 해서 가더군요...
에효...지금 생각해도 그 분은 낚시를 너무 잘 못 배운듯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독조를 하는데 한번씩 낚시대 편성다하고 옆에 낚시하는분과 대화를 하면 10명중에 8~9명은 거의 친절하게 이런 저런이야기를 주고 받은데 꼭 1명정도는 물어봐도 대꾸도 안하고...마치 사람을 무시하듯이 대하던데...그것 또한 아주 기분이 안좋더군요... 저는 제 주변에 와서 말걸면 정말 포인트까지 다 말해주고 필요하면 제가 잡은 월척을 드리곤 합니다.
단...월척이하는 방생이 원칙이고요...
암튼 세상사 별애별 사람이 다 있는건 확실한거 같습니다~~^^
잘하셨고요..기분푸세요~~다 글쓴이님의 덕이며...그 덕은 복이되어 돌아올겁니다~~^^v
각종 진상들과 쓰레기로 몇년 못가서 전부 다 낚금당하고 유로터 사장들만 배불리게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아닌 걱정도 해봅니다. ...
개진상 퇴치는 매밖에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