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웰빙으로 가는 길]<1>웰빙이란 무엇인가
[동아일보]‘웰빙족(族)’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새로운 인류일까. 아니면 상업주의가 가공해 낸 정체불명의 ‘변종’일까. 웰빙족의 실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쟁을 들여다보자.
전문가들은 웰빙 문화가 제대로만 정착된다면 심신의 조화를 얻어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고 환경과도 친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 농산물에 비해 2배 정도 비싼 유기농 농산물을 먹는 것도 자연에 가까워지기 위한 것이란다. 명상과 요가 등 정신수양과 관련된 운동이 각광을 받는 것도 그동안 물질적인 것만 너무 추구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란 얘기다.
그러나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웰빙이 지나치게 상품 위주로 다뤄지고 있으며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 웰빙 상품이 대부분 고가인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웰빙 문화를 옹호하는 의견을 들어보자. 웰빙 전문지를 표방한 ‘얼루어’의 박지선 편집장은 “웰빙 문화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건강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코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요가나 스파, 유기농, 아로마 등이 마치 웰빙 문화의 대명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옳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인식 때문에 웰빙족의 활동이 제약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윤도경 교수는 웰빙 문화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음료보다 천연 주스를, 일반 채소보다 유기농 채소를 고집해야 웰빙족으로 여기는 풍조는 옳지 않다는 것.
윤 교수는 “본래 웰빙은 마음에 달려 있으며 현재 웰빙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많은 것이 사실은 부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령 직장 스트레스로 마음의 균형을 잃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셀프 컨트롤(self-control)’이지, 유기농 식품이 아니란 얘기다.
웰빙 문화를 옹호하는 측이나 비판하는 측이나 공통된 의견도 있다. 각종 웰빙 상품을 사용하고 열심히 자신을 가꾸는 사람 중에 의외로 ‘사이비 웰빙족’이 많다는 것.
그렇다면 진정한 웰빙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편집장은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필요 항목을 추가해 맞춤형 건강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유를 먹는 사람과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웰빙족에 가까울까. 정답은 물론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다. 우유를 앉아서 먹는 사람에 비해 배달하는 사람은 새벽 공기를 마시며 몇 시간 동안 걷거나 뜀으로써 충분한 운동을 하기 때문. 목욕도 마찬가지다. 아로마 입욕제를 쓴 물이 수돗물보다 더 매끄러울 수는 있지만 마음속 스트레스까지 씻어줄 수는 없다. 편안한 마음가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직은 웰빙족을 몇 개의 단어로 규정하기에 시기상조다. 다만 스스로 자신의 건강 문화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웰빙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진정한 웰빙족이 될 것인가, 사이비 웰빙족에서 그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건강-웰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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