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2
지난 주 일요일 오후
동네 뒷산에 헐렁헐렁 산책삼아 바람 쏘이러 나가보았습니다.
그저 동네 뒷산 산책로 정도이니
등산화도 필요 없고 그저 샌들에 반바지 차림입니다.
그런데
산 중턱에서 약수를 한 잔 마시고 산 정자에 다가 설 무렵 쯤 부터
뱃속이 부글부글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지면서 창자가 꼬이는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아마 약수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ㅠ
위기의 상황에 땀은 비 오듯 내리기 시작했고
저는 다급한 마음에 등산로 바로 옆 잡목들이 밀생해있는 곳을 발견하고는
그 곳으로 뒤척뒤척 뛰었습니다.
그런데 덤불 숲 뒤편은 가파르게 비탈져 있어서 거사를 치루기 에는 마땅치 않았지만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반바지를 홀랑 까 내렸습니다.
#*,~!?^@☆"♀♂☞☜¥£ ~~~♨~♨~~♨
그 기분 아시죠?
위기는 해결됐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머리에 흐른 땀을 식혀주고...
저는 그 ‘해피’ 한 기분을 잠시 만끽했습니다.
잠시 후,
급하게 닥쳤던 위기는 일단 해결했지만
다음 난관에 봉착합니다.
불편한 자세에서 다리가 저리도록 난관을 이리저리 타개할 방법을 찾아봅니다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전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립니다.
조금 전 초를 다투던 상황에서 이미 흔적이 조금 남겨지는 바람에 도저히 다시는 입을 수 없는 팬티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게 이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사후처리 방법이라 판단을 한 겁니다.
제가 간신히 붙잡고 있는 관목 숲의 나뭇잎은 너무 작을 뿐더러 뻣뻣하기까지...
일단 샌들을 벗고...
장소가 비탈진 탓에 한 손으로는 잡목 줄기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나머지 한 손으로
발목에 볼품없이 걸쳐있던 반바지를 마저 몸에서 분리시키는데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이제 팬티를 벗어 마무리만
지으면 되는 겁니다.
나름 처자식에게 위엄 있고
동네에서 비교적 덕망 있고
예의바르다 칭송(ㅋ)을 듣고 있는
입장에서... – 믿거나 말거나 -
꼴이 참 우습게 되었습니다.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몸에서 떨어지기를 거부하며
심하게 앙탈부리는 팬티를 오른 발에서
실랑이 끝에 간신히 빼내고
마침내 왼 발에서 마저 분리해내는 작업이 성공하려는 순간입니다.
그때!
어디선가 두런두런 말소리가 점 점 가까워져 오기 시작합니다.
위기였습니다.
자칫 아랫도리를 완전 노출하고 요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민망한 모습을 누구에게
발각 당하기라도 한다면....
살짝 잡목 틈으로
살펴보니 같은 라인에 살아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조우하는
동대표 아줌마와 초등학생 하나가 저 있는 방향으로 올라옵니다.
말 많고, 시끄럽고, 오지랖 대단한 동대표 아줌마에게
제가 이러고 있는 모습을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이유 불문하고 소명의 기회도 없이 동네 창피해서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줌마와 아이가 저를 눈치 채지 못하고 두 세 걸음 지나치자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숨죽여 내쉬고 있는데
이번엔....
저의 몸무게를 버겁게 버텨주던 잡목 줄기가 슬로우 모션 처럼
뿌리 채 뽑히기 시작합니다.
다급하게 다른 가지를 잡으려는 시도를 하기 도 전에
저의 가련하고 볼품없는 몸뚱이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경사진 산비탈을 굴러 더러운 물이 고여 있는 낙엽더미에 쳐 박히고 말았습니다.
실제로는 세 바퀴 남짓 굴렀지만 엄청 아프고, 창피하고, 당황한 사이에도
반 바퀴는 물에 끌려나온 붕어처럼 제가 팔딱 움직여 뒤집었습니다.
아랫도리를 벗은 채 하늘을 보고 누울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ㅠㅠ
순간 아줌마가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유, 변탠 가봐! 뭐할 짓이 없어서 저런 짓을 한 대.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하지만 아줌마와 아이는 소리만 지를 뿐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순간 저는 벌떡 일어나서
“그게 아니라유....오죽했으면 이러것냐구유.”
