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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납량 낚시추억 :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여름 밤, 낚시 티비에서 사짜를 잡았다며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는 꾼들의 무용담을 넋 놓고 보고 있는데 똘배로 부터 문자가 왔다. "형님 괴곡지가 터졌답니다! 저 지금 고고 ~씽 합니다." 갑자기 맥놀이가 빨라짐을 느끼며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는다. 마음이 급하다. 똘배는 이미 도착해서 손맛을 보고 보고 있을 것만 같다. 그 사이 저수지 초입에 들어선다. 어라? 저수지 제방 밑에 도착하니 차가 한 대도 보이질 않는다. 이미 도착했어야할 똘배의 구형 스타렉스 마저도 없다. "똘배야! 형 지금 괴곡지 왔넌디 터졌다는 거 진짠겨? 워째 차덜이 한 대도 읎다? 그러구 넌 지금 오딨는겨? " " 형님! 아까 낮이 김사장이 거기서 워리 세 마리랑 사짜를 두 마리나 잡었다구 카톡 보냈더라구유. 진짜 탐나던디유." " 그럼 소문이 다 났을거 같은디 왜 꾼덜이 한 명도 읎디야? " " 김사장 원체 입 무거운 사람유. 저 헌티만 알려주맨서 소문내지 말라구 신신당부 헌거 형님께만 정보 드린규. ㅋ" "그럼 넌 아까 고고씽 헌다매 지금 오디 있는겨?" "ㅋㅋ 죄송혀유. 형님 헌티 아까 문자드리구 낚시짐 챙기넌디 애 엄마가 헐 얘기 있다구 붙드네유. 지금 집사람 샤워 중 인디 시간이 오래 걸리네유. 늦둥이 하나 빨리 맨들구 후딱 갈규. 저두 맘이 급헌디 이 여펀네 너무 뜸 들이네유. 지 랄 허느라구 대충 물만 끼얹구 나올 일이지...ㅉ 잠깐만 혼자 허구 계셔유. 여펀네 골로 보내구서 얼른 갈게유."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더 다급해진다. 트렁크에서 낚시 짐을 챙기는 손이 가볍게 떨린다. 허둥지둥 몇 해 전 태풍에 허리가 부러져 절반이 물속에 잠겨있는 고사목 옆에 대를 펴기 시작했다. 낚시 짐을 이고 지고 들고 이동 하느라 땀에 흠뻑 젖었던 온몸이 비온 후 서늘하다 못해 한기마저 느껴지는 찬 공기에 서서히 식어가자 안온한 피곤함이 시나브로 몰려들기 들기 시작했다. 그때 '띵똥' 하고 똘배로 부터 카톡이 왔다. "형님 오늘은 도저히 못 나갈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ㅠ" "ㅉ ㅉ너 제수씨가 보챈다고 할 때부터 형이 애초에 이럴 줄 짐작은 했다. 드런눔 같으니라구! 졸지에 너 때문에 이 넓은 저수지 독탕하게 생겼구나. 사짜 잡으면 사진이나 보내 줄테니 감상이나 해라." 답 문자를 보내고 나서 똘배의 뚱뚱한 마누라를 생각하며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똘배는 낚시라면 모르는 것이 없고 오지랖도 넓어 낚시꾼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지라 그를 통해 모든 낚시정보를 얻어 듣는 편이다. 입질 없는 시간이 무료하게 이어지자 실없는 똘배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부아가 치밀었다가도 한 편으론 똘배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똘배야 오고 싶었겠지, 하지만 똘배 마누라가 똘배를 칭칭 감고 개구리 먹는 뱀 모양 놔두지 않았을 거야. 하늘은 아직도 먹구름이 짙게 깔려 저수지 찌 불 외에 빛이라고 찾아볼 수도 없이 두꺼운 어둠이 저수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고 짙푸른 암흑에 밀려 과연 새벽이 올 수 있을까 의심이 들만큼 사위는 고요하다. 그때 낚시의자 옆에서 방울소리가 들린다. 이 심야의 저수지에 방울소리라니... 이건 분명 생명체가 움직이는 소리다. 밤잠 잊은 새벽 낚시꾼이 온 거라면 분명 기척이 있었을 터. 어둠속에 무언가 허연 물체가 보인다. 크기로 가늠하기에 사람은 아닌 듯하다. 모자에 부착된 낚시용 랜턴을 켜자 그 허연 물체에서 두 개의 시퍼런 인광이 번쩍하고 빛이 난다. 흠칫하며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시퍼런 인광이 갑자기 순간 사라진다. 찬찬히 살펴보니 허연 생명체가 목에 방울을 딸랑거리며 무언가를 쩝쩝거리며 먹고 있다. 일단 좀 작은 크기의 짐승이라 일단 판단이 들자 좀 안심이 된다. 자세히 보니 강아지다. 물에 흠뻑 젓은 조그만 몸이 바르르 떨고 있다. 목에 방울 달린 검은 줄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다 삭아서 이제 거의 끊어질 상태의 목줄이다. 놈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자 이제 놈의 몸에서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놈의 색깔은 원래 흰색 이었겠지만 어디 시궁에서 뒹굴었는지 온통 회색 진흙이 묻어있고 놈이 몸을 가볍게 움직일 때 마다 물비린내가 역하게 바람에 날려 온다. 낚시 가방을 뒤져 간식으로 가지고 다니는 육포를 찾아냈다. 휘파람을 불며 녀석의 주의를 끌어보려고 랜턴을 녀석에게 비추어 본다. 어라? 녀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큰 랜턴으로 사방을 아무리 찾아도 그사이 녀석은 보이질 않는다. 물비린내의 여운만이 녀석의 한 순간 나와 같이 있었음을 말해줄 뿐이다. 잠시 일어나 기지개를 켜본다. 이제 산들 거리던 바람도 자고 처연한 산짐승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공기는 더욱 서늘해져 춥기까지 하다. 또 정적! 시간이 살같이 흐른다. 