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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소에게 맡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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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게 맡긴 판결 이야기

 

"무슨 부탁을...."

"선생이 관북천리를 유람하시기를 단념하시고

우리 고을에 길이 머물러 주시면 저로서는 그 이상 고마운 일이 없겠습니다."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말씀인즉 고맙습니다. 허나, 역마살에 치인 기러기 같은 넋을 타고난 사람보고

한곳에만 머물러 있으라 하시는 말씀은 무리한 말씀입니다.

얼마간 술이나 더 얻어먹다가 떠나가게 해주소서."

"선생! 문천 고을은 제가 관할하는 고을 올시다.

그러므로 선생께서 아무리 떠나시려 하여도

사또인 제가 못 떠나가게 하면 선생은 문천 땅을 한 걸음도 벗어나질 못 하실 것입니다.

하하하."


사또는 속마음이 담긴 농담을 하며, 어떡하든지 김삿갓을 오래 붙잡아 두고 싶어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사또는 퇴청하자 김삿갓과 술을 나누었는데, 어쩐지 그날따라 안색이 좋지 않았다.


"사또께서 오늘은 기색이 좋지 않으시니 무슨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셨습니까?"


김삿갓이 이렇게 묻자 사또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오늘도 골치 아픈 송사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백성 간에 시비가 생겼을 때 사또께서 흑백을 가려줘야 하는 것은 목민관의 본분이 아닙니까?"

"물론입니다. 허나 오늘의 사건은 워낙 아리송해서..."

"아리송하다뇨? 어떤 사건이기에 아리송하단 말씀입니까."


김삿갓은 호기심이 일어 물어 보았다. 사또는 술을 권하며 말했다.


"오늘의 소송 건은 내용이 지극히 단순한 사건입니다.

두메산골에 사는 촌부 두 사람이 황소 한 마리를 제각기 자기소라고 싸우다가,

사또인 저한테 주인을 가려달라고 소를 끌고 온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둘 중에 한 사람은 멀쩡한 도둑놈인 셈이지요.

그러나 저로서는 누가 소 임자이고 누가 도둑놈인지 전혀 가려낼 수가 없었다는 말씀입니다.

허참, 소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사또 어른, 해결책을 스스로 찾으셨습니다!"

"네?"

"지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소에게 물어 본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또는 김삿갓의 대꾸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김삿갓을 빠꼼히 쳐다보았다.


"소는 귀가본능이 어떤 동물보다도 강한 동물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이 간섭하지 않고 그냥 놓아주어 버리면

소는 영락없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소가 어느 집으로 돌아가는가를 알고 나면 누가 소 임자이고

누가 도둑인지 절로 알 수 있게 될 것이 아니옵니까?"


사또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과연 너무도 절묘한 방법이시옵니다!"


그리고 나서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허참, 그렇게도 쉬운 방법이 있는 것을 나는 왜 깨닫지 못했을까.

그러고 보면 나 같은 위인은 애당초 사또가 될 만한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선정을 베풀려고 너무 긴장을 하시다보니 오히려 냉정심이 흐트러진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그런 점을 유념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충고의 말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금후에는 그런 점에 각별히 유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또는 백성들로부터 "명관"이라는 칭송을 듣고 난 이후,

김삿갓을 어떤 일이 있어도 놓아주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였다.

그리하여 날마다 향기로운 술과 기름진 안주로 김삿갓을 잡아두게 된다.

(옮긴 글)

 

내용이 길어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소는
귀소 본능이 있지요.

명판정 이군요
타이푼 유신~~포징첸~~
첸면 유신~~포칭첸~~^^

좋은글 감사합니다!!
소도 집은 찾아 가는데 맘 갈 집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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