하면서 억울한 상황을 발명하고 싶었지만 아랫도리를 홀딱 까고
설사’ ‘휴지’ 어쩌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에 얼굴만 보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다급한 상황이 닥치면 일단 머리부터 쳐 박고 보는 꺼병이 마냥
머리를 낙엽 속에 더 깊숙이 쑤셔 넣었습니다.
머리 허연 반백의 중년 사내 하나가 낙엽더미에서 아랫도리는 홀랑 까 내리고
팬티 걸린 한 쪽 발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은 저라도 정말 구경거리였을 겁니다.
그 때 아주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기분 묘한 느낌이 제 허벅지에서부터 엉덩이 쪽으로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얘!
이리와!
더럽게 시리....
아줌마가 데려온 강아지가 어느새 제 곁으로 다가와 저의 아랫도리 구석구석을 정성스레 핥아 대고 있던 겁니다.
저는 제 얼굴이 노출될까봐 꼼짝도 못한 채
강아지의 날름거리는 혀로부터 제 엉덩이로 전달되는 그 미묘하고도 요상한 느낌을 피하려고 엉덩이만 요리저리 들썩이며 그 수모를 한동안 받아내야 했고
강아지는 한참을 시간 끌며 정성을 들여 저를 애무(?#!^=?)하다가 주인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동대표 아줌마와 아이가 강아지를 혼내는 소리와 함께 깔깔거리며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몸을 숨기고 있다가
날이 어둑해진 틈을 타 비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마누라는 산책 간다더니 온통 진흙 투성이가 되어 돌아오는 모습을
보더니 영문을 모른 채 기겁을 합니다만...
산책, 약수, 설사, 팬티, 개의 애무 등 등...
구차히 설명하기는 귀찮고, 챙피하고, 피곤하길래 샤워부터 마치고
찜찜한 기분으로 캔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는데 아파트 관리실에서 방송이 나옵니다.
‘요즘 아파트 뒷산에 변태가 출몰한다 하오니 자녀들이 등산로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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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꼴딱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밤샘을 한 탓인지
몸이 오슬오슬 떨리며 오한이 느껴 지길래
아침 낚시를 포기하고 돌아와 초췌한 몰골로 주차장에서 낚시 짐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왠지 낯설지 않은 초등학생 하나가 나타나 온통 비에 젖은 채 푸들처럼 보이는 강아지를 안고 제 곁에 서있습니다.
그 강아지,
저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아이 품에서 뛰어내리더니
옛 주인이라도 만난 듯 제게 달려들며 반가이 아는 척 낑낑 거리며 난리도 아닙니다.
순간, 저와 강아지의 모습을 처연하게 바라보던 아이가 조용히 개를 불렀습니다.
딸기야! 이리와!
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주차장에서
저는 이 아이가 과연 동대표 아줌마의 딸인지 헛갈려 하며
강아지와 아이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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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보신 분들은 제가 왜 헛갈려 하는지 이해를 하십니다.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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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고, 들키지는 않았지만 위급한 상황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겠죠.
대박^^"
영면에 들수 있을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표현도 끝내줍니다,,,ㅎㅎ
이어질거쥬 ^^
많이 황당하셨게읍니다.
연재합시닷! ^^"
재미난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으며 혼자 많이 히죽였네요.
많이 올려주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
그림자™님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더군요 ㅋ^^
소요님
소요님 예리하십니다.^^ 짱!
랩소◇디
허접한 끄적거림에 과찬에 몸둘 바를 모릅니다. ㅋ
감사합니다.^^
박라울님
댓글 감사 합니다^^
ponza님
심심하면 이어볼 생각도 있습니다.^^
물그늘님
댓글 감사합니다.^^
물향케미
pc버전으로 보시면 지금 주간 최대 조회
상단에 보입니다.^^
먹뱅이아
댓글 감사합니다.^^
™피터님
평소 피터님 글 애독하고 있는 광팬입니다.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소풍님
역쉬! 소풍님이십니다.
이 글은 몇 년 전 자게판에 올렸던 제 글을 1편에
맞게 재수정한 글입니다. 기억력, 안목 짱! 이시네요.^^
환상어님
허접한 글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