남이 보면 지루할 것 만 같지만 낚시꾼에게는 시간이 참 빠르다. 긴장이 풀리니 또 어지럽고 졸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좀 전 부터 왜 그런지 목덜미가 서늘하다. 사람의 직감이 참 묘하다. 누군가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듯한 서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랜턴을 뒤돌아 비추어보고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분명 아이다. 예닐곱 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쾡한 눈으로 처연하게 쳐다보고 있다. "아저씨 딸기 보셨어요?" 아이가 묻는다. 지금 이 시간 이 장소에 아이가 있다는 상황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를 않지만 아이의 목소리를 듣자 일단 안도감이 든다. 한낱 아이의 등장에 떨었던 자신이 좀 멋쩍어지자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딸기라니?” “우리 강아진데요. 지금 없어져서 찾고 있어요.” “아까 강아지 한 마리를 보기는 했다만 혹시 목에 방울 달려있는 거 맞니?” “네, 이 줄이 딸기 줄인데 제가 잠든 사이 딸기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딸기 어디로 갔어요? “ “좀 전에 아저씨 옆에 있었는데 먹을 것을 주려했더니 금방 없어졌더구나. 그런데 이 시간에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너 혼자니?“ “저쪽 계곡 쪽에서 엄마랑 아빠랑 텐트에서 자고 있어요. 자다 깨보니 딸기가 없어졌길 래 찾으러 다니는 거 에요.“ “그렇구나. 네가 나타나 깜짝 놀랐다. 아저씨가 엄마 아빠 있는 데로 데려다 줄까?“ “아니에요 딸기부터 찾구요.” 말을 마친 아이가 횡하고 뛰어가는데 아까 강아지에게서 나던 물비린내가 강하게 바람에 실려 온다. 얘! 얘! 아이가 걱정되어 소리쳐 불러 보지만 아이는 순식간에 저수지 모퉁이를 돌아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걱정이 앞서자 뒤 쫒아가 봤지만 사라진 아이를 찾을 수는 없다. 은근히 아이가 걱정이 되면서도 부모와 같이 왔다니 내심 안심은 된다. 하지만 새벽에 무서움도 없이 강아지를 찾으러 다니는 아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것도 잠시 찌를 다시 응시하기 시작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사이 입질은 전혀 없었고 어느덧 희부연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그때 먼발치에서 어떤 여자가 ‘민지야! 민지야!’ 하고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그 아이의 엄마임이 분명하다. 여자는 제방 뚝 위를 몇 번 더 왔다 갔다 하더니 더 이상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밤샘과 뜻하지 않았던 놀람 때문에 피곤이 겹쳐져서 그런지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자 아이 엄마가 결국 아이를 찾은 거라고 편하게 판단을 내리며 낚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여름 밤 사짜 도전기는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똘배의 바람 잡는 소리에 들떠 혼자 낚시를 하며 황당한 상황에 두 번 놀란 생각을 하니 헛웃음만 나왔다. 저수지에서 피곤만 가득 지고 집에 돌아와 남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에 하루를 마감하고 아내의 잔소리는 귓등으로 들으며 잠에 빠져 들었다. 몇 시나 되었을까? 전화벨이 울린다. 비몽사몽 전화를 받지 않으려다 똘배임을 확인 한 후 전화를 받았다. “형님 손맛 좀 보셨슈?” “젠장 니 헛소리 때미 그 넓은 저수지 혼자 지키다 왔다. 손맛은 무슨... 밤새 피라미 한 마리 입질 두 읎더라. 밤새 이상한 일만 생기구...“ “혹시 어떤 여자가 애 찾으러 다니던가유? ㅋㅋ “아니! 니가 그걸 워떠키 아는겨?” “ 그 여자 미친 여자유. 그 여자 딸이 그 저수지서 물에 빠져 죽구 난 디부터 그 여자 미쳐서 날 궂는 날 이먼 밤새 딸 찾어 댕겨유.” ㅋㅋ 잠수부덜 동원해서 수색했다는 디두 아직 못 찾었대유. 그런디유....“ 순간 정신이 확 들며 똘배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어제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그그 러먼 개개개는 개는 안빠졌디야?” “개는 또 뭔 소리래유? 개 새끼가 워디에 빠졌슈? 김사장이 그러더라구유. 그 아이 죽은 거 신문에도 났다넌디유? 그래서 요새 낚시꾼덜 발길이 뜸해진 사이 김사장이 들어가서 사짜를 빼온규 알고보니께.“ 나는 전화를 황급히 끊고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에 ‘괴곡지 초등생 실종 ’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 (연합뉴스) ###기자 2일 오후 5시40분께 충남 ##시 ##면 ##리 소재 괴곡저수지에서 부모를 따라 캠핑을 하던 ##초등학교 1학년 김(8.여.##시 ##동)모양이 기르던 애완견이 물에 빠지자 구하려고 들어갔다 실종되어 119와 수상구조요원들이 일주일 째 수색 작업 중이나 성과가 없어 부모들과 친지들의 애를 태우고 있어 소방관계자들과 시장까지 나서 수색작업을 독려 중으로.....

