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한 가운데로 달려가고 있다.
어쩌면 이미 끝자락인지도 모른다.
곧 서리가 내리고 추수가 끝나면 민물낚시도 대를 접어야 한다.
그러니 마음만 자꾸 급해지고 남은 시일이 약 한달 정도...
매주 낚시를 간다면 4번을 가겠지만 그 중에 몇 마리의 월척을 잡을 수 있을지...
지난 주말에 비가 왔지만 그리 기온이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짧은 시간을 쪼개어 야간 번출이나 갈까 망설이는데,
영일에서 임삿갓이 업무 차 포항에 온 김에 사무실로 찾아왔다.
몇 마디의 인사를 하고는 벌써 마음이 통한다.
"그래, 오늘밤 번출이다. 장소는 장기면 소류지. 한달 전 구멍 파 놓은 곳..."
임삿갓이 미리 식사 등 준비를 해서 들어가고 마음 조이는 퇴근시간을 기다리는데, 안동에서 직원이 출장을 왔다.
저녁에 소주를 한잔 해야하지만, 부서 직원들에게 위임을 하고 도망을 간다.
분명히 술자리에서는 나의 엽기적인 행동이 안주거리가 되었으리라.
가는 중에 비가 내리고 하늘이 먹장구름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사나이 먹은 마음이 변할 수 있으랴!
한달 전 상류 땟장 사이에 뚫어 놓은 자리는 이미 수초가 가득하여 구멍이 없어 수초를 넘겨서 5대만 폈다.
비는 그쳤지만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옥수수를 달아 놓으니 예쁜 입질과 함께 6~7치가 연달아 올라오니 저녁을 먹을 시간도 없다.
9시쯤 되자 미친 바람이 이리저리 불어 대고 날씨가 추워지자 입질이 뚝 끓어졌다.
이 곳은 올 때마다 비가 오니 나와는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을 먹고 새우, 콩, 옥수수를 번갈아 주면서 입큰붕어를 유혹하지만,
아무래도 하늘이 돕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철수하자고 내가 먼저 말했다.
그래도 임삿갓은 30분만 기다리잔다.
지금 뭔가 입질이 온다는 것이다.
잔챙이일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연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후, 임삿갓 자리에서 챔질 소리가 나고 철퍼덕거리는 소리가 밤 저수지를 요란하게 만들었다.
"형님!!! 대물입니다."
"조심해서 천천히 끌어내!!!"
땟장의 폭이 5미터가 넘는다. 그 먼 거리에 대물을 끌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대물꾼답게 대를 높이 처들고 살랑살랑 대를 흔들며 꺼내고 있다.
대물도 수초 속에서 탈출을 시도하는지 연신 물소리가 들린다.
점점 대는 높이 세워지고 원줄을 잡는다.
헤드랜턴을 켜고 대물을 잡는 순간!!!!
푸다닥!!! 철퍽!!!
그만 대물을 놓치고 말았다.
장화 신은 발로 물 속을 휘졌지만,
아!!! 야속한 님은 떠나고 말았다.
"오늘 밤 집에 가긴 틀렸군!!! 날밤 깔꺼지?"
"당근이지요. 내일 사무실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그래서 접었던 대를 다시 펴고 콩을 달아 던져 놓고 바람과 전쟁을 다시 시작하였다.
모든 대는 콩으로 미끼를 바꾸었다.
30분쯤 지날 무렵, 좌측 버드나무를 자르고 땟장을 넘겨 던져 놓은 25대가
갑자기 찌가 솟아오르더니 물 속으로 잠기는 것이다.
급하게 힘껏 챔질을 하고 대를 세우니 수초 속으로 파고든다.
당기는 힘으로 보아 월척은 넘는 것 같다.
간신히 수초를 피했지만 잘린 버드나무 그루터기는 힘이 들 것 같다.
어둠 속에서 풀밭으로 발을 디민다.
그 아래가 물 속인지, 뻘밭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 잡은 대물을 놓칠 수는 없으므로 뒷걱정을 할 겨를이 없다.
다행히 원줄을 잡고 살며시 꺼내니 놈은 순순히 따라온다.
어둠 속에서 봐도 빵이 크고 두 뼘이 조금 모자라니 389는 되겠다.
"임삿갓!!! 오늘 진짜로 날밤까기다."
망태를 들고 다니지 않은지가 몇 개월이 되는지 모른다.
새우쿨러에 새우를 버리고 그 속에 보관을 한다.
쿨러에 잘 들어가지가 않는다.
다시 콩을 달아 던져 놓고 담배를 한 대 피워 문다.
찬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늘에 별들도 비온 뒤라 선명하게 보인다.
담배를 피고 나니 놈의 얼굴이 보고 싶다.
새우쿨러를 열고 랜턴으로 얼굴을 들어다 보았다.
응!!! 이럴 수가...........
"임삿갓!!! 그만 집에 가자. 게으른 놈이야. 면도도 않고 외출하러 나왔어!!!"
* 월척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0-15 20:10)
게으른 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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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그놈 면도 해주고 더 기다려보시지요...
어뱅이님 조행기도 참말로 멋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시즌...사구팔로 멋지게 장식하소서!
조행기만 읽어도 허탈한데...
안동어뱅이님 그마음 이해합니다.
괴씸한 잉어같으니라구 올라올때 신고할것이지
게으른 그놈 고오얀 놈이네요..
어른을 희롱하다니요..그래요 손맛은 자알
즐기셧 겟네요..다음주에 안동에 함 가야될것
같네요..낙시 시간은 안될것 같은데요..ㅎㅎㅎ
참 현애 배재못이라고 아시는 지요... 친구놈이
몆년전에 대박을 냇다더라구요..
그럼 건강하시고 어복 받으세요..
에러창이 뜨더니만 이 곳으로 강제 이동 되셨군요..ㅎㅎ
어뱅이님 잘 계시죠!
담번에 어뱅이님 뵙게 되면
미리 면도하고가서 게으른 놈소린 듣지 말아야겠심다..ㅎㅎ
특유의 연륜이 묻어 나는 조행기..
역시나 짱입니다..^^
앞으론 면도 꼬박꼬박 하고 다녀야겟습니다
그래야 게으른 놈 탓이라도 할수잇겟죠?^^*
음..............이런 경우에 어울리는 사자성어가 잇지싶은데...
지식이 영~ 짧아서리...
감기조심ㅁ하세요~!
아~재밋어!
수고 하셨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신 듯 하여 좋습니다.
즐거운 날 되소서.
내일은 꼭 하시길 바랍니다..
수염 없이단정하고 빵 좋은 넘으루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