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주말
창 밖으로 겨울비가 내린다.
앞창을 바라보니 빌딩들이 우두커니 서있고, 뒤창을 바라보니 떨어져 쌓인 낙엽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빌딩 숲 속에서 조그마한 동산이 내 등뒤로 보이는 것이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말을 기다리는 월급쟁이가 토요일 늦은 시간에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 없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는 더욱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벌써 바닷가에서 감성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틈나는 대로 바닷가 홈을 다니며 예쁜 감성돔들을 구경하면서 주말을 손꼽아 기다려 왔건만, 물때와 파도가 맞아야 하는 감성돔낚시는 월급쟁이에게는 정말로 힘든 일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서 두시간이 넘게 멀리 찾아간 바다는 거울처럼 잠잠하거나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와 찌를 날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9월부터 입질이 시작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월척붕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추운 물가에 가서 입질을 받지도 못하고 돌아오기가 일쑤고, 친구들의 민물낚시 권유에 못 이겨 끌려 다니다가 10월말에는 아예 민물가방을 광속에 가두고 말았다.
대신에 먼지가 쌓인 바다가방을 다시 꺼내 채비를 다시 손보고 주말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건만, 회사의 사옥을 신축하여 이사를 하는 난리를 치르는 바람에 황금 같은 주말을 회사에서 보내야 했다. 이사를 하고 나니 책상정리 등 뒤처리와 잔일로 또 주말을 빼앗기고 드디어 12월 4일은 뜻깊은 준공식을 마쳤다.
나에게서 황금의 주말을 빼앗아 간 대신에 창가에 동산을 갖다주었으니 그나마 위로를 하고 이제는 마음놓고 낚시나 가려고 주말을 기다렸다.
홈을 다니며 조황을 점검하고, 낚시점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만날 시간을 약속하고,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풍가는 소년처럼 설레는 주말을 맞았다.
일기예보는 북동풍이 불고 비나 눈이 조금 오고 파도도 높다고 하니, 방파제 앞쪽으로 찌를 날리거나 파도가 심하면 원투를 던지면 될 것 같은 생각에 금요일 당직을 바꿨다.
다른 회사는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된다는 것을 벌써부터 들었는데 나에게 아직은 남의 나라 이야기를 들리기에 토요일 오전시간을 벌기 위하여 잠자리가 불편한 당직을 자청한 것이다.
아침에 밀린 일을 정리하고 친구들에게 출발한다는 전화를 하고, 보스에게 당직을 했으니 일찍 나가겠다고 인사를 했다.
헌데...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오늘은 '이웃돕기 성금모금 생방송'이 있는 날이니 전 간부는 동참을 하라고 했다.
나와는 별로 무관한 일이라고 어렵게 말을 하니, "그러니까 동참하라고 하지 않소!"
어린 아이처럼 떼를 쓸 수도 없고 엉엉 울 수도 없는 사정이 되어, 벌레 씹은 얼굴로 되돌아 나와 점심으로 국수를 한 그릇 먹고 이렇게 창가에 앉아 있다.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월급쟁이의 슬픔을 썩어 담배연기로 날리며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해 또 감성돔 사진이나 보고 있다.
월급쟁이에게는 주말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특히 마음먹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계획과 약속이 있는 주말이면 너무나 기다려지는 것이 당연한데, 이렇게 허물어지는 날은 울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데 창 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으니 더욱 허전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그러나, 어찌하랴!
목구멍이 포도청일걸...
아니다, 나의 작은 수고가 어렵고 힘든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 한다.
성금을 낼 만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동참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다음 주말은 또다시 북동풍이 불겠지...
겨울비 내리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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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뱅이님....
님의 안타까운 맘이 이곳 설까지 전해집니다...
그래도 저보단...에궁...
어뱅이님은 간부시고...
저는 일개 걍 직원입니다...
저도 지금 삼실여여... 에궁...
님...
넘 속 상해 하지 마시거...
즐맘하십셔...
또 좋은 날이 옵니다...
조먼간여...
낚시가 뭔지..친구가 뭔지....ㅋㅎㅎㅎ
그옛날, 모내기는 하는데... 아버지는 방문앞에서 지키고 ..친구들은 낚시 간다 하고..ㅠㅠㅜ
반짝!!~~~ 봉창(시골집 봉창 알져?)으루,, ..맨몸에 맨발루 탈출 성공....
밤에 ... 개 잡았....깨갱!!~.... 흐~~ 생각 나네요.. 그 시절이 그래도..그립네요...하늘에 계신 아버님이...
좋은일 하시느라고 낚시 못가셨는데
주의보가 터졌으니 결과는 잘된것 같습니다.
다워리님 논에서 일 하다가 토끼는 방법을 모르셨군요.
식구들과 일 하다가 슬금슬금 빠져서는 논둑밑에 함 엎드려 있어 봅니다.
어느순간 아버지께서
"임마 이거 어데 갔노?
햐! 또 토낐뿟네."
하시면 논둑밑을 살금살금 포복으로 통과해서 진짜 토낍니다.
근데 아버지 말씀이
"임마가 또 없어졌다꼬...
오냐 오늘 저녁엔 혼 좀 내놔야되겄다."
하시면 그냥 벌떡 일어서면서
"아부지요, 내 여기 있심니다."
하면 됩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