글을 참 감칠맛나게 잘 쓰십니다.
재미난글 잘 읽어읍니다.
낚시터에서 낚시 하면서 읽어으면 더
좋아을것 같네요!!!~~~
8살 초등학생..,무섭기보다는 너무 불쌍하고 슬프네요 ㅠ
픽션?
논픽션?

아이는..자기가 죽은걸 모르걸까요?

식스센스 ...주인공처럼


저는...겁은 무지 많고

밤낚시도...독조는 죽어도 못하지만


귀신 이야기는
안빼고 다 봅니다


오래전..낚시춘추 에서 읽었던

이야기 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실화인지...아닌지는 모르지만


우순경...이
동네 사림들과 낚시하던
노부부 를 총으로 죽인뒤


제삿날때면

노부부가 그 저수지에 낚시 하러 온다는
이야기


다시한번 읽고싶지만

찾을수가 없네요..


아무튼
잘읽고 갑니다


글솜씨가 대단 하십니다
맛깔난 글과 탄탄한 구성이 보통 솜씨가 아닌듯 싶습니다


처량하게 비내리는 날 무덤이 훤히 보이는 저수지에서 읽으면 더욱 큰 느낌을 줄것 같습니다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
물그늘님, 연꽃님, 레인님, 어수선님
허접스런 글에 어울리지 않는 과찬 감사드립니다.^^
비 오는날 편한 오후 되세요.^^
민지는 딸기랑 잘 지내는지... ㅡ,.ㅡ;
글 잘읽었읍니다 ~~거짓말같은사실이겠지요 ~~밤새무서워서 어떻게참고낚시을 하셨읍니까
대단하시내요 ~~
잘읽었읍니다
근데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네요.
비늘303님

덕분에 좋은글 잘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분이시죠.글을참감칠맛나게 쓰셨네요.
처음에 글 올렸을 땐 댓글 몇 분 달아주신 것 외에는 반응이 별로여서...

글 올린 것은 까맣게 잊고 또 밤낚시를 다녀와 한 숨 자고나서보니

하룻밤 사이, 글 조회 수가 5천이 넘어 자게판 이슈라고 이 글이 상단에 오른걸 보며
깜짝 놀랍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다듬어 올릴 걸 하고 후회가 드네요.
허접한 글 읽어 주신님들과 댓글 주신님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일단 먼저 잘 읽었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더 춥게 느껴지는군요..

만드신 글이라면 너무 잘 만드셨구, 실제 이야기라면..으~~(사랑, 감동,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와우! 본인은 아예 괴곡지 같은데는 6짜가 나온다 해도 독조는 죽어도 안가요.
그란디 초등 여학생 꺼정 만나고 강아지도 만나고 워메 나 같으면 기절해요.
혼자는 절대로 절대로 안가죠. 워매 무시라! 기신이 나온거요.
아니 이젠 소설두 쓰는겨? 부업꺼리야? ㅋㅋ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천안근처에는 괴곡지라는 저수지가 없으니 우리 회원님들은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ㅋㅋ

우리낚시천안의 인재들이 이제는 월척의 자게까지 진출을 하네^^
프로의 냄새가 납니다만...
만약 전업 작가가 아니시라면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쪽지로 전번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오짜 후반의 느낌입니다.
ㅎㅎㅎ 괴곡저수지 검색했는데 안나오네요~~
정말 오싹한 느낌이..........
잘 보고 갑니다
부디 안출하시고 건강하시길..
잘 읽었슴니다 ㅎ
글 쓰는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외대조사님 실화를 바탕으로 쓰셨나요?
궁금해 죽겠습니다.
몇년 전까지도 독조를 즐겨했지만 40대가 가까워지면서부터는 부끄런 얘기지만 슬슬 무섭기 시작하더라구요ㅎ. 글은 제일이 아닌지라 재밌게 잘읽었습니다ㅋㅋ
정말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밤낚금지..ㅠㅠ
독조가고픈 생각이 스믈스믈 입니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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