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이소!

수술실 밖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방송으로 보호자를 부른다.

무슨 일인가 내심 불안하게 수술실 입구로 급히 다가섰다.

의사는 내게 절개한 담낭을 보여주며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우니 조직 검사를 한 후,

다른 증세가 있으면 2차 수술을 해야 합니다.“

의사는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휑하니 다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풍경은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메스 끝에 운명이 갈라진다.

그곳에 보이지 않는 나를 눕혀본다.

대기실은 피의자가 판결을 기다리는 법정과도 같다.

또한 겸허를 배우며 과거를 회상하며

수술실에 누운 보이지 않는 나를 바라보는 공간이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아내는 병실로 돌아왔다.

의사의 말을 전할까 몇 번을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얘기를 했다.

아내는 무덤덤하게 진료를 받았던 병원 진단 결과를 들려주었다.

암이나 다른 전이도 의심된다는 소견을 수술한 병원에 건넸다며

별일 없을 것이며 걱정마라고 태연하게 얘기를 한다.

수술 전, 내겐 그런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

아내는 내가 걱정할까 봐 함구했던 것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고통에 가까웠다.

혹여 좋지 않은 결과 나오면...

쓸데없는 생각은 백팔번뇌 중 하나가 되었다.

연초 연휴로 결과가 조금 늦어진다.

예약한 시간에서 10분... 20분...이 지나도 아내에게서 연락이 없다.

아무 일 없으면 금방 전화가 올 텐데...

의사 상담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30분이 지나자 더는 기다릴 수 없어 폰을 열었다.

“쓸개 염증이었데요~^^”라는 문자가 찍혔다.

긴 한숨을 내쉬며 아내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벨이 울린다.

“걱정마이소...괜찮아예...”

늘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지나쳤습니다.

그런 나를 엄하게 질책했는가 봅니다.

감사함을 잊은 나를 매섭게 꾸짖었나 봅니다.

『욕심이라는 어둠을 걷어내면

감사할 일이 도처에 피어있습니다.

하나하나의 감사를 느끼는 순간

그만큼의 행복이라는 향기가 피어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